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부평,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꿈꾸다
여성친화도시로 가는 실행파일

지난 호 ‘제1호 여성친화도시, 익산이 다시 태어나고 있다(상)’에서는 전라북도 익산시가 여성친화도시 조성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조례 등의 제도를 마련하고 전담 부서를 신설해 사업을 총괄하고 밀도 있게 추진하려는 모습을 살펴봤다. 아울러 이 사업에 여성의 참여와 협력을 활성화하는 게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라는 것도 짚었다. 이는 소프트웨어 부문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하드웨어 즉 도시공간은 어떻게 여성친화적으로 개선되고 있는지, 익산시가 3년째 추진해온 여성친화도시 조성 사업의 성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본다.

신도시 개발, 성별영향평가에 근거해 추진

▲ 익산시 어양동 중앙체육공원에 건립된 여성전용화장실. 여성친화도시 익산을 상징하는 대표적 건축물이다.
익산시는 ‘여성을 위한 도시 공간 개선은 시민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모토로 여성친화시범거리, 여성우선주차장, 공원 내 유모차 대여서비스, 여성전용화장실 등의 인프라를 갖춰나가고 있다고 한다.

익산시는 모현동 배산택지지구에 모현도서관을 지어 5월 30일 개관식을 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는데, 이 도서관은 여성친화 도시의 선두주자를 대표하는 도서관답게 여성을 배려한 세심한 손길로 여성친화형 도서관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어린이정보화자료실은 도서관 이용이 많은 엄마와 아이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출입구가 곧바로 이어지게 설계됐으며, 유모차가 이동하기 편리하게 출입문 턱이 없어 여성들의 눈높이를 배려한 점이 눈길을 끈다.

또한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를 위한 수유실을 별도로 마련하고 여성우선주차장을 도서관 입구 근처에 둬 여성 운전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아울러 도서관 1층에 여성친화 특화자료실을 별도로 조성했는데, 800여권의 특화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익산시 여성친화담당관실의 김강희 실무관은 “배산택지지구를 개발할 때 성별영향평가에 근거해 추진하도록 여성친화 시범타운으로 지정했다”며 “그런 만큼 모현도서관은 배산택지지구를 대표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지역 주민들에게 여성친화에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성친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앞으로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어양동 중앙체육공원에 건축한 여성전용화장실도 여성을 배려하는 익산시의 대표적 시설물이다. 여성‘우선’콜택시도 운영한다. 처음엔 여성‘전용’콜택시를 도입했는데, 운영상 여러 문제점이 있어 우선콜택시로 전환했다. 여성 기사나 모범기사를 채용해 교육한 뒤 일하도록 한다.

기존사업에 성별영향평가, 성인지적 관점 접목하는 게 핵심

▲ 익산시의 여성친화거리. 여성친화도시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여러 개 설치됐다.
하지만, 여성을 배려한 도시공간으로 개선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 적지 않은 예산이 뒷받침돼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단계적으로 지속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김강희 실무관은 “여성친화도시를 주차장이나 화장실 등을 여성친화적으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해다. 서울 여행프로젝트가 여러 좋은 사업성과를 냈지만, 처음에 도시 공간 개선에만 치우쳐 비난까지 받은 바 있다”며 “지역의 특성에 맞게 살려야 도시에 색을 칠할 수 있다. 초기부터 너무 하드웨어적인 면에 치우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이 부족해 인프라를 일시적으로 늘리기는 불가능하다. 개념을 확실히 정리하는 게 전제돼야한다. 그런 뒤 초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 뒤 “다시 처음부터 한다면 공감대 형성에 중점을 둘 것이다. 좀 천천히 가면 어떠냐. 찾아가는 교육과 공청회를 실시하고, 동아리 조직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겠다. 어느 정도 논의되고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에서 하드웨어를 결합해야 한다. 3년째 하다 보니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존 사업에 성별영향평가, 성인지적 관점을 접목하는 게 핵심”이라며 “어디나 저출산문제가 심각하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의 문제라 보고 ‘여성’을 키워드로 잡았다”고 한 뒤 “도시 공간에 성인지적 관점을 접목해 여성의 도시공간권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도시이미지 개선, 가족친화마을 조성으로 확산

▲ 공원에 설치된 유모차 대여대.
익산시가 도시공간을 여성친화적으로 바꿔나가고 있지만, 아직 시민들이 피부로 실감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여성친화도시 조성 사업의 성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성과는 도시(지역)의 이미지 개선이다. 김강희 실무관은 “여성친화정책은 다른 정책보다 사회, 문화적 환경의 변화를 더 많이 가져올 수 있다”며 “이리역 폭발사고, 도시의 대표 브랜드가 없는 상황에서 이제 배려와 돌봄의 도시로 공무원을 비롯한 시민들이 자긍심을 가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여성친화도시 조성 사업은 다른 사업도 뒤따르게 하는 효과를 낸다. 익산시 금마면 구룡마을이 올해 여성가족부에서 공모한 가족친화마을 조성 시범사업에 선정된 것이 대표적 예다.

김강희 실무관은 “여성친화도시 지정으로 인해 다른 공모사업에 가점을 부여받을 수 있다. 가족친화마을 선정도 그랬다”고 들려줬다.

가족친화마을이란 지역의 역량을 강화해 다양한 가족 유형을 인정하고, 구성원의 돌봄 요구 충족, 지역구성원 간 소통, 교류와 연대강화를 통해 가족과 가족을 잇는 돌봄마을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구룡마을 등 전국 8개 지역이 선정됐다.

부평구 또한 ‘함께 키우는 새싹사랑’이라는 사업이 선정돼, 이를 부평구건강가정지원센터 가족품앗이에서 운영하고 있다.

가족친화마을로 선정된 구룡마을은 89세대 주민 206명이 거주하는 농촌마을로 마을회관과 공동우물을 중심으로 화합과 소통이 잘 이뤄지고 있는 마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민족 고유의 품앗이 문화가 계승되고 있는 아름답고 정이 살아있는 마을이다. 대나무 숲이 4만 5000㎡에 펼쳐져있으며 ‘미륵사지 석탑~구룡마을~서동공원~왕궁리 유적’을 잇는 무왕 둘레길도 조성돼 타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매주 실버아카데미에서 노인들을 위한 한글교육, 노래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양성평등교육과 독거노인의 안전을 위한 안부 묻기 릴레이, 가족품앗이 사업 등 가족친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김강희 실무관은 “구룡마을은 여성가족부가 선정한 가족친화마을 8개 중 유일한 농촌형”이라며 “독거노인들이 많이 살고 한글을 모르는 노인들이 의외로 많다. 주로 딸기 농사를 짓는데, 품앗이가 활성화돼 공동체 요소 인프라가 좋다. 산신제도 지낸다. 마을회관에서 점심과 저녁을 같이 먹는다”고 덧붙였다.

성주류화 정책 기반 강화 위해 계속 노력

익산시는 9월 14일, ‘2011 여성친화도시 조성사업 추진사항과 신규 사업 발굴보고회’를 열었다. 이를 통해 ‘워킹맘(일하는 엄마)을 위한 구내식당 반찬가게 운영’ 등 새로운 신규 사업 과제를 추가로 추진키로 확정했다. 성인지 통계 작성, 모성보호 일직 근무제, 생애주기별 여성생활체육프로그램 운영, 여성친화도시 컨설팅 그룹 운영 등도 11개 신규 사업에 포함했다.

성인지 통계 작성과 컨설팅 그룹 운영은 성주류화 정책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익산시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참고로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性主流化)란 ‘여성이 사회 모든 주류 영역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의사결정권을 갖는 형태로 사회시스템 운영 전반이 전환되는 것’을 말한다.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정책을 통합적 차원에서 기획ㆍ실행ㆍ감시하고 평가함으로써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혜택을 누리고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전략으로, 그 궁극적 목적은 성평등(gender equality)을 이루는 데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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