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복직 등을 요구하며 GM대우 부평공장 정문 아치 위에서 농성을 시작한지 21일 현재 52일이 지났다. 신현창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의 단식농성도 이날 33일째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가 보름째 지속되면서 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 복직을 놓고 몇 차례 진행된 노사 협상이 9부 능선을 넘어선 듯했으나, 막바지에서 합의를 이뤄내진 못했다.


회사와 무관 → 허위학력 배제 → 2차 하청업체 배제?

GM대우 사측은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자신들과는 상관이 없다는 의사를 3년 동안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하지만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해 12월 1일 기습적으로 부평공장 정문 아치를 점거 농성한 이후 입장에 변화를 보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민주노총뿐 아니라 인천지역 시민사회와 야5당, 종교계 등이 가세한 데다, 송영길 인천시장과 인천시의회도 문제 해결을 위해 사측의 양보를 촉구했기 때문이다. 전국적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농성이 장기화될 경우 회사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GM대우는 해고 비정규직 15명의 복직을 사실상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지난 16일 조건도 GM대우 노사안전본부장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박유기 전국금속노조 위원장, 추영호 GM대우차지부 지부장이 해고 비정규직 복직 문제를 놓고 협상했으며, 이어 18일 오후에도 GM대우 부평 본사에서 조건도 본부장과 박유지 위원장 등이 협상했다.

하지만 협상에서 2차 하청업체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1~2명의 복직 문제를 놓고 서로 이견을 보여 합의가 유보됐다. GM대우가 돌연 2차 하청업체 해고자는 복직 대상에서 제외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GM대우는 지난해 12월 말 협상에서는 해고자 가운데 2007년에 하청업체로부터 허위 학력 기재를 이유로 징계 해고된 사람들은 복직 대상에서 배제해야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GM대우, 모두를 위해 통 크게 양보해야”
GM대우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GM 브랜드 쉐보레를 전면 도입한다고 밝혔다. 올해 출시되는 신차 8개 차종에 쉐보레 엠블럼(상표)을 부착할 계획이다. 또한 회사 이름도 ‘GM대우’에서 ‘한국지엠주식회사(GM Korea Companyㆍ이하 한국지엠)’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GM대우의 이러한 조치는 새로운 이미지로 고객에게 다가가 내수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적도 포함돼있다. 하지만 GM대우가 장기화되고 있는 해고 비정규직의 복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회사 이미지 개선이라는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GM대우는 큰 틀에서 해고 비정규직의 복직을 수용하겠다고 하면서도 작은 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며(=2차 하청업체 해고자 복직 대상에서 제외) 비정규직 투쟁이 장기화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노동계 등으로부터 받고 있다.

21일 열린 ‘GM대우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전재환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은 “15명 복직을 합의해 놓고 한두 명을 문제 삼아 배제시키려는 것은 대기업의 유치한 대응”이라며 “상식적으로도 납득되지 않고, 회사에서 계속적으로 주장해왔던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GM대우는 통 크게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현창 지회장은 결의대회 마무리 발언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없는 브랜드 교체는 시민들에게 무의미하게 다가갈 것”이라고 한 뒤 “GM대우가 불성실하게 협상에 나선다면 우리의 투쟁은 100일, 200일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투쟁의지를 밝혔다.

한편, 집회장에서 만난 익명의 한 경찰관은 “우리 직원들도 미칠 지경이다. 송년회와 신년회를 다 반납했고, 영하 10도에 돌아가면서 밤샘을 한다”며 “직원의 절반 정도는 감기로 고생하고 있다.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처럼 GM대우 해고 비정규직의 투쟁이 장기화될수록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노동계, 시민사회, 경찰 등 모두의 피로감이 심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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