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뮤지엄파크 기획 ③ 통합수장고 부재
검여 유희강 선생 작품 놓치고 임시수장고 만들어
서울, 횡성에 유물 35만 점 담는 통합수장고 건설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인천은 언제쯤 유물 통합수장고를 가질 수 있을까.

인천 뮤지엄파크 조성사업은 디시알이(DCRE)가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 사업의 사회공헌 일환으로 시에 기부한 토지 5만4121㎡(1만6371평)에 시립미술관과 시립박물관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인천 뮤지엄파크 조성사업은 인천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20년 동안 줄곧 요구되던 인천시립미술관과 이전이 필요한 인천시립박물관을 동시에 건립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미술관계·박물관계 인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미술관과 박물관을 어떻게 짓느냐에 관심이 집중된 나머지 어느 순간 사라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통합수장고’다.

인천시, 검여 유희강 선생 작품 놓치고도 통합수장고 없어

뮤지엄파크 계획 단계에서는 ‘통합수장고’ 계획이 논의되기도 했다. 통합수장고는 여러 박물관의 유물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설이다. 초창기 뮤지엄파크 조성사업 계획안에는 뮤지엄파크 지하에 통합수장고를 두기로 하는 ‘안’이 나왔으나 이는 어느 순간 사라졌다.

인천의 통합수장고가 필요하다는 요구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인천 관공서의 중요 문서나 도서관의 장서를 보관할 장소도 없어 매번 폐기되는 게 인천의 현실이다. 게다가 시는 추사 김정희 이후 최고 서예가인 검여 유희강 선생의 작품을 수장고가 없다는 이유로 놓쳤음에도 통합수장고 계획은 없었다.

검여 유희강 선생 서거 30주년 기념 특별전 포스터
검여 유희강 선생 서거 30주년 기념 특별전 포스터

검여 유희강(1911~1976년) 선생은 1911년 인천시 시천동(현 검암 시천동) 출신으로 또 다른 인천 출신 서예가 동정 박세림 선생과 함께 추사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근대 서예가로 꼽힌다. 한국서예가협회 회장과 인천시립도서관 관장, 인천시립박물관 관장 등을 지냈다.

2010년 검여 유희강 선생의 가족대표 장남 우한규(83) 선생은 가족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213점을 기증하겠다고 인천시에 공문을 보내 뜻을 전달했으나 시는 이를 묵살했다. 당시 검여 선생의 후손들은 기증 조건으로 ‘항구적인 전시가 가능하게 해달라’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당시 시는 수장고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검여 선생의 후손은 인천이 기증을 거부하자 습작 600점과 작품 400점 등 1000점과 생전에 사용했던 붓, 벼루 등을 성균관대에 아무 조건 없이 기증했다.

수장고를 핑계로 한 인천의 문화재산 유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검여 선생과 쌍벽을 이루는 인천의 서예가 동정 박세림 선생의 작품도 인천에 없고 대전대학교가 소장하고 있다. 인천 출신의 최초 미학자인 우현 고유섭 선생의 유품인 친필원고를 비롯한 문화재급 미술사 연구자료도 동국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시는 검여 사건 이후 인천국제공항 근처에 임시수장고를 마련했다. 수장고 면적은 165㎡이며 관련 예산은 3억4400만 원이다. 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심의위를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여러 작품들의) 기증계획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 유물 35만 점 담을 수 있는 통합수장고 건설 추진

뮤지엄파크에 조성되는 인천시립박물관과 인천시립미술관의 수장고는 지하에 조성된다. 박물관의 수장공간은 수장고 2실 1100㎡와 전실 120㎡, 임시수장고 105㎡로 구성됐다. 미술관의 수장공간도 수장고 2실 840㎡와 전실 80㎡, 임시수장고 200㎡로 구성내용은 유사하며 면적만 조금씩 다를 뿐이다.

인천뮤지엄파크 개요
인천뮤지엄파크 개요

서울에서는 통합수장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은 강원 횡성군에 2022년까지 통합수장고를 지을 계획이다. <한겨레> 등 보도에 따르면 시립박물관과 미술관 등 소장품 35만 점을 보관할 수 있는 통합수장고를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에 짓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3월 23일 밝혔다. 목표 개관일은 2022년 7월이며 4만4615㎡ 부지에 연면적 9000㎡ 크기로 지어진다. 총 사업비는 총 428억8400만 원이다.

서울시는 통합수장고를 단지 유물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시설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형 유리창과 터치스크린 패널을 설치해 관람객들이 유물을 구경하고 보존처리의 전 과정을 관람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통합수장고 건립 사업을 2016년부터 추진해 왔으며, 2018년 횡성군을 건립 장소로 정하고 협약을 체결했다.

인천의 통합수장고 논의에 대해 시 문화컨텐츠과 관계자는 “당시 제기됐던 뮤지엄파크에 대한 의견 중 일부였을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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