“노동조합이 이야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돼”
“노동조합이 이야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돼”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7.08.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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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 임종린 민주노총 화학섬유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

‘현장 속으로’는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애환과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현장의 소식을 전합니다.

임종린(34) 민주노총 화학섬유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과 인터뷰 약속을 잡고 몇 차례 변경해야했다. 노조 행사나 조합원 교육이 계속 생겨서다. 인천 서구에 살고 있는 임 지회장은 인터뷰 다음날 경기도 일산에, 그 다음날엔 대전에 가야했다. 또 그 다음날은 서울 용산에서 지회 출범식 일정이 잡혔다.

8월 17일 노조를 설립한 후 8월 말 현재 전국에서 조합원 250여명이 가입했다. 조합원 조직에 바쁜 임 지회장은 노조 설립 이전처럼 여전히 오전 7시에 사업장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일한다. 그 이후는 조합원 교육 등으로 날마다 바쁘다. 한창 바쁜 임 지회장을 지난 28일 <인천투데이> 사무실에서 만났다.

수당 10만원 빼앗긴 게 억울해 정의당 찾아가
노동부,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특별근로감독

▲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
지난 2007년 파리바게뜨에 입사한 임 지회장은 2014년부터는 교육지원 기사로 근무했다. 교육지원 기사는 신입기사를 매점에서 일할 수 있게 교육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올해 2월까지 교육지원 기사로 일한 후 3월부터는 다른 기사가 휴가를 낼 때 대체인력으로 지원 업무를 하는 지원기사로 일한다.

그런데 어느 날 본사에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교육받은 사람 중에 점포를 3개월 이내에 이동한 사람이 있을 경우 ‘교육 실패’로 규정해 신입기사 1인당 10만원씩 주던 수당의 50%를 감액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임 지회장은 1년간 20명 정도 교육했는데 그 중 2명 실패했다고 10만원을 빼 가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신입기사를 교육하면서 연장수당도 없이 늦게는 오후 9시까지 일했는데 본사의 일방적인 행태에 너무 화가 났다. 협력사 주임한테 따졌더니 본사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본사에 연락하겠다고 해도 연락처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친구에게 하소연했더니 무료로 상담하는 곳을 알려줘 찾아간 곳이 정의당 ‘비상구(비정규 노동 상담 창구)’였다.

“4월 20일 찾아갔는데, 처음에 별 기대는 없었다. 정의당 소속 노무사가 연장수당도 안 주고 불법파견의 소지가 많다고 했는데, 그게 큰 문제인지 몰랐다. 단지 돈 10만원 뺏긴 게 억울해 찾아갔던 거였다. 5월 초에 협력사에서 혹시 신고한 거 있냐고 전화가 왔다.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실에서 여자 교육지원 기사가 연락했다고 했다며 우리(=임 지회장과 동료 1인)를 지목했다. 불안했다”

파리바게뜨의 경우 제빵기사나 카페기사(=샌드위치와 음료 생산)가 본사와 직접 고용계약을 맺지 않는다. 기사들은 협력사와 계약을 맺고, 협력사와 본사가 의논해 지점을 정해준다. 제빵 협력사 8개, 카페 협력사 3개로 지역별로 협력사가 총11개 있다. 임 지회장이 소속된 협력사는 ‘휴먼테크’로 인천을 비롯해 경기도 김포와 일산, 파주, 서울 일부의 지점들을 연결한다.

임 지회장의 말로는 협력사는 본사에서 교육하는 것을 관리하고 교육을 수료하면 매장을 연결하는 일 외에는 딱히 하는 일이 없다. 업무지시도 본사에서 직접 해, 파리바게뜨가 ‘불법 파견’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정미 의원실은 지난 6월 27일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5000명 불법 파견, 시간 꺾기 임금 착취’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보도자료에서 “파리바게뜨가 인력 공급업체를 통해 파견 대상 업무가 아닌 제빵기사를 전국 가맹점에 불법 파견하고 청년들의 ‘열정 페이’를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리바게뜨 본사는 인력 공급업체(=협력사)와 업무 협정만 맺고 가맹점포(점주)의 도급계약에 의해 협력사가 기사들 지휘와 감독을 실질적으로 하고, 본사와 가맹점주는 업무지시를 일체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정미 의원실은 형식적인 도급이고 실질적으론 본사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다며 그 근거로 본사 소속 관리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업무지시를 구체적으로 한 것을 제시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11일부터 파리바게뜨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임금 꺾기보다 더 싫은 건 인간적으로 무시하는 것

임 지회장에게 ‘임금 꺾기’라는 말의 뜻을 물었다. 말 그대로 눈앞에서 임금을 꺾는 것인데 10년차인 임 지회장도 가맹점주(=사장)에게 임금을 꺾이는 순간 말을 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매장 포스(pos: 결재시스템)에 기사들의 근무상황을 입력한다.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5시 퇴근하는 10시간 근무가 기본인데, 연장근무를 하고 포스에 입력해도 협력사에서 바로 조정한다. 연장근로수당이 있다는 걸 알지만, 사장은 추가비용이 생기니까 협력사에 따진다. 사장과 갈등만 생기고 수당도 못 받으니까 다들 참고 지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한 문제는 인간적으로 무시를 당하는 거다”

파리바게뜨 직원 대부분은 20~30대이고 85% 이상이 여성이다. 첫 직장으로 이곳에 취직하는 경우도 많다고 임 지회장은 덧붙였다. 임 지회장은 어린 여성이 많다보니 점주들이 기사들과 대화하거나 설명하기보다는 윽박지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월급체계가 바뀌어도 알려주지 않고 설명해달라고 해도 하지 않는다. 사장이 협력사에 기사를 바꿔달라고 하면 기사는 그 사정도 모른 채 다음날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 반대로 기사가 매장을 바꿔달라고 요청하면 절대 바꿔주지 않고, 오히려 사장이 버릇없다고 욕한다”

사장이 기사를 바꿔달라고 하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잘 안 웃는다고, 화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뚱뚱해서 싫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인사하면 (사장이) 잘 받아주지도 않으면서 우리가 한 번 인사 안 하면 문제 삼는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장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다. 우리끼리 ‘우리는 알바보다 바닥이다’는 자조를 한다. 알바가 없으면 본인(=사장)이 불편하니까 대우해주는데, 우리는 협력사에 바꿔달라고 하면 바로 대치되니까 하는 말이다. 기사들이 점심도 못 먹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눈치 보여 물도 못 마신다. 첫 직장으로 들어온 20대 초반 친구들은 대부분 신입기사라 자기권리 주장도 못하고 반말도 참아야한다. 기사들이 일한만큼의 대우를, 인간적인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

▲ 임종린 지회장은 지난 8월 29일 오후 경기도 고양에서 일하는 제빵ㆍ카페기사들을 만나 노조를 홍보하고 노조에 가입시켰다.
노조가 이야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돼

8월 17일 지회 설립신고를 한 후 열흘 만에 조합원 250여명이 가입했다. 제빵기사와 카페기사가 조합원 대상자인 파리바게뜨지회는 지회장 등 지회 간부가 있는 인천에 과반수의 조합원이 있으며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조합원이 있다.

“인천에 조합원이 많은 이유는 우리가 정의당에 신고한 것을 아는 사람이 많아서다. 노조 결성 첫날에 인천에서 가입 대상자 40여명을 모아놓고 교육했는데 한두 명을 빼곤 가입했다. 그 사람들이 전국에 흩어져있는 교육 동기생들에게 퍼트려 조합원이 확대됐다”

노조를 만들고 사장이나 협력사의 방해가 있었냐는 질문에, 노조 간부들에게는 그런 일이 없지만 사장들끼리 공유하는 SNS 채팅방에는 어느 점포 기사가 노조에 가입했는지 확인하고 묻는 경우가 많아 불안해하는 조합원이 있다고 했다. 다수가 조합에 가입한 인천은 그런 일이 없지만, 소수가 가입한 곳은 빨리 교육일정을 잡아 조합원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인천에서 태어난 임 지회장은 초등학교 때 아버지 고향인 경북 상주로 이사 갔다가 고등학교 때 다시 인천으로 왔다. 파리바게뜨와 인연을 맺은 건 10년 전이다. 처음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사장이 일을 잘한다고 제빵기사를 추천해 교육을 받고 지금에 이르렀다. 임 지회장은 ‘손에 맞아서 했다’라고 표현했다.

“월급이 밀린 적도 없고 고용불안을 느끼지도 않아서 지금까지 정규직인줄 알았다. 남들한테 파리바게뜨 다닌다고 하면 다 아니까 애사심도 있고 열심히 일했다. 수당 몇 만원 때문에 시작했는데 이렇게 일이 커질지 몰랐다. 처음부터 노조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다”

아직도 지회장인 자신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임 지회장은 조합원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간부로서 역할이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기사들이 퇴사하는 이유를 보면, 자신의 말을 협력사도 안 들어주지, 사장도 안 들어주지, 게다가 지원기사하고도 사이 안 좋으면 그만둬 버린다. 노조가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얼마 전에 4년 일한 기사가 조합에 가입했다. 연장근무 2시간을 달아 한 달에 수당이 2만원 생긴 걸로 사장이 난리를 쳤다고 한다. 화가 나서 나한테 전화했더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 같다. 사장하고 싸울 때 녹음하라고 얘기했다. 기사들은 얘기만 들어줘도 풀린다. 그 전에는 그런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