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인천투데이 공동기획]
나답게 크는 아이 지원사업 ④
파견전문가 아동지도 사례와 사업 제언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ㅣ아동권리보장원이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을 통해 인천에서 추진하고 있는 ‘느린 학습자(경계선 지능 아동, 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 지원 사업엔 파견전문가 40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지역아동센터 40곳에서 아동 200명을 만나고 있다.

파견전문가는 경계선 지능 아동을 거의 매일 일대일로 만나 기초학습능력 강화 프로그램과 사회적응력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파견전문가 1명이 담당하는 아동은 지역아동센터 1곳 5명이다.

파견전문가는 하루에 4시간 30분(휴게시간 포함)을 쪼개 아동 5명을 만나 읽기와 쓰기, 산술 능력을 중심으로 한 개념 중심 학습을 지원하고 상담한다. 경계선 지능 아동 전용 교구재를 사용한다.

이들은 “느린 학습자 지원 사업을 본격 시작한 게 몇 개월 되지 않았지만, 아동들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며 “지원 사업이 길어지면 더 많이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원사업으로 아동들 많이 바뀌어…지속성 필요”

파견전문가가 기초학습 능력강화 또는 사회적응력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해 아동들이 만든 결과물.(사진제공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파견전문가가 기초학습 능력강화 또는 사회적응력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해 아동들이 만든 결과물.(사진제공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인천 A지역아동센터 파견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B씨는 이번 지원 사업으로 경계선 지능 아동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 그는 경계선 지능 아동에 대해 공부하면서 주변에서 봐온 얼굴이 떠올랐다.

그 아동이 학교에서 왜 집단따돌림을 당하는지 깨달았다. 경계선 지능 아동이 확실한데, 이를 부모나 학교 교사, 친구들이 몰라 사회적으로 방치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고 신경이 더 쓰였다.

B씨는 아동들을 만나기 위한 시간표를 짰는데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시간표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도 느꼈다. 매일 만나는 것이 중요했다. 아동 한 명당 가급적 매일 셈하기와 쓰기, 읽기 등 기초학습프로그램을 40분 동안 진행하고 주 2회 사회적응프로그램과 보드게임을 진행했다. 시간이 조금 남으면 좋은 그림책을 같이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일 일대일 밀착수업을 하면, 가정사를 알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가정사를 듣게 되고 관심을 주고 이야기를 나누며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던 아동들이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한 달 정도 되니 마음을 열었다.

B씨가 만나는 C양은 모든 것이 재미없고 무기력증이 심했다. 초반에는 수업도 반강제적으로 참여했다. 안 나오면 B씨는 “빠지면 안 되니 빨리 나와. 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라며 설득했고, C양은 수업 횟수가 많아질수록 점점 밝아졌다. 이제 수업시간이 되면 약속시간보다 늦더라도 반드시 나타난다.

C양은 구구단 외우기와 나눗셈을 할 수 있게 됐고, 자신이 손재주가 좋은 것도 알게 됐다. B씨의 자녀가 속상하게 한 일이 있는 날 C양에게 털어놓으면 이제는 “선생님이 이해해 주세요”라거나 같이 “자녀가 잘못했다”면서 공감해주기도 한다.

B씨는 “경계선 지능 아동은 인지에 대한 자극과 돌봄, 사랑이 필요하다”며 “지원 사업으로 만난 아이들이 5개월 만에 정말 많이 바뀌었다. 사업이 지속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점점 좋아진 아동들, 꿈도 갖게 돼”

파견전문가가 아동과 진행 중인 기초학습 능력강화 프로그램 중 하나.(사진제공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파견전문가가 아동과 진행 중인 기초학습 능력강화 프로그램 중 하나.(사진제공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인천 D지역아동센터 파견전문가 E씨는 주변 지인이 경계선 지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지인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봤기에,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약간의 개입이 필요한 상태이지만 평범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지원 사업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E씨도 맡고 있는 아동 5명을 매일 만나는 방식으로 수업하고 있다. 아동들은 집중시간이 짧아 E씨가 기획한 뽑기놀이와 학습, 보드게임 식으로 수업한다. 처음에는 아동들이 자리에 앉기까지 15분이 넘게 걸렸지만 지금은 5분 정도면 자리에 앉아 집중한다.

G군은 처음 만났을 때 눈 맞춤이 아예 안 되는 아동이었다. 눈 맞춤이 안 되니 지나치게 경직돼있고 대화도 안 됐다. 수업을 진행하는데 다른 아동이 방에 들어오면 30분 동안은 자기영역을 침범했다며 그 친구를 때리거나 자기 머리를 때리고 소리를 지르는 등, 난리가 났다. E씨가 G군과 만난 초반에는 몸무게가 하루 만에 2㎏이나 빠질 정도였다.

G군은 날씨와 캐릭터 등을 주제로 한 쪽지 다섯 장을 만들고 그 쪽지를 하나씩 뽑아 관련 주제를 이야기하는 뽑기놀이로 사회적응력이 점점 좋아졌다. 뽑은 쪽지의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수식어를 붙여 말할 수 있게 하자, 단답형 이야기는 점점 긴 대화로 발전했다.

G군은 종이컵 쌓기 놀이를 하며 꿈도 갖게 됐다. 처음에는 종이컵을 피라미드 형태로만 쌓다가 자신이 본 건축물들을 기억하며 콜로세움이나 피사의 사탑 모양으로 쌓기 시작했다. 보드게임도 길게 안 하던 아동이 종이컵은 30분 이상 쌓았고, 만드는 조형물이 점점 늘었다.

그렇게 쌓은 컵은 다른 아동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이 됐고, 이제는 다른 아동이 종이컵을 만지거나 쓰러트려도 괜찮다고 얘기한다. 친구들의 인정으로 본인 스스로 ‘난 좀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학습에 집중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G군은 그렇게 건축가가 되겠다는 꿈도 갖게 됐다.

E씨는 “아동들이 선생님은 잘 해내는 사람이니 나도 잘 할 거 같다고 이야기를 하더라”며 “아동들을 만나며 영향력이 전해진다는 것을 느꼈고, 아동과 함께 성장했다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지원 제도, 사업 공백 최소화와 장기 지원 필요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 사업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백현주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는 “핀란드 등은 학교에 경계선 지능 아동을 지원하는 담당자가 있다”며 “그들은 항상 수업에 참여해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계선 지능 아동 자립 지원 사업이 잠깐 불붙었다가 꺼지는 것이 아니라 확장돼 정책이나 제도로 자리잡아야한다”며 “경계선 지능 도움센터 등을 만들어 전문가를 양성하고 학교에 파견하는 방법도 만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 사업이 진행되는 인천지역아동센터 센터장들은 ▲사업 공백 최소화와 장기간 아동 지원 ▲센터당 지원 아동 축소와 집중 지도 ▲현재 6학년 아동 지원 유지 ▲공동교재 아동 수준에 맞게 세분화 ▲파견전문가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 ▲사업 서류 간소화 ▲치료놀이 외부 전문 강사 결합과 센터 전체 아동 대상 프로그램 배치 ▲아동 수준별 지도 시간 효율적 배분 ▲코로나19 위기상황 대비한 대안적 지도방식 마련 ▲사업 명칭 변경 등을 개선점으로 제안했다.

※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파견전문가와 아동 모두 비실명 처리했습니다.

※ 이 기사는 2020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복권기금사업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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