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공교육 속 대안교육 찾기 <마지막 회>

<편집자 주> 공교육이 위기에서 헤어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 조치는 학생·학교 간 경쟁과 서열화를 심화하고 사교육비 증대를 초래한다는 강한 우려를 낳고 있다.

공교육 개혁을 위해 대안교육의 성과를 제도교육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늘 있어왔다. 하지만 결국 성적으로 나타내는 과정에서 의미는 훼손됐다. 공교육은 대안교육이 될 수 없는 걸까? ‘대안학교 같은 공립학교’를 만들려는 사례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 조치는 학생·학교 간 경쟁과 서열화를 심화하고 사교육비 증대를 초래한다는 강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사교육 없는 학교’를 지정했다. 선정된 학교마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비용으로 올해부터 3년 동안 3억 3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인천에서는 21개 초·중·고등학교가 지정됐다. 주된 내용은 사교육의 수요를 학교로 끌어들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방과후학교의 영리업체 위탁을 허용할 계획이라 ‘사교육 없는 학교를 위해 사교육을 동원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교육 개혁을 위한 시도는 늘 있어왔다. 하지만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이 지속되는 가운데 결국 성적으로 나타내는 과정에서 의미는 훼손됐다. 이 점에서 사실상 일제고사인 학업성취도평가는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공교육을 살려야 사교육문제가 해소되고 학생·학부모·교사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부평신문>은 ‘대안학교 같은 공립학교’를 만드는 사례를 찾아 소개했다.

획일성에서 벗어나 다양성 찾기...경쟁 아닌 협동, 창의성 키워줘야

▲ 충남 아산시 거산초등학교 학생들의 생태관찰학습. <사진제공·거산초교>
앞서 살펴봤듯이 경기도 양주의 조현초등학교, 충남 아산의 거산초등학교, 경남 거창의 샛별초등학교에는 눈여겨볼 점들이 많다.

이들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제도권 교육 내용의 획일성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데 있다.
그 바탕에는 아이들의 꿈을 키워 줘야한다는,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우선하는 교육철학이 있다.

또한 그것을 이루기 위해 교사들의 자발적인 열정과 헌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학부모들이 학교에 신뢰를 가지고 참여하며, 교육공동체를 이룩할 수 있다. 이를 기본으로 교과 내용, 학습 방식, 학교 운영 등 세세한 내용을 합의하고 실천한다.

그 결과 아이들이 떠나던 학교에서 돌아오는 학교로 변모했다. 학교 구성원들이 모두 교육을 매개로 같이 호흡하고 만족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에 대해 백준수 인천석남초등학교 교사는 “조현초나 거산초의 경우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이 부임했는데, 이들이 아이들을 중심에 둔 교육철학과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 큰 힘인 것 같다”며, “또한 교사들이 건강한 교육철학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임한 것이 학교를 바꾸는 결정적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지금 학교에서 동료 교사들과 변화의 움직임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좀처럼 쉽지 않다”며, “이번 기획취재가 많은 도움이 됐고, 앞으로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도시에서도 가능한가?...교사들의 변화, 자발성 중요

그러면 앞서 살펴본 학교들의 성공(?) 사례가 대도시 학교에서도 실현될 수 있을까? 대도시에서 이런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에 대해 거산초등학교 박장진 교장은 교사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교육철학을 일치시키는 노력과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한데, 대규모 학교에서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거산초등학교의 경우 학년 당 한 학급, 20명을 정원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늘릴 경우 뜻하고자 하는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제 선진국처럼 ‘작은 학교’를 모델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이를 지향하는 학교 교사들이 전국에서 모여 워크숍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현초등학교 이중현 교장은 “규모가 큰 학교의 경우 교사들의 동의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학년 단위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학년 단위에 자율성을 줘 스스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장이나 교감들이 불안감을 버리고 신뢰하면 된다. 거기서부터 획일화된 틀을 깨야 공교육이 살 수 있고, 아이들도 꿈을 실현할 수 있다. 우선해야 할 것은 교사들의 변화다”라고 말했다.

인천, 대안교육 싹 틔우나?

▲ 인천여성회가 주최한 ‘줏대있는 부모를 위한 교육강좌’
이번 기획취재를 하는 동안 인천에서 ‘풀뿌리교육’의 싹을 틔우려는 움직임들이 시작됐다.
인천여성회는 지난 5월 6일부터 6월 24일까지 ‘줏대 있는 부모를 위한 교육 강좌’를 열었다. 1강 ‘핀란드로부터 배운다’를 시작으로, 8강 ‘배움과 성장이 있는 마을 만들기’까지 매 강좌마다 50여명의 부모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이 기간 동안 서울 하자센터와 성미산 마을공동체를 둘러보기도 했다.

또한 7월 4일에는 가칭 ‘인천교육희망네트워크 준비위원회’가 워크숍을 열었다. 워크숍에 참여한 80여명은 ‘경쟁에서 협동으로, 차별에서 지원으로’라는 주제를 놓고 한자리에 모여 풀뿌리 교육을 위한 싹 틔우기를 시작했다. 교육희망네트워크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을 넘어 다양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공동체라는 측면에서 기대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정정민 인천여성회 부회장은 “이날 지역별토론 모임에서 교육에 대한 고민을 마을 단위로 풀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요자 중심의 참교육이 실현될 수 있도록 소통하고, 공유하고 연대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에서 다시 흔들리는 부모들...기준과 잣대 바꿔야 현실 극복

“사회활동을 많이 하고 싶어도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아이들 성적을 생각하면 무척 불안해진다. 우리가 꿈꾸는 교육은 ‘줄서기’가 아니라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 있을 땐 불안하고 남편과 갈등이 생긴다. 강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임을 통해 서로 공유하고 강제할 수 있어야한다”

지난 6월 24일 열린 인천여성회의 교육 강좌 마지막 강의에 앞서 들어본 한 참가자의 생각이다. 여러 강좌를 듣고, 이야기를 나눌 때와는 달리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흔들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날 ‘배움과 성장이 있는 마을 만들기’를 주제로 강의한 김영구 인천여성회 감사는 이렇게 말했다.

“교육을 하는 이유는 아이가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내가(부모가) 행복해야한다. 암울한 교육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교육의 다양화와 함께, 우리의 기준과 잣대를 바꿔야한다. 서울의 하자센터나 성미산 마을공동체를 인천에서도 만들 수 있다. 성미산마을도 아이 엄마 서너 명이 시작했다. 모든 처음은 그렇다. 대안학교, 공교육에서 대안교육을 실현하는 것… 모든 걸 열어놓고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걸 시도하자”

이어 그는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꾸 자란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촛불정국을 청소년들이 열었다. 이제 교육감 선거도 직선제다. 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청소년들이고 어머니들이다. 우리가 결정하기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김영구 강사는 구체적 실천으로 ‘옆집 아줌마’랑 같이 배움과 성장이 있는 마을을 만들자고 했다. 아이 교육에서 ‘줏대 있는 부모’가 되는데 최고의 적(?)은 아이를 닦달하는 ‘옆집 아줌마’이기 때문에 동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는 끝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을 바꿔낼 수밖에 없다”며, “지원군이 될 수 있는 (강좌) 후속모임을 잘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마을만들기와 교육공동체는 동반자

▲ 경남 거창군 샛별초등학교 2학년 국어수업 장면.
입시경쟁 위주라 일컬어지는 현 교육정책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교육현실을 바꾼 전례는 있으며, 지금도 진행 중이다. 엄마 서너 명이 공동육아시설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나아가 마을에 초·중·고등학생이 다니는 대안학교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살맛나는 마을로 변한다. 공교육 안에서 대안학교를 만들어 아이들의 꿈을 키우기도 한다.

비록 쉽지 않은 길이지만, 그것이 모두의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고, 실제 그렇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은경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부평지부 사무국장은 “지역에서도 교육은 상당히 중요한 사안인데, 그동안 교육단체나 학부모단체를 제외하곤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며, “지역사회에서 교육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을 통해 서로 만나 이야기하고 실천하다보면 하나씩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마을만들기’에서 교육공동체를 깊이 고민하고 연구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졌습니다.

* 도움을 주신 취재학교 관계자들과 정정민 인천여성회 부회장, 김은경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부평지부 사무국장, 백준수 인천석남초등학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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