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인천 마을공동체 만들기 활성화 방안
4. 충남 홍성군 홍동마을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 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마을공동체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에선 2013년 5월에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조례’가 제정됐으며, 같은 해 12월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기본계획’이 수립됐고 중간지원기관인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센터’도 설립됐다. 인천시뿐 아니라 10개 구ㆍ군 대다수도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마을공동체 운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4곳은 중간지원기관도 운영하고 있다.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은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인 인천의 주민들이 오랫동안 마을에 정주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주거환경과 역사ㆍ문화 등 마을의 고유성을 살려 공동체를 지속하게 하고 사람 중심의 마을이 되게 돕는다.

마을이 살아야 도시도 활기를 뛴다. <인천투데이>는 마을공동체에 시민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연중기획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로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소개하고 있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인천의 마을공동체 만들기 현황과 국내 다른 지역과 외국 사례를 살펴보고 인천의 마을공동체 운동과 사업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충남 홍성군 홍동마을 주민조직과 협동조합 등을 지원하는 중간 단체인 '지역센터 마을활력소'.

지역공동체 만들기 든든한 지원군 ‘마을활력소’

“돈 보다는 사람을 우선하는, 경제적 효율보다는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지역공동체의 꿈을 그리겠다.”

충청남도 홍성군 홍동면(홍동마을) 주민들이 2010년 준비모임을 거쳐 행정안전부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지정받아 2011년 문을 연 ‘지역센터 마을활력소’가 밝힌 미션이다.

‘마을활력소’는 순환농사를 바탕으로 자립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좋은 생각을 조정하고 실천하게 돕는 중간단체다. 주민 스스로 참여와 연대에 기초해 공익활동을 지원하면서 자치ㆍ자급ㆍ자율적인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마을활력소’는 홍성군의 예산 지원으로 세운 건물 이름이기도 하다. 주민들이 구성한 사무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여러 협동조합과 유기농업을 하는 홍동마을을 둘러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구석구석을 안내하고, 귀농ㆍ귀촌 대상 마을 알아보기 프로그램인 ‘마실이학교’도 운영한다.

또한 마을을 활기 있게 만들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여러 지역 소식을 알리는 지역신문 ‘마실통신’을 만들고, ‘봄맞이큰장’과 ‘홍동거리축제’를 돕는 역할도 한다. 홍동마을에서 시작한 홍성 지역화폐인 ‘잎’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마을에 있는 여러 협동조합이나 주민조직 등이 한 달에 한 번 모여 진행하는 달 모임과 연초에 한 번 모여 지난해 사업을 보고하고 그해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우리 마을 발표회’도 지원한다. 마을 안에 새로운 주민조직을 만들 때도 도움을 주고 사무실과 모임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마을주민들이 함께 만든 동네마실방 뜰과 ㅋㅋ만화방.

협동조합ㆍ공동체ㆍ주민조직 50여 개 활동 중

유기 농업과 축산으로 순환농업을 하면서 지역과 학교가 함께 만드는 마을을 모토로 하는 홍동마을의 인구는 3500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마을에서 활동 중인 협동조합ㆍ공동체ㆍ주민조직ㆍ기관이 50여 개나 있다. 이들이 좋은 마을을 만드는 데 함께하고 있다.

홍동마을은 1990년대 오리농법을 이용한 친환경 유기농업으로 유명한 곳이다.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풀무학교생활협동조합ㆍ동네마실방뜰ㆍ홍성우리마을의료생협 등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다양한 기관이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협동체 도토리회ㆍ뜸방ㆍ평촌목장 등 주민조직이나 주민들이 운영하는 사업체도 많다. 교육기관으로는 홍동초ㆍ금당초ㆍ홍동중ㆍ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ㆍ갓골어린집 등이 있으며, 갓골목공실ㆍ생각실천장작소ㆍ밝맑도서관 등 정규교육과정 이외의 교육기관도 있다.

홍동마을이 유기농업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주민조직과 공동체 등을 운영하는 데는 1958년에 문을 연 풀무학교(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라는 씨앗이 있다. 풀무학교는 ‘더불어 사는 평민’이라는 기독교 정신 아래 농업과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주민들을 교육해왔다. 그 영향과 함께 유기농업에 관심을 가진 도시민들이 귀농했고, 이들이 원주민들과 만나 학교 교육 개선을 위해 노력한 것이 지금의 홍동마을을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그런 노력으로 2005년 홍동초ㆍ금당초ㆍ홍동중ㆍ풀무농고 교사들과 ‘홍동지역 범교과 교육과정 연구회’를 만들었다. 그렇게 학교 간 교류하며 2006년부터 연구회가 주관하는 주말 방과후학교 ‘햇살배움터’를 운영했다. 2008년부터 민간장학재단의 지원을 받았고, 2012년부터는 학교와 연계해 마을교육네트워크 사업으로 확장했다.

홍동마을지도.(제공·마을활력소)

교사와 주민들의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 만들기’

홍동마을이 공동체가 꽃 피는 마을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을 만들려는 교사와 주민들의 열정이 큰 역할을 했다.

햇살배움터마을교육연구소 실무자 이재혁 씨는 “사그라지는 농촌마을에서 경제적인 측면만으로 마을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진안과 완주의 마을 교육 사례를 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을에서 교육이라는 주제 또한 마을을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홍동마을 전체가 교육을 주제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교육 의제가 나올 수 있게끔 노력하고 마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햇살배움터는 ‘마을과 학교가 서로 돕는 지속가능한 농촌마을 교육’을 주제로 다양한 사업을 벌인다. 생태교육 마을교사 양성과정과 마을교사 작은공부방 운영으로 마을교사 역량을 강화하고, ㅋㅋ만화방ㆍ청소년마실이학교를 운영해 마을교육 안전망을 구축한다. 또, 발달장애청소년을 위한 마을일터 인턴십 과정을 지원하고 다양한 작업장에서 어른을 만나 진로를 탐색하는 ‘마을 작업장학교’를 지원한다. 청소년 밴드 동아리와 생태미술ㆍ전래놀이 등으로 청소년의 정서 안정을 지원하고 청소년사계절살림학교ㆍ사계절살림학교ㆍ홍동거리축제 등 네트워크 강화 사업도 한다.

특히, 2014년 8월 문을 연 청소년 거점 공간 ‘ㅋㅋ만화방’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다. 마을 주민들의 후원으로 문을 연 이 공간은 멍 때리고 있어도 잔소리가 없는 공간, 청소년들이 서로 만나는 광장 같은 공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거들어줄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청소년들의 아지트와 같은 곳이 됐다.

만화책ㆍ그래픽노블 3200권과 다양한 보드게임을 구비하고 있으며, 매주 금요일 보드게임방을 운영한다. 어른들을 위해 야간에 개장하기도 한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고 공연도 가끔 열린다. 청소년 5~10명이 모여 동아리를 만들고 계획서를 제출하면 경비를 지원하는 ‘ㅋㅋㅅㅍ(ㅋㅋ만화방 스스로 프로젝트)’도 있다.

이재혁 씨는 “지속가능한 마을이어야 아이들의 미래도 있다. 마을에서 자신의 진로를 찾고 살고 싶은 아이가 많아져야 마을의 미래가 있다”며 “마을에서 친구ㆍ선배ㆍ추억ㆍ꿈을 찾을 수 있는 교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마을 수업 중인 홍동마을 아이들.(제공·마을활력소)

주민자치회 구성으로 주민자치 강화

홍동면은 지난해부터 주민 200여 명이 참여해 마을의제를 발굴하는 원탁토론을 진행했다. 그리고 올해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조만간 주민자치회 임원을 꾸릴 예정이다. 주민자치회에는 주민조직과 공동체, 학교 등에서 추천한 주민들도 참여하고 있다.

주민자치회 임원을 꾸리고 마을 의제를 확정하면 아이들이 행복하고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드는 데 한 발자국 더 다가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센터 운영에 관한 심의ㆍ의결, 동ㆍ면ㆍ읍의 행정에 관한 협의 권한만 가진 주민자치위원회의 권한과 책임을 보다 강화한 주민 의사결정기구다. 주민자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마을 의제와 사업계획을 주민들이 정하고 실현할 수 있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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