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뮤지엄파크 기획 ④ 인천시립미술관 건립준비 충분한가
인천시립미술관, 상설전시실 보류하고 동시대미술 기획전시
인천시 “상설전시 위해 현재 갖고있는 소장품 충분치 않아”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시립미술관을 건립하기 위한 인천의 미술 인프라가 과연 충분할까.

인천 뮤지엄파크 사업에서 인천시립미술관 건립사업이 부각된 가운데, 인천시립미술관을 채우기 위한 지역의 미술 인프라가 충분한 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인천 뮤지엄파크 조성사업은 디시알이(DCRE)가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 사업의 사회공헌 일환으로 시에 기부한 토지 5만4121㎡(1만6371평)에 인천시립박물관 이전사업과 인천시립미술관 건립사업을 말한다. 특히 인천시립미술관의 경우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시립미술관이 없는 인천시의 숙원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인천 미술계에서도 2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시립미술관 건립을 주장해오기도 했다.

인천 뮤지엄파크 계획배치도 (인천뮤지엄파크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요약보고서·자료제공 인천시)
인천 뮤지엄파크 계획배치도 (인천뮤지엄파크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요약보고서·자료제공 인천시)

인천시립미술관, 1970년대 이후 ‘동시대미술’ 전시

‘인천뮤지엄파크 시립미술관 콘텐츠 개발 학술용역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시는 ‘동시대(同時代) 예술의 통합과 확장’을 주제로 전시프로그램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세부 전시 구성안으로는 ▲전통과 지역 ▲동시대미술 ▲기술과 미래 ▲확장과 융합이다.

인천시 문화컨텐츠과에 따르면 동시대미술은 1970년대 이후 미술을 말한다. 현대미술이 보통 20세기 미술이라고 본다면 동시대미술은 현재까지도 활동하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이 동시대미술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한다. A씨는 “동시대 미술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게 정확히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인천에서 유통되는 미술품을 걸어주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B씨는 “사람들이 시립미술관을 보러 오려면 그만한 컨텐츠가 있어야 하는데 이미 현대미술관은 포화상태”라면서 “동시대 미술이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충분한 컨텐츠인가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문화컨텐츠과 관계자는 “함께 건립하는 시립박물관은 과거를 상징한다”며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전시 컨텐츠를 생각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다른 지역도 대부분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현대미술을 중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립미술관, 건립초기 상설전시실도 보류

인천시립미술관은 설립 초기 상설전을 보류한다. ‘인천뮤지엄파크 시립미술관 콘텐츠 개발 학술용역 연구보고서’를 보면 “시립미술관 전시시설의 규모는 4580㎡로 전시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에 따라 초기에는 상설전을 보류하되 추후 유수 소장품 기증이 주어질 경우 독립공간을 배치하는 것을 고려함”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상설전시실은 미술관 혹은 박물관의 수준을 나타내는 핵심 전시공간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경우 천경자 컬렉션을 상설전시하고 있다. 천경자 화가는 한국화의 채색화 분야에서 독자적 화풍을 이룬 화가로 ‘꽃과 여인의 화가’라고도 불린다. 천경자 작품 중 ‘꽃을 든 여인’은 경매 시작가가 6억6000만 원에 달한다. 천경자 화가는 서울이 고향은 아니지만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그 가치를 인정해 상설 전시 중이다.

부산시립미술관도 이우환 화가의 작품을 상설전시 중이다. 이우환 화가는 1936년 경상남도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의 미술운동인 모노파[物派]의 이론과 실천을 주도하며 국제적으로 활동했다. 파리비엔날레, 상파울로비엔날레, 카셀도큐멘타 등 국제전에 참여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이우환 공간이라는 전시공간을 배정해 상설 전시 중이다.

인천시립박물관 우현 고유섭 동상 (사진제공 인천문화재단)
인천시립박물관 우현 고유섭 동상 (사진제공 인천문화재단)

서울과 부산의 경우 그 지역을 대표할만한 작가를 기념하는 상설전시공간을 운영 중이다. 인천도 기념할 인물인 없는 것도 아니다. 인천문화재단은 한국 최초 미학자이자 미술사학자인 우현 고유섭 선생의 호를 딴 우현예술상을 매해 수여하고 있다. 이밖에도 개항기 활동한 풍속화자 기산 김준근, 최초의 성화가(聖畵家)인 장발, 최초의 현대 미술평론가였던 석남 이경성, 판화 개척자인 김상유 선생 등 다양하다. 특히 석남 이경성 선생은 인천시립박물관 초대 관장을 지내기도 했다.

상설전시관 보류에 대해 시 문화컨텐츠과 관계자는 “인천은 상설전을 위해 현재 가지고 있는 소장품과 컨텐츠가 충분하지 않다”며 “설립 초기는 상설전시실 없는 타 지역 미술관처럼 작가를 섭외해 기획전을 여는 게 훨씬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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