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공무원 뇌물 사건 직후인 2018년 7월 27일 취임
노조 갈등, 전공의 사망, 직원 횡령 등 악재 뚫고 연임될까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김양우 길병원 병원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길병원 등에 따르면, 가천학원 의료원장이었다 지난 2018년 7월 27일 길병원 신임 병원장으로 취임한 김양우 병원장의 임기는 2년으로 이달 26일까지이다.

김 원장은 연세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1988년부터 길병원 성형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1993년 이대목동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2007~2009년 병원장을 역임했다.

2013년 길병원 경영원장으로 부임한 뒤 2016년 가천학원 의료원장을 맡아 가천대 부속 동인천길병원과 길한방병원을 총괄하는 의료원장으로 취임했다.

길병원 건물 모습.(사진제공 길병원)
길병원 건물 모습.(사진제공 길병원)

김 병원장은 2018년 5월 연구중심병원 선정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보건복지부의 국장급 공무원이 구속되고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당시 병원장과 직원이 입건된 사건 발생 직후 취임했다. 당시 길병원엔 국회의원 쪼개기 정치후원금 사건도 터졌다.

또한, 김 병원장 취임을 앞둔 7월 20일 길병원 직원들은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이하 노조)를 설립했다. 노조는 출범 후 이길여 길병원 설립자의 생일에 부서별로 축하 동영상을 찍고 사택 관리와 사택 내 행사에 동원되는 등 갑질, 시간외근무 수당을 주지않거나 연차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노동환경에 대해 문제 제기했다.

얼마 후 환자 진료기록 전산시스템 오류 등의 문제까지 발생했다. 이에 김 병원장은 취임 며칠 만에 첫 공식 담화문을 발표하고 반성과 미안함을 표현했다.

하지만, 김 병원장의 담화문에 대해 노조와 직원들은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과의 상생 방법 등 알맹이가 빠졌다”며 “오랜시간 상처받고 열악한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직원들에 대한 사과와 죄송함을 표현하는 것이 선행됐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김 병원장 취임과 노조의 출범은 비슷한 시기에 시작됐지만, 병원과 노조의 갈등은 김 병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시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노조는 출범 4개월 만인 12월 파업을 벌였다. 파업 찬성률은 97%에 가까웠으며, 열악한 노동조건과 인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노조의 문제 제기에도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김 병원장을 지난달 23일 부당노동행위와 노조법 위반 등으로 노동청에 고소했다. 병원 측의 노조 탈퇴 공작이 계속되고 있고, 파업을 종료하며 병원측이 2019년 1월 합의한 단체협약의 임금 인상과 인력 확충 등 노동조건 개선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병원장 취임 중 길병원 관련 여러 악재도 터졌다. 2019년 2월에는 야간 당직 근무를 서던 전공의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전공의가 사망 전 4주 동안 주당 평균 100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업무상 과로를 인정하고 산업재해로 판정했다.

또한 같은해 4월에는 일부 직원들이 환자들의 진료비 환급금을 가로챘다는 의혹으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으며, 노동청 조사에서 직원들에게 10억 원이 넘는 임금을 체불한 사실도 드러났다.

2020년 1월에는 간호사 탈의실을 지하주차장과 전 해부실습실로 사용하게 하고, 간호사들의 피 묻은 근무복을 집에서 세탁하거나 시설팀 직원들이 오폐수 처리시설 바로 옆에서 샤워하게 하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이 언론에 보도되며 공분을 샀다.

이에 김 병원장은 ‘직원 탈의실 이전 관련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게시하며 “직원들을 속상하게 해 병원장으로서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글을 통해 “대부분 노조가 병원에 확인도 하지 않고 노보를 발행하고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외부로 유출해 병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문제를 노조 탓으로 돌렸다.

김 병원장 취임 후 길병원은 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올해 3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발표한 ‘세계 최고의 병원’에 나온 국내 상급종합병원 42곳 중 길병원은 22위로 중간 정도 수준이었다.

또한,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9년 평가해 공개한 ‘2차 환자경험 적정성 평가’의 전반적 평가에서 국내 상급종합병원 42곳 중 39위로 거의 꼴찌를 차지했다. 의사 영역과 간호사 영역, 투약·치료과정, 환자권리보장 평가에서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반면, 길병원은 2019년 공개된 2018년 국내 상급종합병원 매출 규모에선 8위를 차지했다.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선 “수익은 국내 10위 안에 드는 데 지출은 제대로 안하는 병원” “최소한의 인원으로 수익을 내니 직원들은 힘이 들고 이직만 늘어난다” “규모와 수익은 최고 인데 직원 복지는 최악” 등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도 나왔다.

최근에는 길병원이 대학병원이 아닌 협력병원에 불과하며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정식 명칭이 ‘길의료재단 길병원’임에도 ‘가천대 길병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홈페이지와 건물간판 등을 통해 대학병원인 것처럼 홍보한 사실도 알려져 지역사회에 파문이 일었다.

길병원을 운영 중인 길의료재단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김 병원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병원장이 임기 내 발생한 여러 악재 속에서도 연임이 가능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 관계자는 “2019년 교섭 상견례 이후 김 병원장을 만난적이 없고, 2020년에 알려진 시설팀 탈의실 문제, 인력 부족도 여전하며 해결할  의지도  없는 듯하다”며 “병원의 순수익은 2019년에만 160억 원에 달하는 데, 병원평가 결과는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병원장은 더이상 환자를 돈벌이 대상으로, 직원을 돈벌이 도구로 내몰지 않아야 한다”며 “김 병원장이 지금과 변함없는 모습으로 연임을 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김 병원장이 연임을 하던 새 병원장이 오던, 지부와 직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책임있는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길병원 관계자는 “김양우 병원장이 연임을 할 지 다른 사람이 새 병원장에 취임할 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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