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문화도시로 가는 길, 시민문화가 대안이다 ②

<편집자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시민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시민들의 동아리 모임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활동도 매우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은 전문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에 국한된 것이 현실이다. 또한 문화의 불모지로 꼽히는 인천광역시와 부평구는 문화도시를 꿈꾸며 큰 규모의 축제를 열기도 하고 대규모의 예술회관을 짓기도 하지만, 여전히 문화도시로 가는 길은 더뎌 보일 뿐이다.

전문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과 축제, 대규모 예술회관 등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시민들의 자발적 문화·예술활동에 주목해야한다. 이미 오래전 문화선진국들에서는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이 활발히 이뤄졌으며, 국가는 정책적으로 이를 지원해왔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기획보도를 통해 인천과 부평의 예술·문화 환경에 대해 점검하고, 국내 타 지역과 해외의 시민 문화·예술활동 사례들을 살펴, 향후 문화도시로 가기 위한 시민문화 활성화 방안을 그려보고자 한다.

<연재순서>
1. 현대사회에서 문화·예술활동의 의미
2. 인천·부평 문화도시, 어디까지 왔나?
3. 시민문화활동으로 하나 된 지역사회(국내편) ①
4. 시민문화활동으로 하나 된 지역사회(국내편) ②
5. 시민문화활동으로 하나 된 지역사회(일본편)
6. 시민문화활동을 넘어 문화단체로의 활성화(일본편)
7. 문화도시 만들기를 위한 시민문화 활성화


문화생활은 하고 싶은데, 어디를 가야하지? 뭘 해야 하지? 인천이나 부평구에 사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던 상황일 것이다.

지난 301호(2009.7.21.)에서 현대사회 문화·예술활동의 의미에 대해 짚어봤지만, 인천시와 부평구의 문화·예술 관련 현황을 알지 못하면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갈망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인천시와 부평구의 현재 문화·예술 관련 현황을 살펴보려 한다.

인천 문화·예술시설, 열악한 편...공연장 1곳당 인구수 10만 2484명

▲ 표.
인천문화재단이 연구해 발표한 ‘2008 인천문화지표 조사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인천지역의 공연장수는 총 26개소(문화체육관광부 등록 공연장)로 광역시 중에서는 31개소가 있는 대구 다음으로 많았지만, 공연장 1개소 당 인구수가 10만 2484명으로 부산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인구 대비 공연장 수는 타 광역시와 비교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표 참고>

구별로 살펴보면 남동구 6개, 중구·서구 5개, 남구 4개, 계양구 3개, 동구·부평구·강화군 1개, 연수구·옹진군 0개 순이다. 부평구에 위치한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가 운영하는 ‘아트홀 소풍’과 부평·부개 문화사랑방은 공연장으로 등록되지 않아 제외했다. 또한 부평구는 현재 십정동에 부평아트센터를 짓고 있다.

공연장 규모로 보면 26개소 중 1000석 이상의 대규모 종합공연장이 1개소, 1000석 미만 300석 이상의 중규모 공연장이 9개소, 300석 미만의 소규모 소공연장이 16개소다.

인천지역의 전시시설은 총 13개소며, 1개소 당 인구수가 20만 4967명으로 광역시 중 울산 다음으로 열악하다. 유형별로 보면 박물관이 10개소, 미술관이 3개소다. 군·구별로 보면 연수구·남구·강화군이 각 3개소로 가장 많으며, 부평구가 2개소, 중구·동구가 각 1개소, 남동구·계양구·서구·옹진군은 없다. 전시실의 소장품 수도 광역시 평균 10만 7113점의 절반이 조금 넘는 6만 2935점으로 소장품 확보 현황이 상당히 열악하다.

문화·예술강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문화시설은 총 55개소다. 구 단위의 지방문화원은 동구와 옹진군을 제외한 모든 군·구에 1개소씩 설치돼있고, 사설 문화센터는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많은 남동구에 6개소가 집중돼있다. 청소년시설은 남구에 3개소가 집중돼있다. 문화·예술강좌가 운영되는 시설은 남동구가 10개소로 가장 많고 서구 8개소, 남구·연수구·부평구·계양구가 각각 7개소다.

부평에는 1개소의 부평문화원과 2개소의 사설 문화센터, 3개 복지관이 있으며, 1개소의 청소년시설(청소년수련관)이 지어지고 있는 중이다.

인천시의 2007년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살펴보면, 615억 3800만원으로 전체 예산의 1.96% 규모였으며, 대전·울산·광주에 이어 광역시 중 4위로 낮은 편이었다. 군·구의 문화·예술 관련 예산 비율은 강화군이 4.43%로 가장 높았으며, 남구·서구·부평구 순이었다. 옹진군이 0.01%로 가장 낮았다. 부평구는 1.22%였다.

인천 문화예술예산 비율, 광역시 중 4위...2007년도 전체예산의 1.96%

▲ 설문조사 결과, 인천시민들은 내가 살고 있는 가까운 곳에서 문화예술행사가 열리기를 바라고 있었다. 2008년 배다리에서 열린 '3회 삐까뻔쩍 시민축제' 참가자들이 길거리에 설치된 피아노를 연주하며 즐거워 하고 있는 모습.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부문별로 보면, ‘문화재 보호’ 부문이 문화·예술 예산 중 30.2%로 가장 많았으며, 문화예술진흥·시립예술단 운영·종합문화예술회관 운영 순이었다.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은 7.9%로 낮은 편이었다.

2007년 인천 내에서의 전체 문화·예술 지원 예산은 349건에 25억7457만3000원이었다. 지원기관별로 지원 규모를 비교하면, 인천문화재단이 224건 14억5896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인천시가 94건 10억3291만6000원으로 뒤를 이었다. 구 단위에서는 남동구 14건 3500만원, 연수구 17건 4769만7000원의 지원이 있었다.

지원분야별로 보면 창작과 발표활동에 대한 지원 비율이 52.7%로 가장 높았고 시민문화향수증진(전문예술인들의 문화나눔·찾아가는 문화활동과 시민문화 동아리 활동 지원 등) 지원이 34.4%, 국제교류활동·소외계층 문화향수증진·지역문화연구·인력지원 등은 각각 3% 내외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문화공간에 대한 지원은 1.1%로 낮은 편이었다. <표 참고>

지원 장르별로 보면 음악·연극·무용 등의 공연예술이 30.1%로 가장 많았고 시각예술이 26.6%, 문화일반이 18.1%, 문학·학술이 14.0% 순이었다.

인천 문화예술인 수 2935명(예총·민예총 회원 기준)...시민 문화예술 동아리 416개

인천의 문화·예술인 수는 한국예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회원 수 기준으로 볼 때 총 2935명으로 광역시 중 4위 수준이다. 대구의 문화예술인 수가 6000여명에 이르는 것에 비교해서는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이는 인천의 열악한 문화관련 환경이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장르별로 비교해 보면, 기존의 장르에 속하지 않거나 문화일반에 대한 활동을 하는 기타 장르의 문화·예술인 비율이 39.7%로 가장 높으며, 시각예술·공연예술 순이다.

인천의 문화·예술단체는 총 199개며, 이중 공연예술단체가 109개로 전체의 54.8%를 차지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예술단체는 40개로 20.1%, 문학학술·문화일반·기타 순이다.

시민 문화·예술 동아리는 416개로 조사됐다. 공연예술이 277개로 가장 많고, 시각예술 62개, 전통예술 33개, 기타 26개, 문학학술 18개 순이다. 이들 중 177개는 교회 등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조직·운영되는 동호회며, 온라인 123개·대학동호회 91개·문화시설 동호회 25개 순이다.

전문예술인들의 창작이나 발표 활동은 총 1197회였으며, 이중 공연예술이 648회로 가장 많았고 시각예술·문학학술·전통예술 순이었다.

문화·예술 교육활동은 공연예술 활동 비율이 41.8%로 가장 높았고 시각예술 37.0%·전통예술 16.7% 순이었다.

여가생활 어려움, ‘갈 만한 곳 부족’ 10.6%...전국 평균보다 높은 편

▲ 그래프.
인천문화재단이 2008년 9월 11일부터 16일간 개별면접 조사방식으로 500명의 인천시민들에게 ‘문화수요조사’를 진행한 결과, 평일 여가시간은 ‘2~3시간 미만’이라는 응답이 많았으며 주말은 ‘3~5시간 미만’이 가장 많았다.

여가생활의 어려움에 대한 질문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47.2%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가 34.2% ▲‘갈만한 곳이 부족하다’ 10.6% ▲‘관련된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3.8% ▲‘정보가 부족하다’ 3.2% 순이었다. 특히 인천지역 주민들의 장애요소에 대한 답변 중 ‘갈만한 곳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전국의 평균보다 높은 편이었다.

여가나 문화 활동의 유형에 대해서는 평일이나 주말이나 ‘텔레비전 보기’가 24.1%로 가장 많았고 ‘동호회·모임·친구’는 평일 7.3%, 주말은 9.3%로 낮은 편이었다.

인천시민 문화예술동호회 참여 ‘2.2%’

문화시설 이용 시 가장 고려하는 사항은 ▲‘프로그램(내용)의 수준’ 42.7% ▲‘교통과 시간의 편의성’ 28.1% ▲‘비용의 적절성’ 19.7% ▲‘다른 사람의 평판’ 4.5% ▲‘출연진 강사진의 유명도’ 4.2% 순이었다.

평소 주로 관람하는 문화·예술행사는 대중문화공연이 27.9%로 가장 많았고, 연극·뮤지컬공연이 25.5%, 음악공연(클래식·오페라·합창) 16.5%, 미술전시회 11.7% 순이었다. 지역축제 참여율은 60%가 참여했다고 답했다.

인천의 문화·예술행사에 대해서는 약 40%가 만족하는 것으로 답했으며, 지역축제에서 프로그램은 33%, 시설이나 환경은 24.1%만이 만족하는 것으로 답했다. 바람직한 지역축제 유형에 대한 질문에는 ‘전통·역사·민속’이 35.0%로 가장 많이 답했으며, ‘인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축제’가 22.0%였다.

인천의 문화·예술행사의 보완점으로는 ▲‘가까운 곳에서 열려야한다’ 25.3% ▲‘관람비용을 낮춰야한다’가 24.9%였다. ▲‘관련정보가 많아야 한다’ 20.4% ▲‘작품의 질을 높여야한다’ 19.0% 순이었다.

문화·예술 동호회 참여에 대한 질문에는 단 2.2%만이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중 음악(클래식·오페라)이 36.4%로 가장 많았고 연극·뮤지컬이 27.3%, 미술(사진·서예·디자인·건축) 18.2% 순이었다.

“현 도시개발 정책으론 문화도시 발전 어려워”

▲ 인천 중구 배다리에서 열린 '3회 삐까뻔쩍 시민축제'의 모습.
허은광 인천문화재단 문화진흥실장은 “문화도시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상적으로 문화가 풍부한 도시가 문화도시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작가를 섭외해 인천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인천문화재단이 노력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 문화시설과 문화프로그램을 소비할 수 있는 층이 많아야하지만, 아직은 길이 먼 것 같다”고 말했다.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인천시민들의 문화 현황을 분석하려면 공간·단체뿐 아니라 지역에서 시민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투영되는 문화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시민들이 지역에서 원하는 문화가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한다”며 “현재 시민들의 살아있는 문화마저도 모조리 없애버리는 인천시나 군·구에서 추진하는 도시개발 정책으로는 문화도시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 도시들을 보면 오래된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 되고 문화가 된다”며 “인천시는 시민들의 삶이 투영되고 축적되는 도시를 만들려고 노력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참고 : 인천문화재단 <2008 인천문화지표 조사연구>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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