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추운데 걱정” 안부 등 챙겨…GM대우, 드러내진 않았지만 ‘반발’

‘희망 대장정’에 나선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0일 부평을 방문하면서 GM대우 비정규직 농성장을 찾아가 정문 아치 위에서 농성하고 있는 해고 노동자들의 안부를 묻는 등 민생 행보를 이어나갔다.

손 대표는 이날 오후 2시에 부평구청에서 시작한 ‘주민과 대화’를 마치고 오후 4시 30분경 GM대우 부평공장 정문에 있는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방문했다. 손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통해 ‘지속가능과 사람중심의 복지’를 강조한 뒤 찾은 첫 번째 민생 현장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손 대표는 부천시를 시작으로 100일 동안 전국 234개 시ㆍ군ㆍ구를 순회하면서 한나라당의 2011년도 정부예산안 날치기 통과 규탄과 4대강 공사 중단 등을 주장하며,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부평은 여섯 번째 지역이다.

5개월 만에 다시 찾은 GM대우 비정규직 투쟁 현장

손 대표는 지난해 8월 GM대우 부평공장 서문에서 1000일 넘게 농성하고 있는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의 농성장을 방문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사회정의의 기초가 되는 만큼, 법과 제도에 의해서 고통 받는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실상을 보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라고 말했다.

5개월이 지난 뒤 다시 농성장을 찾은 손 대표는 단식농성 중인 신현창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장과 아치 위 농성자들의 안부 등을 물었다. 손 대표는 “농성자에게 음식은 올라가느냐, 대소변은 어떻게 해결하느냐” 등의 안부를 물었다. 이에 신 지회장은 “음식은 올라가지만, 방한용품 등이 제대로 올라가지 못해 혹한의 날씨에 힘들어 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손 대표는 또한 “회사와 대화를 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동행한 홍영표(부평을) 국회의원이 “회사 측은 ‘해고 비정규직 가운데 9명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복직시키겠다’는 의사를 밝힌 반면, 농성자들은 ‘9명 외에 징계 해고된 6명도 복직해야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혀, 협상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22일째 단식농성하고 있는 신 지회장을 위해 자신의 장갑을 벗어서 주는 등의 섬세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40일 넘게 아치 위에서 농성하고 있는 GM대우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는 못했다.

다만 손 대표는 “민주당의 정책 중 큰 정책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다. 당장은 어렵지만 민주당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 900만 비정규직 문제를 하루아침에 어쩔 수는 없지만,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맞다. 그렇게 하기 위해 현장에서도 노력하고 법과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가 비정규직을 줄여나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손 대표는 전재환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 신 지회장 등과 대화를 나눈 뒤 아치 위 농성자들에게 다가가 “착잡하다. 딱해서 말이 안 나온다. 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건강을 챙겼으면 좋겠다”고 농성자들의 안부를 챙겼다.

아치 위 농성자, “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

아치 위에서 41일째 농성 중인 황호인(41)씨는 농성장을 방문한 손 대표에게 “민주당이 앞장서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와 달라. 민주당이 ‘결자해지’하도록 신경 써 달라”고 한 뒤 “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 두 번째 만났는데, 세 번째 만날 때는 좋은 소식으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현재 심경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손 대표의 농성장 방문에 대해 GM대우 측은 못마땅하게 여긴 것으로 전해졌다. GM대우 내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는 이날 “직장(생산직 직책의 하나) 등이 크게 반발했다. 제1 야당 대표까지 농성장을 방문해 힘을 실어 주는 것으로 이해해 GM대우 경영진과 직장 등이 크게 반발했다”고 사측의 반응을 전했다.

특히 이날 농성장 방문은 계양지역 방문이 구제역으로 취소돼 부평지역 방문으로 일정이 변경되면서 이루어졌다. 최초 계획을 짤 때에는 없었던 일정이라 GM대우 측에서는 크게 당황했고 못마땅하게 여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농성장을 떠난 손 대표는 부평시장으로 이동해 전통시장 일대와 지하상가 등을 방문하면서 중소상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후 산곡3동에 위치한 경로당에서 사랑방을 개최해 부평미군기지 조기 이전 문제 등과 재개발 사업 등에 대해서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또한 농성장 방문에 앞서 오후 2시부턴 부평구청에서 홍영표 의원과 민주당 정책을 설명하고 홍미영 구청장으로부터 부평구 현안과 건의사항을 듣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홍 의원은 한나라당의 정부예산안 강행처리와 관련해서 보육시설 교사 지원예산과 필수예방접종 예산 삭감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민주당의 5대 서민정책을 설명했다.

홍 구청장은 부평구의 열악한 재정상황을 설명하고 친환경무상급식 시범지역 지정, 부평미군기지 조기 이전, 십정동 송전탑 지중화 사업 등에 대해 민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건의했다. ‘주민과 대화’에서는 중소상인 보호, 지역아동센터 평가 관련 페널티(=벌점) 적용 문제, 종교 차별 문제 등에 대해 토론이 이어졌다.

손 대표의 희망대장정에는 김영춘 민주당 최고위원, 원혜영, 신학용, 홍영표 의원, 문병호 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 신동근 인천시 정무부시장과 이호웅, 김교흥 전 의원 등 민주당 지역위원장 등이 함께 했다. 또한 송영길 인천시장과 신동근 정무부시장은 부평전통시장 방문과 상인 간담회에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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