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인천투데이 공동기획]
나답게 크는 아이 지원사업 ③
느린 학습자 지원사업 필요성과 사례

인천투데이=장호영 기자ㅣ아동권리보장원이 2020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복권기금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느린 학습자( 경계선 지능 아동, 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ing)’ 지원 사업은 국내 5곳의 지역아동센터 시ㆍ도지원단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을 통해 ‘나답게 크는 아이 지원사업’을 받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두 곳의 관계자들은 “이 사업은 반드시 필요하고 지속돼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의 파견전문가가 진행 중인 사회적응력 높이기 프로그램에 지원 아동이 참여하고 있다.(사진제공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의 파견전문가가 진행 중인 사회적응력 높이기 프로그램에 지원 아동이 참여하고 있다.(사진제공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인천에서 10년 넘게 운영 중인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은 해가 갈수록 센터가 맞게 되는 경계선 지능 아이가 늘어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사회 변화로 인한 환경적인 요인이 크다며 이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원사업 파견전문가가 아이들을 직접 만나 학습을 지원하고 사회 적응력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7월부터로 3개월 밖에 안 됐지만,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이 느끼는 아이의 변화는 매우 컸다.

발음 안 좋던 아이, 사람들 앞에서 책 또박또박 읽어

A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B군은 말할 때 발음이 아주 안 좋아 말을 알아듣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사람들 앞에서 책을 읽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책을 또박또박 읽기 시작했다. 그동안 센터에서도 B군을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어려움을 겪던 아이가 파견전문가의 학습 지원 등으로 많은 변화가 생긴 것이다.

B군의 사회성도 많이 좋아졌다.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도 높아지니 또래 아이들과 관계도 좋아졌다. A센터 교사들은 B군이 경계선 지능 학습 지원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하고 있다.

파견전문가 진행 중인 기초학습 능력강화 프로그램 중 하나.(사진제공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파견전문가 진행 중인 기초학습 능력강화 프로그램 중 하나.(사진제공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C양은 한글 읽기와 쓰기를 아예 못했다. 스마트폰으로 글씨를 누를 줄은 알지만 필기도구를 들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지는 못했다. 파견전문가의 지원으로 낱말 맞추기 등 여러 관련 활동을 하니 점점 좋아졌다. 이제는 쉬운 단어는 읽고 쓰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아예 하지 않고 눈으로만 봤으나 지금은 하려고 노력한다.

집중력이 약하고 산만했던 아이는 이제 학습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이고 있고,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던 아이는 ‘집에 가면 누구랑 놀지’라고 이야기할 정도가 됐다. 수업을 듣게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아이는 파견전문가가 학습방에 ‘들어오세요’ 하면 들어오고 ‘끝났어요’ 하면 나가는 것이 가능해졌다.

A센터 관계자는 “책을 앉아서 읽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다”라며 “집에 가서도 친구 이야기 한 마디 못하던 아이들이 책을 앉아서 읽게 되고 집에 가서 친구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만 해도 엄청난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보면 캄캄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지원과 지지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파견전문가 선생님과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휴원으로 다시 시작하는 아이들, 큰 힘이 된 지원사업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쉬고 지역아동센터도 휴원했다. 3개월 휴원 후 만난 아이들은 ‘리셋’ 상태였다. 센터 문을 다시 연 후 아이들은 다툼이 잦았고, 센터 교사들에게 뭐라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규칙과 배려하는 마음은 무너진 상태였다. 관계 회복을 위한 시간을 가졌지만 잃어버린 시간만큼 되돌리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지원사업은 큰 힘이 됐다.”

D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나답게 크는 아이 지원사업’을 이렇게 말했다.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겐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정성을 쏟아야한다. 처음부터 다시 모든 걸 시작해야하는 아이가 20명 정도 있는데, 교사 2명이 몇십 배 정성을 쏟아야하는 아이까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찼다.

이런 상황에서 시작한 지원사업은 단비 같은 존재였다. 파견전문가가 지원사업 참여 아이들을 맡는 동안 센터 교사들은 다른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파견전문가 진행 중인 기초학습 능력강화 프로그램 중 하나.(사진제공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파견전문가 진행 중인 기초학습 능력강화 프로그램 중 하나.(사진제공 지역아동센터 인천지원단)

D센터를 다니는 E군은 아직 한글을 모르고 읽기와 쓰기를 어려워했다. 말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고 한글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글씨 모양을 외울 수 있는 정도였다. 게다가 너무 산만해 자전거 타기를 못 배울 정도였다.

센터의 노력 끝에 읽기는 지난해 겨우 마쳤는데, 10문제를 내면 2문제 정도를 맞추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공백기 후 다시 학습이 초기화됐다.

파견전문가의 학습 지원으로 3개월 만에 10문제 중 7문제를 맞추게 됐다. 맞춤법이 아직 정확하진 않지만, 읽기와 쓰기는 많이 개선됐다.

F양은 초등학생이지만 아직 한글을 몰라 유아 교재로 배우고 있다. 학교에서 도움반을 다니지만 공부하기 싫다며 뛰쳐나가기도 하고 드러눕는 게 다반사다. 당연히 공부를 위해 자리에 앉히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파견전문가와 많은 씨름을 벌인 끝에 이제는 자발적으로 학습실에 들어간다. 파견전문가에게 ‘선생님 좋아요’라는 말도 할 수 있는 아이가 됐다. 대화를 길게 하지 못하던 아이가 자기가 그린 그림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다.

D센터 관계자는 “아이들이 참여 욕구를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발전이다”라며 “부모에게 아이가 무언가를 하고 있고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주면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계선에 있는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면 더 효율이 좋을 것”이라며 “지원 사업이 중간에 끊기지 않고 지속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 지원 아동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 비실명 처리했습니다.

※ 다음 호에는 인천지원단의 파견전문가들의 아동지도 사례를 실을 예정입니다.

※ 이 기사는 2020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복권기금사업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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