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공교육 속 대안교육 찾기⑤
공교육의 새로운 도전<3> - 경상남도 거창군 샛별초등학교

<편집자 주> 공교육이 위기에서 헤어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 조치는 학생·학교 간 경쟁과 서열화를 심화하고 사교육비 증대를 초래한다는 강한 우려를 낳고 있다.

공교육 개혁을 위해 대안교육의 성과를 제도교육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늘 있어왔다. 하지만 결국 성적으로 나타내는 과정에서 의미는 훼손됐다. 공교육은 대안교육이 될 수 없는 걸까? ‘대안학교 같은 공립학교’를 만들려는 사례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샛별초등학교는 경상남도 북서쪽에 있는 거창군 거창읍 중앙리에 있다. 대부분의 사립초등학교는 큰 도시에 있다. 읍 단위에서는 샛별초교가 거의 유일하다. 샛별초교보다는 같은 재단(거창고등학회)에 속해있는 거창고등학교가 학생들이 전국에서 오는 자율학교로 더 유명하다. 거창고등학회는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민주시민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거창고를 설립했으며, 민주시민 육성을 위한 교육이 고등학교에서 시작하면 너무 늦으니 초등학교부터 하자는 취지에서 1964년 샛별초교를 설립했다.

▲ 2교시 후 휴식시간. 풍력발전기로 작동하는 시계탑아래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쉬고 있다.
지난 1988년 한 해 동안 KBS는 샛별초교의 교육활동을 촬영해 다음해에 교육특집 ‘들꽃은 스스로 자란다’는 제목으로 방영했고, 1990년 어린이날에는 KBS3(현 EBS)에서 방영해 샛별초교의 교육활동은 교육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면 한 학년에 두 학급씩 모두 317명의 학생이 다니는 샛별초교의 교육활동은 어떤 빛깔일까? 

교사부터 배우고 연구한다 - 알찬 교사연수

샛별초교는 새 학기가 시작되기 한 달 전부터 중점 운영과제 설정과 교육과정 편성을 위한 교사연수를 시작한다. 먼저 지난해 교육과정 운영에서 반성할 점을 찾고, 새 학기를 준비하기 위한 연수를 3일 동안 집중해 빠듯한 일정으로 진행한다.

특히 올해 초에는 순천대에서 열린 ‘교사연구회’가 주관하는 3박4일 연수에 모든 교사가 참여해 팀워크를 다지고 서로의 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다.

또한 학기 중에도 매주 수요일 방과 후에 교사연수를 하는데, 올해는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사토마나부 지음/ 손우정 옮김 / 에듀케어)라는 교재를 선정해 모든 교사가 함께 읽고 공부하고 있다. 지난해엔 ‘영혼의 성장과 자유를 위한 교사론’(송순재·고병헌·황덕영 엮음 / 내일을 여는 책)을, 2007년엔 ‘교사 역할 훈련(TET)’(토머스 고든 지음 / 김홍옥 옮김 / 양철북)을 교재로 사용했다. 

결과중심에서 과정중심으로 - 아이들을 위한 1년의 과제

▲ 학교 숲에서 살구를 따 든 강태수 교장.
올해 초 교사연수를 통해 내온 2009학년도 중점 운영과제를 살펴보면, 6가지 과제를 정했는데 첫째는 협동학습이다. 경쟁위주의 교육은 얼핏 보기에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경험과 우리 교육의 역사를 통해 보았을 때 결코 성공적인 교육방법이 될 수 없다는 공감대를 바탕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연구모임을 꾸리기로 하고, 모임 소속 교사가 협동학습을 적용한 공개수업을 하기로 했다.

두 번째는 ‘삶을 가꾸는 샛별 글쓰기 동산’ 운영이다. 글쓰기 동산엔 학생·교직원·학부모·동문 등 샛별의 구성원 모두가 참여한다.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배우고 누구나 가르치도록 운영한다.

세 번째는 노래와 놀이 보급이다. 이를 위해 샛별은 2교시를 마친 후 20분의 쉬는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은 교사의 재량으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래를 배우거나 놀이를 즐길 수 있다. 형식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아이들 스스로 즐거움을 찾게 하자는 취지다.

네 번째는 상담, 돌봄과 배려다. 상담실을 중심으로 운영하며, 청소년상담센터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이루어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과 문제행동에 대한 진단과 대책을 마련해주자는 취지다.

다섯 번째는 F.I.C.(패스트푸드·인스턴트·탄산음료) 추방 연구다. 학교와 가정이 서로 연계해 군것질 하지 않기·용돈 바로 쓰기를 지도하고, F.I.C.음식을 먹지 않도록 학원 시간 조정 등 아이들을 배려해주는 실천이다.

마지막은 평가와 통지다. 이와 관련해 강 교장은 “우리 학교는 아이들을 줄 세우지 않는 학교로 유명하고, 또 대부분의 교원들이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교육 현실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도 하다”며, “학습방법을 협동학습으로 한 것과 함께 평가방법을 바꾸지 않을 수 없다. 큰 원칙은 ‘결과중심’ 평가에서 ‘과정중심’ 평가로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표회는 있어도 대회는 없다 - 모두가 함께 가는 학교

▲ 자전거 페달을 밟아 전기를 발생시켜보는 아이들.
“아이들마다 개인차가 있다. 학습능력이 좀 뒤떨어지거나 진도가 느리거나 이해가 부족한 아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초등학교의 기본과정을 모두 익히고 뒤처지는 아이 없이 모두가 함께 가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매일 방과 후에 개별지도를 하고 있다”

강태수 교장의 말처럼 샛별초교는 아주 오래 전부터 학습부진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 개별지도를 하고 있다. 강 교장도 거들고 있다. 방과 후에 교장실을 찾아와 기본과정을 익히는 학생들도 있다.

직접 만든 곱셈 카드를 보여주며 강 교장은 “개별지도가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어서 심리적으로 힘겨울 때도 있지만, 담임선생들이 모두 열의를 갖고 지도하고 있으며, 학부모들도 신뢰하며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샛별초교에는 교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상을 주는 제도가 없다. 학급 반장도 모든 학생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겨 학생들을 주눅 들게 하는 잘못을 없애기 위한 나름의 원칙이다.

이와 관련, 강 교장은 “오래 전에 소아마비를 앓은 장애아가 있었는데 운동회 때마다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꼴찌를 면하지 못했다. 그 때 상을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 후론 발표회는 있어도 대회는 없다. 상을 줘야 아이들이 분발하고 선의의 경쟁을 하지 않겠는냐는 외부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자유롭게 학교를 드나들다 - 학부모·교사가 함께하는 교육

샛별초교는 학부모와 교사가 손발을 맞춰 함께 아이들을 교육하는 학교로도 유명하다.

그 바탕엔 새로 담임을 맡은 교사들의 가정방문이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정방문은 아이들과 생활한 지 20일 정도 지난 3월 마지막 주 5일 동안 방과 후에 이뤄지는데, 보통 교사들이 집을 찾아가면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묻는 데 이야길 해주기 위해서다. 교사들은 가정환경을 조사하고 부모와 터놓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가정방문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거리끼는 부모도 적지 않다. 그래서 지난해엔 학부모들에게 전화상담·메일 주고받기·직접방문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문제는 교사 입장에서 직접방문이 꼭 필요한 가정이 거부한다는 데 있다. 이에 올해엔 모두 직접 방문했다.

가정방문 외에 저녁학부모교실을 열어 자녀교육에 관한 강의를 듣고 함께 ‘좋은 부모 되기 공부’도 한다. 그러다보니 학부모가 아무 부담 없이 자유롭게 학교에 드나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학부모들의 학교운영 참여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학부모들이 2003년 도서실(옹달샘)을 만들어 방학 때도 쉬지 않고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40여명의 명예사서들은 돌아가면서 매일 서너명씩 도서실을 지키고 아이들의 독서활동을 돕는다. 지난해엔 한 달에 한 번씩 엄마와 함께 ‘나만의 책 만들기’를 진행했으며, 올해엔 2학기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7월 2일 도서실에서 만난 한 어머니는 “아이들이 책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성을 기르고 발휘할 수 있도록 어머니들이 많이 고민하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운동장이 반듯하지 않은 학교

▲ 2학년 국어수업. 아이들을 둘러보는 주중식 전 교장.
우리나라 거의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운동장은 네모반듯하다. 하지만 샛별의 운동장은 반듯하지 않다. 그에 조화를 이뤄 학교 건물도 반듯하지 않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건물 모양과 색깔을 꾸몄다. 이러한 샛별의 자유로운 겉모습은 샛별이 추구하는 교육방향과 닮았는지 모른다.

올해 3월 1일 교장을 퇴직하고 평교사(기간제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주중식 교사는 2002년 교장 재직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을 교사·학부모·학생이 함께 찾아가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교사·학생에게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학습하도록 배려해주는 우리 학교의 방식이 이 같은 교육철학을 실천하는 것이다”

7년이 지났지만 샛별은 주 전 교장이 했던 말처럼 교사와 학생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학습하도록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 이 기획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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