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대학생과 인천시민회의 첫 시위... 674일 천막농성
학생운동ㆍ시민운동에서 주민참여 범시민반환운동 확산
총 반환비용 4915억 76.5% 납부 2023년 소유권논의 전망

인천투데이=김갑봉 기자 | 금단의 땅 인천 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 담장이 81년 만에 헐렸다.

시는 지난 14일 캠프마켓 옛 정문 담장을 허물고 기지 일부를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현재 시가 국방부와 협의해 개방하는 곳 야구장 등 B구역이다.

시는 지난 14일 박남춘 시장과 신은호 시의회 의장, 홍영표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방행사를 개최했다. 하지만 정작 미군기지 반환과 개방을 위한 시민운동에 앞장선 이들은 초대받지 못했다.

그나마 신은호 의장이 미군기지 개방이 있기까지 반환 시민운동과 토양오염정화 시민운동에 헌신한 시민사회단체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표한 게 위안이 됐다.

하지만 부평미군기지 반환을 위해 노력한 시민들의 참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초대받은 참석자들조차 아쉬움이 큰 행사였다고 입을 모았고, 시민운동의 성과를 행정과 일부 정치권만의 성과로 치환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부평미군기지 반환운동을 전개한 시민사회단체는 24일 미군기지에 모여 개방을 환영하는 시민 주관 시민환영행사를 진행하고, 후속과제를 촉구하기로 했다.

인천 지역 시민사회단체 15개로 구성한 ‘우리 땅 부평미군기지 되찿기 및 시민공원 조성을 위한 인천시민회의’는 미군기지 반환 주역인 시민들과 함께 24일 오후 2시 시민환영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부평미군기지 반환 시민운동 기록 사진 모음.
부평미군기지 반환 시민운동 기록 사진 모음.

학생운동ㆍ시민운동에서 주민참여 범시민반환운동으로 확산

부평미군기지가 반환운동이 시작된 해는 1996년이다. 인천시민회의와 당시 인천ㆍ부천지구총학생회연합 대학생들은 8월에 부평구에서 열린 인천시민통일대회 행사를 기점으로 부평미군기지 반환운동을 본격화했다.

인천 지역 대학생과 인천시민회의는 미군기지 반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첫 가두시위를 벌였고, 숱한 대학생들이 경찰로 연행됐다. 학생들은 또 미군기지 반환을 요구하며 미군기지 안에 들어가 물탱크에서 고공시위를 전개하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시민단체들의 운동에만 머물지 않고 주민 속으로 들어가, 주민들을 설득하고 조직했다. 부평미군기지 인근 부평동과 산곡동 주민들이 그렇게 반환운동에 힘을 보탰다.

인천시민회의가 시작한 시민운동은 주민운동으로 확산했고, 나중에는 정치권도 같이 참여하는 부평미군기지공원화추진협의회도 만들어졌다.

당시 최용규 부평구청장(현재 인천대학교 이사장)은 인천시민회의와 부평미군기지공원화추진협의회와 소통하고 협력하며 시민들의 의지를 모았고, 당시 고 최기선 인천시장을 직접 부평동아아파트 옥상으로 초청해 미군기지를 보여준 뒤 반환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등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나섰다.

미군기지반환 시민운동은 특히 1998년 캠프마켓 온 둘레를 시민들이 둘러싸는 인간 띠 잇기 행사로 장관을 연출했다. 이후 2000년 인천시민회의는 캠프마켓 반환을 위한 천막농성과 함께 릴레이 단식농성을 진행했고, 천막농성은 2002년 캠프마켓 반환 결정이 내리질 때까지 674일이나 지속됐다.

2002년 캠프마켓 반환 결정이 내려지긴 했지만 실제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기 까지는 18년이라는 세월이 더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부대 내 토양오염까지 발견돼 주한미군에 책임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1995년 8월 당시 최기선(가운데 뒤) 인천시장이 부평구를 방문해 최용규(맨앞, 당시 부평구청장) 이사장로부터 미군기지 반환 후 활용계획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 부평문화원)
1995년 8월 당시 최기선(가운데 뒤) 인천시장이 부평구를 방문해 최용규(맨앞, 당시 부평구청장) 이사장로부터 미군기지 반환 후 활용계획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 부평문화원)

반환비용 4915억원 76.5% 납부... 2023년 소유권 논의 전망

현재 캠프마켓 A구역은 토양정화 작업이 한창이다. 오염정화 비용과 관련해 주한미군과의 협상은 남은 과제다. 이 구역은 2022년 토양정화를 마무리한 뒤 시민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시는 현재 캠프마켓 활용방안 마련 및 유적 조사도 함께 진행 중이다.

시가 오전 9시부터 5시까지 개방하는 B구역도 야구장부터 곧 오염정화가 시작된다. 시와 국방부는 다음 주 오염정화 착수시기를 협의할 계획이다.

시는 B구역 오염정화가 시작되면 정화지역은 미개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야구장은 올해말까지 정화를 마치는 것으로 계획돼 있어 내년 초 다시 개방하고, 야구장 정화를 마치면 다른 구역이 정화로 미개방된다.

한편, 미군기지는 현재 전부반환이 아니라 일부 반환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미국에서 평택미군기지 빵공장 건설을 위한 기술자 수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부평미군기지 빵공장 이전이 지연된채 여전히 가동 중이다.

미군기지가 개방됐지만 소유권 이전은 2023년께 가능할 전망이다. 미군기지반환 비용은 4915억 원으로 행정안전부와 인천시가 67대 33의 비율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납부하게 돼 있다. 현재 76.5%를 납부했다.

땅값이 상승해 추가 반환비용이 500~600억 원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지가 상승분을 정부와 시가 분담하는 방안을 두고 협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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