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위원장과 GM대우 노사안전본부장 두 차례 면담

GM대우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부평공장 정문 아치 위에서 농성을 벌인지 29일 만에 GM대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12월 29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GM대우 조건도 노사안전본부장과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논의에서 GM대우 측은 ‘선(先) 농성 해제, 후(後) 대화’ 입장을 밝혔으며, 김 위원장은 해고 비정규직의 복직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건도 노사안전본부장은 겨울 휴가 겸 캐나다로 출국한 마이크 아카몬 사장으로부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아 GM대우 임직원들이 휴가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날 면담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카몬 사장은 미국 GM 본사를 방문해 내년 3월께 공식 도입할 예정인 ‘시보레’ 브랜드와 신차 7종 출시와 관련한 회의 참석 후 1월 3일 귀국할 예정이다.

GM대우 측은 오전 논의가 진척을 보이지 못하자 오후에 김 위원장과 재차 면담을 추진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GM대우 측의 이런 적극적인 모습은 아카몬 사장 귀국 이전에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GM대우 측은 오후에 진행한 협상에서 “2007년도에 도급 업체로부터 허위학력 기재를 이유로 징계 해고된 사람들은 배제해야한다”는 의사를 재차 밝혔으며, 김 위원장은 '정규직 복직' , '비정규직 전원복직'과 '선별적 복직’ 등을 다양하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았다는 추측도 나온다.

조건도 본부장은 29일 <부평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아치 농성을 풀고, 천막 등을 철거하는 조치가 이뤄진다면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하청 업체에서 고용한 사람들로, 사실 우리(=GM대우)와는 아무런 관계는 없다”고 원칙적 입장을 강조했다.

인천 지역사회, GM대우의 전향적 태도 요구

GM대우 해고 비정규직 문제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과 비교할 때 그 내용과 형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 사회적 파급력 등을 놓고 본다면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가 파급력이 더 크다. 하지만 3년 동안 인천의 주요한 노동현안으로 자리해온 GM대우 비정규직 문제에 인천 지역사회가 한 목소리로 GM대우의 전향적 태도를 요구해왔다.

송영길 인천시장이 아카몬 사장을 만나 비정규직 문제를 풀자고 제안했고, 민주당 홍영표(부평을) 의원도 임원들과의 면담 등을 통해 중재에 나섰다. 또한 인천시의회도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그에 앞서 인천지역 시민사회와 노동계, 종교계 등이 사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지역 야 5당도 이에 가세하고 있으며, 홍미영 부평구청장도 30일 GM대우 임직원과 면담을 통해 사태 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GM대우가 비정규직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인천지역 시민사회, 정치계, 지자체, 지방의회 등이 나서서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GM대우 측도 언제까지 하청업체 일이라며 대화를 회피할 수 없는 처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GM대우 측은 아카몬 사장 귀국 이전에 사태 해결을 위한 전향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지역사회의 요구를 외면해서는 회사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투쟁 결의대회 개최…이정희ㆍ조승수 등 진보정당 지도부 가세

민주노총은 29일 부평역 광장에서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주최로 ‘GM대우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결의대회에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인천시의회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부평구의회 신은호 의장과 김상용ㆍ유용균 의원도 참석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고공농성이 29일째, 신현창 지회장의 단식농성이 10일째를 맞았지만 GM대우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GM대우가 그간 정부와 인천시에서 받아 온 지원을 환수하는 방안과 GM대우의 경영을 일상적으로 감시하는 방안, 그리고 GM대우의 무책임하고 오만한 경영 실상을 범시민적으로 알려나가는 운동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희 대표는 “정부와 인천시로부터 GM대우가 받은 특혜에 비하면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 20여명의 정규직 복직은 사회적 책무 면에서는 조족지혈에 불과하다”며 “GM대우 비정규직 문제가 3년을 넘었다. 이제 GM대우는 전향적으로 문제를 접근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집회에 앞서 이용규 인천시당위원장과 정수영 시의원 등과 함께 GM대우 부평공장 정문을 방문해 농성 중인 해고 비정규직들과 면담했다.

조승수 대표도 “GM대우는 지금까지 법인세 200억원, 주민세 20억원 등을 면제 받는 특혜를 받아왔지만, 인천 지역사회의 화두인 비정규직 문제와 고용안정에 무관심해왔다”며 “사회적 책임을 GM대우 자본은 방기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부평역에서 GM대우 부평공장 정문까지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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