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선미 (사)나눔과함께 사무국장/장수경 (사)인천겨레하나 집행위원장
8.15에서 10.4까지 ‘열려라, 금강산길’ 도보 순례 추진
‘비무장지대 길’ 시민들이 일상에서 찾을 수 있게 정비해야
민간의 노력이 지속되면 얼었던 한반도 분위기 녹일 수 있어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오랫동안 우리는 섬에 살았다. 경계는 어느 순간 우리 곁에 항상 있었다. 이제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경계는 오랜 세월동안 깊은 병으로 자리했다. 치유되지 않을 것처럼. 그렇다고 희망을 놓아버릴 수는 없다.

경계는 다름 아닌 남과 북을 갈라놓은 분단선이다. 최근 남북과 북미 관계를 보면 비교적 개선되고 신뢰가 쌓여가는 것처럼 보인다. 시민들이 느끼기에도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 눈앞에 온 것처럼 느낄 것이다.

남북 평화 분위기는 갈등과 해소를 반복하는 TV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정권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가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지난달 30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중 판문점에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조우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지난 베트남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경색된 관계를 회복하는 세기의 순간이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남과 북 그리고 미국과 동북아 인접국가가 각자의 이해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빠른 변화에는 정치적 결정권자가 갖는 ‘탑-다운(top -down)'방식이 일조했을 것이지만, 유연성을 위해서는 민간 차원의 학술·문화 교류 등 다양한 모습의 ’버텀-업(bottom-up)' 방식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천에 경계의 벽을 허물고 깊은 병을 치유하기 위해 ‘길’을 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나눔과함께 최선미 사무국장과 (사)인천겨레하나 장수경 집행위원장은 지인들과 함께 비무장지대 평화순례길을 조성하기 위해 ‘열려라! 금강산길’ 준비에 분주하다.

‘열려라! 금강산길’은 8월 15일과 10월 4일을 전후해 인천 강화 교동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8차에 걸쳐 비무장지대 인접 길을 걷는 도보 순례 행사다. 이를 준비하는 최선미 국장과 장수경 위원장을 부평구 십정동에 위치한 ‘춤추는 달팽이’ 도서관에서 만났다.

최선미 (사)나눔과함께 사무국장(오른쪽)과 장수경 (사)인천겨레하나 집행위원장

한반도 평화 분위기, 민간 차원 노력이 더해지길

이번 비무장지대 평화순례길 행사를 준비하는 모임은 ‘금강산길’이다. ‘금강산길’은 법정단체도 아니고 임의단체도 아니다. 오가다가 생각이 맞는 사람들이 ‘인천에서 강원까지 철책 따라서 걸어가 볼까?’라는 말에 뜻이 맞아 조직됐다고 한다.

“다른 일로 사람들이 모여서 환담하다가 금강산길 얘기가 나왔다. 인천에서 시작해서 강원도 고성까지 비무장지대 길을 한 번 가보자고 했더니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찬성했다. 그냥 농담처럼 툭 던진 말인데 실제가 됐다. 말이 무섭다.”

“무엇보다 민간의 노력으로 경계를 허물고, 시민들이 나서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자는 생각이다. 현재 급변하는 남북관계나 평화·통일 분위기에서 시민들도 무엇인가 함께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평화와 통일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그렇듯이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선미 국장은 마치 일상의 대화처럼 정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함께 자리한 장수경 위원장도 거들었다.

“판문점 선언 이후 뭔가 잘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고, 사실 정부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유엔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도 막혀있지 않나. 그동안 ‘다시가자 금강산’이라는 운동도 했는데, 이번 ‘열려라! 금강산길’도 금강산 관광 등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실천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강화에서 ‘평화통일기원제’, 고성에서 ‘통일작은음악회’

이번에 추진하는 평화순례길은 시작과 끝이 연결된 길은 아니다. 인천 강화에서 강원 고성까지 편도로 약 300km다. 연이은 일정으로 걸어가면 평균 걸음걸이로 20일 가까이 걸어야 하는 거리다. 여러 변수와 사람들의 일상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8개 코스로 나누어 띄엄띄엄 걷기로 했단다.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추진하자니 어려움에 봉착했다. 길을 이어서 연속으로 걷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숙식과 응급, 행정적 협조, 예측할 수 없는 변수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또 욕심은 많아서 비무장지대에 들어간다던지 역사 탐방이라든지 여러 가지 스토리텔링을 더해 진행하면 좋을 것 같은데,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 욕심을 버렸다. 그러나 길 위에 평화가 있고 경계는 마음에 있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상기시키고 싶다.”

이들의 구체적인 일정은 8월 17일 북녘을 바라볼 수 있는 강화 교동도 망향대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 길놀이도 진행하고 평화통일기원제를 지낸다고 한다. 이어 교동땅을 걷고 24일에는 김포 평화누리길 1코스, 31일에는 파주 임진강 생태탐방로를 각각 하루 일정으로 걷는다.

또 9월 7·21·28일에는 각각 철원 한탄강, 화천, 양구 두타연 일부 구간을 간다. 특히 10월 5일에는 고성 해파랑길을 걸어올라 통일전망대에서 ‘One Korea Festival In 금강산’(통일작은음악회)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10월 19~20일은 1박2일 일정으로 연평도 기행도 떠난다.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진행되는 음악회는 고성군청에 협조를 구했다. 사용허가를 받은 상태이고, 피날레는 사실 고성이지만, 연평도는 매년 평화기행을 진행하고 있어서 마지막을 연평도로 잡았다. 내년이면 벌써 연평도 포격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연평도는 서해5도의 대표적인 섬이기도 하고 평화순례길은 인천에서 마무리할 예정이다.”

“통일전망대에서 열리는 음악회, 얼마나 근사한가.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아직 미정이다. 구상하고 있는데, 특히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하신 인천의 자랑 최영섭 선생께도 기회가 되면 제안을 드리고 싶다.”

평화순례길 탐방자는 사전 예약이 거의 찼다고 한다. 현재 150여 명 정도인데, 총 230명 정도로 보고 있다. 참가신청은 아직 늦지 않았다. 신청은 온라인(http://bit.ly/열려라금강산길)으로 접수하고 있으며,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참가비는 3만 원이다. 또 각 코스별로는 교통비 등 2만 원을 내면 된다. 참가 코스는 원하는대로 선택이 가능하다. 일정별 코스는 단체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참가자들에게는 당일 도시락과 생수, 목에 멜 수 있는 하늘색 손수건 등을 제공한다.

순례길이 남과 북으로 열리고 이어져야

최선미 국장은 준비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해서는 그 때 생각하기로 했단다. 지자체의 협조와 민간의 노력이 더해지면 큰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실 경기도에는 평화누리길이 있고, 강원도도 있다. 그런데 지자체별로 관할이 다르다보니 관리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답사를 다녀왔는데, 길을 가다보면 수월하게 갈 수가 없다. 길은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또 인천은 서해5도가 있지만, 인천과 경기도, 강원도가 합심해서 남북의 경계와 맞닿은 길들을 정비하고 시민들이 일상처럼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더욱 거듭나야 한다.”

최 국장은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제주 올레길처럼 비무장지대 평화순례길도 정비를 거듭하면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후원이 문제다. 회비만으로는 그냥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지속성을 위해서는 주민의 참여 기회를 열어두고 여러 지자체가 통합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막상 눈앞에 닥치니까 부족한 점이 보인다. 프로그램도 나름 준비하고 있는데 후원도 부족하고 재정적인 측면에서 지자체의 도움도 필요할 것 같다. 인천시의 관심이 있으면 좋겠고, 기회가 되면 시의원들도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 인천에서 시작해 평화순례길이 앞으로 잘 닦이면 좋겠다.”

이들은 길이 열리고 이어지면 그토록 바라는 평화와 통일이 한발 더 다가오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길을 열겠다는 민간의 노력이 얼었던 한반도를 녹여내는데 일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지속성을 위해서 평화순례길 재단이나 기관을 설립하려는 뜻도 언급했다.

“길은 이어져야 한다. 인천에서 강원까지 남쪽 비무장지대 평화순례길이 이어지고, 앞으로 북쪽 평화순례길도 이어져 남북이 통하고 왕복이 가능한 길로 열리길 원한다. 최소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재개되길 바라고, 뜻이 맞는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