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공교육 속 대안교육 찾기 ②

<편집자 주> 공교육이 위기에서 헤어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 조치는 학생·학교 간 경쟁과 서열화를 심화하고 사교육비 증대를 초래한다는 강한 우려를 낳고 있다.

공교육 개혁을 위해 대안교육의 성과를 제도교육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늘 있어왔다. 하지만 결국 성적으로 나타내는 과정에서 의미는 훼손됐다. 공교육은 대안교육이 될 수 없는 걸까? ‘대안학교 같은 공립학교’를 만들려는 사례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 2008년 9월 19일 북부교육청 강당에서 진행된 인천여성회 교육관련 기획강좌 참가자들이 강의에 열중하는 모습. <부평신문 자료사진>
“일반적으로 부모들은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초등학교부터 사교육비를 쏟아 붓는다. 제가 직접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본 결과, 초등학생에게 예능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사교육이 필요 없다. 그럼에도 과도한 부모의 욕심과 학원의 상술에 어린자녀들만 골병들고 있다.

학원비는 계속 증가하는데 저축은 감소하고 이는 결국 노후생활까지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자녀역시 학원에만 의지해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깨우치지 못하고 ‘학원 의존증’만 키워갈 뿐 학원의 굴레를 못 벗어난다. 학원은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교육도 꼭 필요한 것처럼 부모와 자녀를 옭아맨다. 결국엔 미래까지 갉아 먹힌다. 학원에서는 ‘오래 다니는 학생’을 선호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인천여성회가 지난해 11월 13일 부평구청 7층 대회의실에서 연 강좌에서 교육평론가 이범(곰TV 강사)씨가 강좌에 참가한 학부모들에게 들려준 말이다. 그는 학원 강사로서 사교육 현장에서 느꼈던 사교육의 허와 실을 거리낌 없이 쏟아냈다.

학부모들도 그의 말에 많이 동감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녀들을 학원 등 사교육에 맡긴다. 그 이유는 이미 밝혀져 있다.

사교육, 입시경쟁 불안감 때문에...41.7%, “학교 교육만으론 부족”

인천여성회 부평지부와 (주)부평신문사가 공동으로 4~5월 한 달 동안 실시한 ‘부평지역 사교육(학원·과외·학습지 포함)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을 시키는 가장 큰 이유’를 묻는 데 494명의 응답자 중 ‘학교 교육만으로 부족해서’라는 답변이 41.7%(206명)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19.6%(97명)가 ‘다들 시키는데 안 시키면 뒤쳐질까봐’를 꼽았다. 입시경쟁 속에서 비롯되는 불안감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나머지는 ‘아이가 원해서(17.8%·88명)’ ‘학교 시험결과 성적향상 기대치가 커서(8.9%·44명)’ ‘특목고나 명문대 진학을 위해서(7.1%·35명)’ ‘기타(4.9%·24명)’ 등으로 답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사항’을 묻는 질문엔, 응답자 512명 중에서 41.4%인 212명이 ‘따로 사교육을 시킬 필요 없는 질 높은 방과후학교 운영’을 꼽았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140명·27.3%)’ ‘인성교육 중심으로 학생지도(117명·22.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방과후학교가 현실적으로 사교육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는 생각엔 부정적 답변이 많았다. 44%가 ‘아니오’라고 답했으며, 33.8%만이 ‘예’라고 답했다. 나머지 22.1%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부평지역 학부모 월 사교육비 지출...100만원 이상까지 골고루 분포

2008년 사교육비 지출은 18조 7230억원으로, 2007년보다 1조 3295억원 늘었다는 통계가 발표된 바 있다. 이는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예산 44조 1460억원의 절반 가까운 수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008년 10월 3~5일 성인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일제고사 반대가 49.5%, 찬성이 43.7%로 반대 여론이 조금 높았다. 하지만 이 시험이 사교육비를 늘릴 것이라는 데는 82.6%가 동의했다. 줄어들 것이라는 답변은 7.7%에 불과했다.

내 아이의 전국 서열이 어떻게 되는가가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시험이 하나 더 생기면 사교육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평지역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원비나 과외비가 ‘현행에서 50% 감소(응답자 446명 중 210명·47.1%)’ ‘25% 감소(180명·40.4%)’가 현실적으로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8%만이 ‘현행수준’이 적정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부평지역 학부모들은 어느 정도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을까?

실태조사(자녀가 둘 이상의 경우 합산) 결과, 월 10만원 이하에서 100만원 이상까지 골고루 분포하고 있었다.(표 참고) 응답자(435명) 중 38.9%가 50만원 이내에서, 나머지 61.1%는 50만원 넘게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수입과 비교했을 때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30%’가 29.7%로 가장 많았다. ▲10~20%(24.5%) ▲30~40%(15.1%) ▲50~60%(12.9 %) ▲10% 이하(10.4%) ▲40~50% (5.8%) 등의 순이었다.

“인성·창의성교육으로 변화 필요”...방과후학교 운영에도 관심 높아

부평지역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으로 ‘입시경쟁교육에서 인성·창의성교육으로의 변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근본적인 교육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다음으로 ‘학부모 의견이 반영된 질 높은 방과후학교 운영’을 선택했다.
아울러 학원 운영에서 가장 개선해야 할 사항으론 ‘학원 강사의 질 담보’와 ‘교재비·통신비 등 잡부금 없애야’를 주로 꼽았다. 이밖에 ‘학원 자체 입학시험으로 학생 선발’ ‘학원생 유치 경쟁을 위한 학생들의 등수 현수막 게재’ 등을 개선해야 할 것으로 꼽았다.

한편, 부평지역 사교육 실태조사 응답자 중 78.6%가 대다수 학부모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인천지역 학부모단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정정민 인천여성회 부회장은 “많은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대한 걱정과 고민을 가지고 있지만, 주변 여건상 혼자서는 극복할 수 없다”며, “이웃이나 몇몇 언론에 의지해 정보를 얻기 때문에 더욱 불안한데, 이러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개선해나가려고 노력하는 학부모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당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책보다 인식 전환이 우선”

우리와 교육제도가 비슷하다는 미국·일본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사교육 열기는 과하다. 그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 즉, 취직 할 때 학력을 따지는 사회분위기와 등수가 매겨진 성적으로 입학하는 대입제도를 꼽고 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의 하나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공교육이 입시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이 운영에서 나온 자료가 대입자료로 쓰여야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과거 수없이 사교육을 잡기 위해 제도를 바꿔왔음에도 정책이 바뀌면 사교육은 거기에 유리한 방식으로 변하고 불안한 사람들은 결국 편승해왔다며, 정책보다 사람들의 인식전환이 우선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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