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B측 사건 후 휴대폰 바꿔 증거인멸 정황 지적나와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옥상에서 같은 중학교에 다니던 동급생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2명에게 검찰이 최고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고은설) 심리로 지난 19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한 A군과 B군에게 징역 10년과 7년을 각각 구형했다.

인천지방법원.
인천지방법원.

구형에 앞서 진행한 검찰 쪽 심문에서 B군은 “(범행 장소인) 28층 옥상에서 (범행을 마친 뒤) 1층으로 내려올 때까지 A군이 범행(성폭행)하는 동안 범행 장소 한 블록 위 계단에서 (48분간) 기다리기만 했다”고 진술했다.

B군은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A군이 앞선 공판에서 자신을 주범으로 지목한 진술을 전면 부인하며 “A군이 성폭행을 시도했고, 저는 전혀 시도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B군에게 ‘피해자를 부르기 전부터 성관계를 계획한 것이 맞나?’, ‘피해자를 취하게 할 장소로 헬스장을 미리 섭외했나?’, ‘피해자를 불러 술을 마셔 취하게 한 뒤 성관계를 하려한 것 아닌가?’ 등을 질문했다. B군은 모두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진 심문에서 검찰 쪽은 범행 당일인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2시 55분부터 오전 3시 43분까지 약 48분간 범행 장소인 아파트 28층 상황을 추궁했다. 해당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 녹화된 영상을 보면, A군과 B군은 사건 당시 범행 장소에 48분간 있었다.

A군은 지난 공판에서 “28층에서 B와 가위 바위 보를 해 성관계 순서를 정했다. B가 져서 먼저하고 내가 나중에 하기로 했는데, B가 신체적 결함으로 성관계에 실패했다”고 한 뒤 “다음에 내가 성관계를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A군의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결과 사건 당일 오전 3시 1분께 피해자의 나체가 촬영된 사진이 발견됐다”며 “이는 A군이 성관계를 마친 뒤 찍은 사진으로 보이며, 이어 B군이 재차 성관계를 시도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B군은 “A가 성관계하는 동안 28층 한 블록 위 비상계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A에게 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A가 심하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 말리지 못했다. 기다리다 지쳐 잠들기도 했다. 기다리다가 사진 찍는 소리(찰칵)만 들었다”고 답했다.

이어진 A군 변호인의 심문에선 A군과 B군이 피해자 강간 후 피해자를 28층에 방치하고 국밥을 먹으러 왔을 때 상황이 쟁점이 됐다.

A군 변호인은 “A군이 혼자 성폭행을 했든, B군이 함께 했든 중요하지 않다. (성폭행이 끝난 뒤) 새벽 4시께 국밥집을 가자고 누가 얘기했는가?”라고 묻자. B군은 “내가 했다”고 답했다.

A군 변호인은 “A군과 함께 있는데 B군의 부모님이 갑자기 방문해 결제해주고 가셨다. 함께 국밥을 먹는 동안 (B군) 부모님은 밖에서 기다렸나?”라고 묻자, B군은 “맞다”고 했다.

이 상황을 두고 A군 변호인은 B군에게 “(부모님에게) A군과 담배 한 대 피고 집에 들어갈 테니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다. 새벽 4시에 국밥집에서 밥값을 계산해주고 친구와 담배를 피우고 오라고 하는 말이 상식적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B군은 사건 당일 오전 A군에게 ‘큰일 났다’, ‘우리 어떻게 하느냐’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본인이 성폭행하지 않았으면 보이지 않았을 행동이다. 왜 그런 메시지를 보냈는가”라고 물었다.

B군은 “아침에 일어나서 A군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은, 피해자와 술을 먹은 것을 무서운 형들이 인지하게 돼 말한 것”고 말했다.

이에 대해 A군 변호인은 “B군이 부모님에게 한 행동을 보면, 술 먹은 정도의 문제는 B군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B군에 대한 심문이 끝난 뒤 검찰 쪽은 “피고인들은 피고인들을 두려워하는 1년 후배를 불러내 협박한 뒤 피해자를 불러내 성관계를 할 목적으로 큰 컵에 과도하게 술을 먹여 30분 만에 피해자가 술에 취해 쓰러지게 했다”며 “성관계를 목적으로 (먼저 불러낸) 1년 후배를 집에 보내고 피해자를 지하 1층으로 옮겼으나 발각될 것을 우려해 인적이 드문 28층으로 끌고 갔다”고 피의 사실을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중학생인 점 등을 고려해도 피고인들이 사건의 엄중함을 알았을 것이고,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공판에선 B군이 사건 직후 휴대폰을 바꾼 점도 드러났다. 검찰은 B군이 증거 인멸을 위해 휴대폰을 바꾼 것으로 봤고, B군은 “예전부터 바꾸고 싶었다. 아버지가 사고 싶었던 중고 휴대폰을 가져와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쪽이 “검찰 조사에선 사건 당일 쓰던 휴대폰을 바꾸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왜 그랬나?”라고 묻자, B군은 “착각했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피고인들은 지난해 12월 23일 새벽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헬스장에서 동급생을 불러 술을 먹인 뒤 28층 계단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거나 성폭행을 하려다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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