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파리바게트지회 "사측 노조탄압 맞서"
180일째 천막농성... 영하 16도 성탄절에도 농성

인천투데이=서효준 기자│사람들이 가족 또는 지인과 함께 나눌 선물을 들고 집으로 향할 때 농성장에서 성탄절을 보낸 이가 있다.

성탄절 최저 기온은 영하 16도를 기록했다. 영하권을 기록해 꽁꽁 얼어버린 거리를 지킨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임종린 파리바게트지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트지회는 사측인 에스피시(SPC) 그룹의 노조 탄압에 맞서 180일째 서울 한남동 ‘패션5’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노조는 “에스피씨(SPC)그룹은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라”며 농성을 하고 있다.

농성 179일째인 지난 26일 농성장을 찾았다. 이날 서울 아침 날씨는 영하 16도를 기록했다. 천막 안에 발전기를 돌려 사용하는 전기장판이 있긴 하다 하지만 매섭게 들어오는 한기를 막긴 부족했다.

인천 서구에 살고 있는 임 지회장은 천막 농성을 시작한 뒤 조합원들과 돌아가면 농성장을 지킨다. 지난 7월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시작한 농성은 어느새 ‘한파’를 맞이했다. 임 지회장은 이날도 농성장을 지킨다.

파리바게뜨지회는 '파리바게뜨 노조파괴 중단'을 요구하며 지난 24일 SPC 노조파괴 중단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사진제공 파리바게뜨지회)
파리바게뜨지회는 '파리바게뜨 노조파괴 중단'을 요구하며 지난 24일 SPC 노조파괴 중단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사진제공 파리바게뜨지회)

당사자 없는 ‘이행 완료 선포식’‧‧‧ 노조 탈퇴 종용까지

파리바게트 이야기는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파라바게뜨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와 카페기사(샌드위치와 음료 생산)를 불법파견하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같은해 6월 당시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은 ‘파라바게뜨가 인력 공급업체를 통해 파견 대상 업무가 아닌 제빵기사 5000명을 가맹점에 불법 파견하고, 청년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제빵기사들은 8월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를 설립해 불법파견에 대응했다.

고용노동부는 조사를 벌여 파리바게트의 5378명(제빵기사 4362명, 카페기사 1016명) 불법파견과 연장근로수당 등 110억1700만원 임금체불 사실을 적발하고 파리바게뜨에 시정을 명령했다.

파리바게뜨가 직접 고용을 하지 않을 경우 불법파견 1명 당 1000만원 등 500억원 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회적 비판이 확산하고,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자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는 2018년 1월 파리바게뜨노조와 정의당, 민주당, 가맹점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사회적 합의를 했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제빵기사 등을 SPC의 자회사가 고용하고, 이들의 급여를 3년 안에 본사 소속 제빵기사 수준에 맞추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SPC는 자회사 설립 3년을 맞은 올해 4월 1일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 새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파리바게뜨지회와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열린 행사였다. 임 지회장은 “회사는 선포식에서 3년간 임금을 총 39.2% 인상했다고 밝혔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은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이 기소한 관리자를 오히려 진급시켰다. 노사 간담회‧협의체는 전혀 진행된 바 없다. 한국노총 소속 피비파트너즈노조가 교섭 노조라는 이유로 그들과 이행 여부를 논의하고 행사를 열었다. 당시 합의는 한국노총이 아닌 민주노총인 우리와 했다. 합의 당사자를 제외하고 진행한 합의 이행 선포식”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11월 11일 청와대 앞에서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가 ‘SPC 파리바게뜨 노동조합 탄압 중단, 부당노동행위 철저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사진제공 화섬식품노조)
지난 11월 11일 청와대 앞에서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가 ‘SPC 파리바게뜨 노동조합 탄압 중단, 부당노동행위 철저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사진제공 화섬식품노조)

“회식자리 이용해 노조탈퇴 종용”‧‧‧ 조합원 750여명 이제 250명 남아

매달 100건이 넘는 조합원 탈퇴서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한 달에 평균 1~2건, 많아야 10건이 들어오던 탈퇴서가 갑자기 100건 이상 들어왔다. 750여명이었던 조합원은 현재 250여명으로 줄었다.

탈퇴서와 함께 각 지역의 제빵기사로부터 제보가 전해졌다. 중간관리자(BMC)들이 각 지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압박했다는 내용이었다.

또 ‘민주노총 파리바게뜨 노조원을 많이 탈퇴시킨 중간관리자(BMC)에게 탈퇴 노조원당 1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까지 회사가 포상금을 지급했다’는 전직 BMC의 폭로도 나왔다.

파리바게뜨지회는 지난 7월 1일 이 같은 중간관리자의 폭로를 공개하고, 고용노동부에 사측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하고, 압수수색과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또 경찰에 업무방해와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한 뒤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인터뷰 중인 임종린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
인터뷰 중인 임종린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

임 지회장은 “지난 7월에 고소‧고발했지만 아직 조사 중이란 답변뿐이다. 벌써 5개월이 지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조합원들이 제보한 내용을 보면, 중간관리자(BMC)들이 회식 자리를 만들어 민주노총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 더욱이 그 자리에서 결제 시 사용한 카드는 심지어 법인카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명백한 불법노동행위이자 노조탄압이다. 국내 최대 빵집이라는 파리바게뜨의 실체는 노조탄압기업"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노조 가입이 필수인 유니온샵 제도를 악용해 신입직원을 한국노총 노조에 가입시키고 있다. 입사와 동시에 신입직원을 한국노총 노조에 가입시킨다. 민주노총에 가입하려면 기존 노조를 탈퇴한 뒤 가입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임 지회장은 “제빵사들이 행복해야 ‘달콤하고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합의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오히려 민주노조를 말살하려는 SPC 횡포를 함께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수도권 지부는 지난 24일부터 노조탄압을 막기 위해 SPC를 향해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30일간의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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