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문화도시로 가는 길, 시민문화가 대안이다 ④
성남 사랑방문화클럽과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편집자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시민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시민들의 동아리 모임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활동도 매우 활발하다.

하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은 전문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에 국한된 것이 현실이다. 또한 문화의 불모지로 꼽히는 인천광역시와 부평구는 문화도시를 꿈꾸며 큰 규모의 축제를 열기도 하고 대규모의 예술회관을 짓기도 하지만, 여전히 문화도시로 가는 길은 더뎌 보일 뿐이다.

전문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과 축제, 대규모 예술회관 등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시민들의 자발적 문화·예술활동에 주목해야한다. 이미 오래전 문화선진국들에서는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이 활발히 이뤄졌으며, 국가는 정책적으로 이를 지원해왔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기획보도를 통해 인천과 부평의 예술·문화 환경에 대해 점검하고, 국내 타 지역과 해외의 시민 문화·예술활동 사례들을 살펴, 향후 문화도시로 가기 위한 시민문화 활성화 방안을 그려보고자 한다.

<연재순서>
1. 현대사회에서 문화·예술활동의 의미
2. 인천·부평 문화도시, 어디까지 왔나?
3. 시민문화활동으로 하나 된 지역사회(국내편) 상
4. 시민문화활동으로 하나 된 지역사회(국내편) 하
5. 시민문화활동으로 하나 된 지역사회(일본편)
6. 시민문화활동을 넘어 문화단체로의 활성화(일본편)
7. 문화도시 만들기를 위한 시민문화 활성화

1. 성남 ‘사랑방문화클럽’

시민이 주체가 돼 문화도시 만들기

▲ 지난 7월 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마을주공7단지에서 열린 사랑방문화클럽의 찾아가는 문화특공대 행사 모습. 관객들이 가야금 연주를 듣고 있다.
‘성남에는 어딜 가나 문화클럽의 모임이 있다네. 그 모임에는 누가 구경꾼이고 누가 주인공이 없다네. 모두가 주인공이고 모두가 구경꾼이 되어 준다네. 시민들은 100년 후를 노래한다네. 예술시민의 도시, 성남에서 수많은 예술가와 창조가들이 탄생하고 시민 모두가 문화예술의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은 바로 우리의 아들딸들이 사랑방 문화클럽이 꽃피는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이라네’

경기도 성남시의 문화클럽들이 처음 만나 ‘클럽파티’를 열 때 낭송된 개막시다. 이 시구에는 현재 성남이 꿈꾸고 추진하고 있는 ‘시민이 주체가 되어 만드는 문화도시’의 내용이 담겨 있다.

2006년 출범한 성남문화재단은 전국에서 지방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출발부터 시민들의 문화·예술 활동에 주목하며 이를 중심으로 문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누구나 차별 없이 문화를 창조하고 향유할 수 있는 성남시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에 밀착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가꾸는 문화·예술 동호회와 동아리에 주목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사랑방문화클럽’이다. 사랑방이라는 말은 문화·예술·소통이 공존했던 우리의 전통 사랑방 공간과 매우 흡사하다는 판단에서 지은 이름이다.

문화·예술동아리 실태와 욕구부터 파악

성남문화재단이 2006년 성남의 문화시설과 주민자치·복지시설 등 1057개의 기관 중 373개의 기관을 통해 조사한 결과, 1103개의 문화·예술 관련 동호회가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하면 청소년과 대학생을 제외하더라도 성남에 약 3964개의 문화·예술 관련 동호회가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문화재단은 이중 활동이 왕성한 320개의 문화클럽을 뽑고, 또 그중 30개의 핵심 문화클럽에서부터 ‘사랑방문화클럽 네트워크’ 구축을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현재는 110개 정도의 핵심 클럽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문화재단은 2006년 문화클럽들의 욕구조사도 진행했다. 그 결과, 클럽들은 활발한 활동에 따른 클럽 운영비용과 공간비용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2007년 ‘성남시 문화공간 실태조사’를 진행해 지역 내 850여개의 공간과 시설 중 160여개의 가능한 문화공간을 데이터베이스화했으며, 이중 사랑방문화클럽과 성남문화통화사업과 연계해 6곳이 현재 ‘사랑방’으로 지정돼 클럽회원들의 연습과 발표, 학습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성남문화통화는 ‘넘실’이라는 이름의 성남 내 지역화폐를 주고받는 문화품앗이 제도다.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문화적 서비스와 재화를 제공하고 다른 사람에게서 문화적 서비스와 재화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클럽이 문화공헌 활동을 해서 ‘넘실’을 받으면, 이 ‘넘실’을 모아 연습실이나 공연장을 빌리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식이다. 문화재단은 문화통화를 통해 자신이 창조하는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되고 클럽회원이나 지역사회 구성원간의 공동체의식이 강화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으로 지역에 문화공헌

▲ 7월 4일 찾아가는 문화특공대 행사에서 동화구연이 끝나고 음악에 맞춰 함께 율동을 하며 즐거워하는 관객들.
2007년에는 클럽지기 모임 운영위원회가 출범했으며, 2008년에는 네트워크 구성원을 클럽회원까지 확대해 네트워크를 출범하고 사랑방문화클럽 운영위원회를 발족했다. 운영위는 제2회 사랑방클럽축제와 문화공헌 지원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며, 사랑방의 운영 주체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 클럽간의 네트워크는 전체 네트워크에서 동네클럽간의 네트워크 형성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문화공헌 지원 프로젝트는 클럽들이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함을 목적으로 하는 지원 사업이다. 클럽들이 팀을 꾸려 문화소외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연을 계획해 제출하면 이를 심의한 후 공연을 하기 위한 무대·음향·조명 장치 등의 비용을 지원하는 형식이다. 문화공헌 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된 67개 클럽 7개 팀은 2008년 성남시 곳곳에서 46개의 문화공헌 활동을 진행했다.

2008년 9월 23일부터 6일간 진행된 제2회 사랑방클럽축제는 성남아트센터(성남문화재단 운영)와 남한산성놀이마당, 율동공원 등에서 약 78개 클럽 1300여명이 출연·공연·전시·체험행사를 진행했으며 약 1만 2000명이 관람하기도 했다.

박승현 성남문화재단 문화기획부장은 “시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문화클럽 육성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지원은 문화클럽을 발굴하고 네트워크를 활성화해 스스로 생활 속의 예술 활동을 펼쳐나가도록 해야 하며, 클럽에 대한 직접 지원이 아닌 지역사회 환원 활동에 대한 지원, 네트워크의 운영주체를 투명하고 건강한 주체로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4일 오후 2시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한솔마을주공7단지 노인급식소와 인근 야외에선 찾아가는 문화특공대 ‘전래 속으로 고고’ 행사가 펼쳐졌다. 인근의 엄마들로 구성된 ‘이야기와 놀자’ 동화구연클럽이 공연을 했고, ‘탄천문학’은 작품 전시회를, 한쪽에선 장터가 열리기도 했다. 노인급식소를 찾은 50여명의 아이와 노인들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 동화구연에 빠져 있었다.

‘이야기와 놀자’는 2005년 6월 만들어진 문화클럽으로 분당구 구미동에 사는 13명의 엄마들로 구성돼있다. 매주 구미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클럽은 2006년 초창기부터 사랑방문화클럽 활동을 시작하며 인연을 맺어 문화공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총무인 박소연(39)씨는 “소외된 지역의 아이들이 문화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활동이라 보람이 크다”며 “아이들이 점점 커가는 모습과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즐겁다”고 공연 소감을 말했다.

안윤환(49) 사랑방문화클럽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은 “미술을 전공해 혼자 활동하다가 분당 중앙수채화클럽 활동을 하며 사랑방문화클럽을 알게 돼 부위원장까지 맡게 됐다”며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 활동하니 좋다”고 말했다.

이어 “클럽활동은 우리 이웃과 친구들에게 당신도 연습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줄 수 있다”며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간의 교류가 문화도시를 만드는 데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2.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문화의 주인인 시민이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문화 지향

▲ 지난 6월 27일 아트홀 ‘소풍’에서 열린 합창단 ‘평화바람’의 정기발표회 모습.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대표 임승관)는 1996년 평화와 통일을, 참여로 민주를,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창립한 ‘평화와참여로가는 시민문화센터’의 문예위원회로 출발했으며, 문화의 주인인 시민이 관람객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함께 참여하고 스스로 즐거워하며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문화를 지향하는 단체다.

이후 2004년까지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로 이름을 바꾼 단체의 부설 기관인 ‘시민문화센터’로 있으면서 ‘직녀에게’, ‘콘서트 자유2’, ‘시민아카데미’, ‘거리음악회’ 등 각종 기획공연으로 유치했으며, 2004년에는 인천에서 북녘 동포를 초청해 개최한 6·15우리민족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해 인천 곳곳에서 통일행사를 기획하고 공연을 열기도 했다.

2005년에는 문화단체로 더 전문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인천연대로부터 독립해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로 명칭을 변경했다. 명칭 변경 후 2005년 말 창립기념 창작뮤지컬 ‘전태일 프로젝트’를 공연하며 발족식을 함께 치러내고 ‘문화수용자운동’과 생활예술동아리운동을 함께 펼치는 단체로 거듭난다.

2005년부터 진행한 문화수용자운동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양질의 공연을 유치하는 운동으로, 단체 상근자들이 거리에 나가 문화수용자운동을 설명하고 월1만원의 CMS 회원(문화바람)을 모으는 활동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지 2년 만에 700여명의 문화바람 회원이 모였으며, 연 5회 이상의 공연을 유치해 문화바람 회원들은 무료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유치했던 공연인 ‘백창우와 굴렁쇠 아이들 콘서트’ 때는 1600명의 관객이 관람하기도 했다.

임승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이하 센터) 대표는 “문화의 불모지라고 하는 인천지역의 시민들이 공연을 안 보는 것이 아니라 못 보는 것이고, 시민들이 원하는 좋은 공연을 유치하면 얼마든지 많은 관객들이 보러 온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며 “문화수용자운동은 내가 바라는 문화 환경을 스스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문화수용자운동과 생활예술동아리운동

▲ 지난 6월 아트홀 '소풍'에서 열린 기타동아리 '기타마루'의 정기 연주회 모습.
센터는 문화수용자운동을 진행하며 회원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듣고 싶은 강좌와 강의를 개설하고 생활예술동아리를 만들었다. 특별하게 전문 강사가 있는 동아리도 만들었지만, 대부분 조금 더 잘하는 회원이 가르치고 배우며 연습하는 동아리들을 만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만들어진 동아리가 지금은 9개 동아리, 300여명의 회원(월 회비를 내는 회원 만)이 활동하고 있다.

160명이라는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한 기타동아리 ‘기타마루’, 직장인밴드 ‘오락실’, 여성기타동아리 ‘토마토’, 그림동아리 ‘그림무리’, 사진동아리 ‘세상을 담는 눈’, 크로키동아리 ‘크로마니’, 합창단 ‘평화바람’, 영상동아리 ‘아이뷰’, 풍물동아리 ‘해맞이’ 등이 주 1회 정기모임을 통해 활동하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온 동아리 회원들은 처음에는 청소년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또는 자신을 위한 기능 습득이나 자기만족을 위해 참가한다. 하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자신의 행복을 위해 찾았던 사람이 우리의 행복을 찾게 되고, 그 안에서 공동체를 배우게 된다는 것이 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2007년부터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고 현재 ‘기타마루’ 회장인 현상훈(42)씨는 생활문화동아리활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학을 다닐 때 음악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잊고 살다가, 2007년 ‘즐거운 인생’이라는 영화를 보고 다시 기타를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 검색을 했다가 ‘기타마루’ 카페를 찾게 됐고 활동을 시작했다. 동아리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순수한 사람들이라 매주 1회 모임에 참가할 때마다 재밌고 즐겁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동아리 활동으로 날릴 수 있고, 회원 간에 서로 챙겨주고 아끼는 모습이 좋다”

센터는 문화수용자운동을 하며 소극장 아트홀 ‘소풍’을 간석오거리역 인근에 만들었다. 100석 규모의 소극장이지만, 시민기금과 회원들의 힘을 모아 만든 것이다. 이 소극장에서 문화바람 회원들이 스스로 공연도 유치하고, 생활문화동아리들의 정기공연도 진행한다.

2009년에는 십정동에 동아리들의 연습공간인 신나는 문화공간 ‘놀이터’도 만들었다. 이 또한 순수 회원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많은 생활문화동아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인 연습공간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간을 만든 것이다. 이 공간에서 현재 9개 동아리들이 주 1회 정기모임을 하고 있으며, 연습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또한 센터는 매년 1회 생활예술동아리들의 축제를 연다. 전문 예술인들이 아닌 순수 생활예술인들과 동아리들이 주체가 되고 전문예술인들이 돕는 ‘끼가번쩍 시민축제’를 4회째 열었다. 2008년에는 400명 정도가 모여 공연도 하고 관객도 됐다. 센터는 이렇게 만난 생활예술인들 간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민주적인 동아리연합회도 만들 계획이다.

임승관 대표는 “센터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는 생활예술동아리들은 이제는 문화소외계층들을 찾아가 공연하는 등 스스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려하고 있다”며 “또한 생활예술동아리들의 축제를 보면 관객이 대상화되지 않고 자신의 문화적 욕구를 마음껏 발산하고 공연자와 관객이 교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도시로 발전하려면 시민문화예술단체 활동가와 전문예술인들은 더 착한 예술가가 되고, 스스로 시민이 돼 시민 속으로 들어가 생활예술동아리들과 함께 호흡하며 문화를 만들고 지역의 문화 정책을 올바르게 개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지난 5월 인천대학교에서 열린 '4회 끼가번쩍 시민축제' 참가자들이 비가 오는 가운데도 공연을 관람하며 즐겁게 춤을 추고 있다.

*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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