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당선인,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관련 최종 권한 획득

▲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에 좌석 7만석을 확보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OC가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와 면담을 통해 문학경기장을 주경기장으로 활용하는 것에 동의했다. 아흐마드 알사바 OCA 회장과 회담하는 송영길 당선자.<사진제공 OCAㆍ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 신설 문제를 풀기 위해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가 쿠웨이트로 날아가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장과 면담, 주경기장 관련해 인천시가 최종 결정 권한을 갖는다는 답변을 얻고 돌아왔다.

주경기장을 신설할지, 기존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주경기장으로 활용할지의 권한을 송 당선자가 획득한 것이라,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주경기장 신설에 4000억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라, 주경기장 문제는 부채가 9조원에 이르는 인천시가 풀어야할 숙제다.

한나라당 안상수 시장이 그동안 추진한 각종 개발 후폭풍으로 인해 인천시 재정은 상당히 취약한 상황으로 진단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송 당선자는 구도심 발전기금을 비롯해 인천경제자유구역 추가 조성 자금 등도 확보해야한다.

정부도 반대했던 주경기장 신설…송 당선자의 첫 번째 시험대

안 시장과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수년 동안 최대 수용인원이 4만 8590명인 문학경기장이 OCA 제반 규정에 맞지 않는다며, 아시아경기대회 개ㆍ폐회식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경기장을 서구에 신설해야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관철했다.

당시 인천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OCA 임의규정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으나, OCA가 좌석 7만석을 확보해야한다고 한만큼 주경기장 신설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뿐만 아니라 한승수 전 국무총리와 이명박 대통령도 주경기장 신설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으나, 안 시장과 인천지역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의 설득에 의해 이명박 대통령은 민간자본 유치를 통한 주경기장 신설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포스코건설이 4600억원을 투입해 서구 연희동 산15-1번지 일대 58만 5000㎡(=17만 7200평)에 7만석 규모로 주경기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포스코건설이 대부분의 건립비를 대는 대신 25년 동안 시설 운영권을 갖고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방법으로 계획됐다.

포스코건설은 25년 동안 해당 시설에 각종 위락ㆍ편의시설을 개설, 투자금을 회수할 예정이었다. 현재 토지 보상 작업이 75%이상 진행됐으며, GB(그린벨트: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의 행정절차도 마무리된 단계다.

▲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 조감도.<사진제공ㆍ인천시>

하지만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27일 오후 2시(현지시각) 쿠웨이트 국회의사당 귀빈실에서 아흐마드 알사바 OCA 회장과 회담하고 ‘7만석 규모의 주경기장을 신축할지, 기존 문학경기장을 활용할지는 인천시가 최종 결정한다’는 데 합의했다.

OCA는 그동안 7만석 규모의 주경기장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송 당선인과 한 마라톤 협의 끝에 이와 같은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OCA와 송 당선자는 문학경기장을 주경기장으로 활용할 경우에는 현 5만석 관중석을 개조해 최소 5000석을 늘리고 VIP라운지를 개선할 것을 합의했다. 또한 최대한 첨단기술을 접목한 운영시스템을 확보한다는 조건 등도 합의했다.

송 당선자 측은 “주경기장 문제를 OCA가 양해하고 이해해준 것에 대해 인천시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며 “인천의 재정 상태와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 시민 이익을 감안해 주경기장 문제를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에는 인천시 측에서 신동근 정무부시장 내정자, 신용석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부위원장 겸 OCA 부회장, 이현정 OCA 조정관이, OCA 측에서는 후세인 알무살람 사무총장, 하이더 파르만 아시안게임 담당 본부장 등이 배석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송 당선자 인수위원회 윤관석 대변인은 “인천시의 어려운 재정 여건, 시간적 문제 등으로 인해 송 당선자가 직접 OCA를 방문해 협상을 진행해 OCA로부터 탄력적인 입장을 이끌어낸 것이 성과”라며 “무엇보다 예산 낭비를 막고 국고 지원을 최대한 받는 방식으로 경기장 문제를 풀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장금석 사무처장은 “9조원의 부채, 천문학적 규모의 각종 개발 사업 등으로 인해 인천시 재정은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도 안상수 시장은 OCA를 끌어들여 주경기장 신설을 추진했다. 심지어 민간자본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 했다”고 한 뒤 “안 시장이 남겨 놓은 첫 번째 숙제를 풀게 됐다”고 평가했다.
▲ 인천 문학경기장 야경. 당초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으로 문학경기장을 증축해 사용할 것을 인천시에 주문한 반면, 인천시는 주경기장 신설을 주장했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인은 안상수 시장이 추진한 인천 서구 주경기장 신설(민간자본 유치 방식)을 원점으로 돌렸다.


딜레마에 빠진 민주당…인천 서북부지역, 신설 요구

한편, 6.2 지방선거를 통해 인천에서 수권정당이 된 민주당은 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 문제를 놓고 내홍 아닌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민주당 소속 박우섭 남구청장 당선자는 “정부 예산 지원도 어렵고 자체 예산도 어려운 상황에서 주경기장을 신설하기보다 남구 문학경기장을 활용하고, 보조경기장을 서구에 집중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당 소속인 전년성 서구청장 당선자와 서구 시의원 당선자들은 주경기장을 서구에 신설해야한다는 의견이다.

민주당 서구ㆍ강화군(갑) 당원협의회 김교흥 위원장과 전년성 서구청장 당선자, 전원기ㆍ 구재용ㆍ김병철 시의원 당선자는 29일 오전 7시 송영길 당선자와 조찬 회동을 하고 주경기장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교흥 위원장은 “송도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개발 사업으로 인해 인천의 균형발전을 꾀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감안하면, 서북부지역의 문화체육 분야의 발전은 물론 종합예술과 경제 발전을 기할 수 있는 좋은 계기다. 이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사실상 주경기장 신설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송 당선자는 “인천시의 빚이 많은 상황에서 개ㆍ폐회식만을 위해 7만석 규모의 돔구장을 신설해야하냐? 심사숙고하자”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구재용 시의원 당선자는 이날 <부평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인천시 부채가 10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송영길 당선자의 고뇌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주경기장 건설비용과 사후관리에 대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서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계획을 만들어야한다”고 한 뒤 “서구 주민들은 취임식장에서 농성이라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낙후한 서구 발전을 위해서는 주경기장 신설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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