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문화도시로 가는 길, 시민문화가 대안이다 ①

<편집자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시민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시민들의 동아리 모임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활동도 매우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은 전문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에 국한된 것이 현실이다. 또한 문화의 불모지로 꼽히는 인천광역시와 부평구는 문화도시를 꿈꾸며 큰 규모의 축제를 열기도 하고 대규모의 예술회관을 짓기도 하지만, 여전히 문화도시로 가는 길은 더뎌 보일 뿐이다.

전문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과 축제, 대규모 예술회관 등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시민들의 자발적 문화·예술활동에 주목해야한다. 이미 오래전 문화선진국들에서는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이 활발히 이뤄졌으며, 국가는 정책적으로 이를 지원해왔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기획보도를 통해 인천과 부평의 예술·문화 환경에 대해 점검하고, 국내 타 지역과 해외의 시민 문화·예술활동 사례들을 살펴, 향후 문화도시로 가기 위한 시민문화 활성화 방안을 그려보고자 한다.

<연재순서>
1. 현대사회에서 문화·예술활동의 의미
2. 인천·부평 문화도시, 어디까지 왔나?
3. 시민문화활동으로 하나 된 지역사회(국내편) ①
4. 시민문화활동으로 하나 된 지역사회(국내편) ②
5. 시민문화활동으로 하나 된 지역사회(일본편)
6. 시민문화활동을 넘어 문화단체로의 활성화(일본편)
7. 문화도시 만들기를 위한 시민문화 활성화

시민이 문화·예술의 생산자이자 소비자

▲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소속 직장인 밴드 ‘오락실’의 2008년 정기공연 모습.
인간이 살아오면서 문화·예술활동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돼왔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하루에도 수없이 듣는 말인 문화와 예술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면 아마 제대로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문화와 예술이라는 말이 한마디로 정의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라는 말은 그 의미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해 문화의 다양한 속성 중 어떤 측면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변화되는 속성을 지녀 더욱 그렇다. 또한 예술이라는 말의 의미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보통 문화의 의미는 예술·종교·교육·언론 등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것이 예술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문화와 예술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보통은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예술의 생산과 소비는 서로가 꽉 막혀 소통이 되지 않는 구조였다. 기존의 고급예술은 예술가들과 비평가, 이들을 후원하는 예술기관과 상층계급 구성원들에 의해 유지돼온 것이다. 예술은 소수 사회집단의 전유물이었고 일반시민들의 일상생활 영역으로부터 분리돼 존재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은 ‘예술은 내 삶과 상관이 없다’며 예술에 대한 소외감이 컸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예술가들이 공연을 하거나 전시하면, 시민들은 가서 보고 감상하는 것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예술가들의 훌륭한 공연을 유치해 많은 시민들이 보게 하면 문화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는 큰 축제를 열고 대규모 예술회관을 많이 지어 유명한 예술가의 공연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이런 방식의 문화·예술 지원은 문화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론이다. 또한 더 이상 문화·예술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단절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인천에서 ‘문화민주주의’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인 ‘스페이스 빔’의 민운기 대표는 “전문 예술인과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시민이 문화·예술의 생산자이자 소비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문화·예술을 바라봐야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활동으로 ‘행복한 삶과 공동체’ 배워

▲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소속 기타동아리 ‘기타마루’의 회원들이 연습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문화·예술은 더 이상 뗄 수 없는 관계다. 현대사회로 올수록 교육받은 중산층이 등장하면서 특정 계층에 국한되던 문화·예술활동이 대중화되고, 삶과 예술의 접점이 더 넓어지게 된 것이다.

아직은 소비의 측면이 많지만, 정보화 사회의 발달로 시민들은 매일 MP3로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르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등 이미 많은 문화·예술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조금 더 적극적인 시민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예술활동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인터넷 카페활동을 하거나 동아리활동을 하기도 한다. 인터넷의 발달은 블로그라는 것을 통해 이제는 일반 시민들도 전문 예술인들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비평을 직접 쓰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글에 공감하기도 한다.

현대인들은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특히 동아리활동을 통해서 신자유주의 정책 등으로 인한 극도의 경쟁사회 안에서 ‘진정 행복한 삶의 모습’과 ‘공동체’를 배우며, 그동안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내가 타인에게 인정받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종영한 KBS2 TV 드라마 ‘그바보(그저 바라보다가)’의 주인공 구동백(황정민 분)이 직장 동료들과 ‘구동백과 제비들’이라는 합창단을 만들어 즐거운 공연을 펼치고 기립박수를 받는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또한 2007년 이준익 감독의 히트 영화 ‘즐거운 인생’을 보자. 록밴드 ‘활화산’의 ‘언젠간 터질거야~ 널 향한 나의 마음을’으로 시작하는 ‘터질거야’ 노래 공연을 보면서 느낌이 어땠나?

아마 대다수 시민들은 그들의 공연 모습을 보며 자신을 투영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저기 저 자리에 있었으면…” 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을까?

▲ 2009년 5월 16일 인천대학교에서 열린 4회 '끼가번쩍 시민축제'
인천문화재단의 허은광 문화진흥실장은 “일반적으로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되고 나서 누릴 수 있는 것이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문화적으로 혜택을 받을 만한 공간이 없고, 문화라는 것이 획일화돼서 전달되는 경우가 많아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문화수용자운동’과 생활예술동아리운동을 하고 있는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의 임승관 대표는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센터에 소속된 동아리 회원들은 대부분 평범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로, 처음에는 기타를 잘치고 싶은 욕망이나 청소년기의 꿈을 다시 이루기 위해 찾아온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면 자신이 찾는 행복이 개인(나)에서 우리로 발전한다. 회원들을 위해 빵을 사오고, 바뀐 머리스타일을 칭찬하고, 이름과 생일을 기억한다. 4년 간 초급과정을 넘지 못한 한 회원은 동아리에 나오는 이유를 ‘여기선 나를 알아주어서’라고 말한다. 불안한 고용현실과 고된 업무를 견디는 이유가 공동체 안에서 또 하나 생긴 것이다”

*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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