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40주년 기획 <3> 국립대학법인 전환 이후

[인천투데이 김강현 기자] 1979년 인천공과대학, 1980년 인천대학, 1988년 인천대학교, 1994년 시립 인천대학교, 2013년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 개교 이후 지금까지 ‘인천대’의 이름이다. 1979년 개교 후 인천대는 이른바 ‘비리사학’에서 시립대를 거쳐 국립대학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인천대 개교 40주년을 맞아 인천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길을 조명한다.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

국립대학법인 전환으로 인해 우려되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인천대는 2013년 1월 18일 국립대학법인 인천대로 전환됐다.

그 하루 전인 17일, 인천시와 협약을 맺고 재정 지원 약속을 받았다. 인천대가 선인재단의 사립대 시절 갖고 있던 재산을 돌려받는 것을 포함해 국립대학법인 전환 과정과 전문대 통합 과정에서 시가 약속한 재정 지원 계획을 종합해 작성한 협약서에 따르면, 시는 단기ㆍ장기적으로 9076억 원을 지원하고 2015년까지 송도 캠퍼스 건물 증축 사업비를 지급하며, 송도 11공구 땅 10만평을 조성 원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당장 대학을 운영하는 데 충분하지 않은 데다 법적 구속력이 약한 협약서의 내용을 시가 잘 이행할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 국립대학법인 인천대는 그 시작부터 불안했다.

대학 구성원들은 법인화 과정에서 ‘인천대 법인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했다. 안정적인 재정과 민주적 구조를 담보해야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특히 총학생회는 시에 협약서 작성을 촉구하며 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기도 했고 대학당국의 책임 있는 결정을 요구하며 총장실을 9개월간 폐쇄하기도 했다.

2013년, 총장실을 폐쇄한 학생들이 그 앞에서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불안정한 재정과 열악한 교육환경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가 완성한 국립대 법인화의 결과물인 인천대는 ‘국비를 받지 못하는 국립대’, ‘국내 최초로 빚내서 운영하는 대학’으로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정부는 2006년 체결한 양해각서를 근거로 인천대 국립대 전환 이후 5년간 운영비를 책임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인천대는 2013년에 시로부터 300억 원을 지원받았고 시가 갚아주기로 한 약속을 근거로 금융권에서 200억 원을 빌려 대학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학생ㆍ교수ㆍ직원 수 등 구성원 규모가 비슷한 공주대(국립대)가 운영비 790억 원을 지원받은 것과 비교했을 때 300억 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대학 발전을 위해 선택한 법인화가 발전은커녕 퇴보를 초래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급하게 이전한 송도 캠퍼스는 인천전문대와 통합으로 급증한 구성원 수를 감당하지 못했고 그로인한 공간 문제도 심각했다. 심지어 사범대학 등 일부 단과대학과 학과가 송도로 오지 못하고 제물포 캠퍼스에 그대로 남는 문제도 발생했다.

부족한 공간으로 인한 피해는 심각했다. 당시 송도 캠퍼스를 8000명 규모로 조성했는데, 캠퍼스 이전과 인천전문대 통합 과정을 거치며 학생 수만 1만3000명에 육박했다. 학생들이 공부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학생식당의 경우 건물 밖으로도 100미터가 훌쩍 넘는 대기자 줄이 생기곤 했고 강의실 자리가 모자라 수업시간마다 옆 강의실과 의자ㆍ·책상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야외 수업이 일상화된 학과도 많았다. 국내 대학 중 최하위의 도서관ㆍ기숙사 수용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불안한 출발에 따른 피해는 곧 나타났다. 당초 ‘2011년 완공’으로 계획한 건물 신축 공사가 2014년 1월에야 겨우 시작됐는데, 시가 지급해야할 건축비를 제 때 지급하지 않아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학생 2900여 명이 2014년 4월에 학생총회를 열었고 10월 8일에는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시에 협약서 이행을 촉구했다.

2014년, 인천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학생들의 거센 항의로 시는 ‘2015년까지 건물 신축 비용을 완납하겠다’고 약속했고 밀린 건축비를 바로 지불해 문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법인화 과정에서 우려한 상황이 실제로 발생하자 대학 구성원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게다가 시가 2015년에 지급해야할 대학운영비 300억 원 중 150억 원만 본예산에 편성해, 불안은 가중됐다.

이런 불안감은 학생들에게 더 크게 다가왔다. 강의 들을 때 빔 스크린 뒤에 앉아야할 정도로 강의실이 좁아 수업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가는 학생을 교수조차 막지 못할 정도로 교육 환경은 엉망이었다.

제대로 된 교육환경을 요구하며 3월에 연 학생총회에 3145명이 참석할 정도로 학생들의 대학 정상화 열망은 뜨거웠다.

2015년 학생총회에서 총학생회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당시 학생들의 요구는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총장 선거 실기 ▲국립대가 당연히 받아야할 국가 지원 운영비 지급 등이었다. 여러 문제의 근본 원인이 국립대학법인이라는 기형적 구조에서 발생한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우려한 문제가 또 발생했다. 여름방학 전까지 시가 약속한 300억 원 중 단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아, 교직원 7월 인건비와 전기세 등 공공요금을 체납할 위기에 처했다. 60억 원에 이르는 교직원 임금 지급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법인이 인건비로 유용할 수 있는 돈은 약 10억 원에 불과했다.

임금 지급 하루 전 오후 4시가 돼서야 시는 55억 원을 지급했고 다음날 임금을 밀리지 않고 지급할 수 있었다.

이런 문제는 8월에도 똑같이 이어졌다. 게다가 시립대 시절 매점 운영 등으로 모은 시립대학발전기금 등 208억 원에 관한 조례를 폐지해 이 기금을 몰수하려는 시의 움직임까지 드러났다.

학생들은 분개했다. 2학기 개강을 하자마자 회의를 열고 대응방법을 고민했으며, 2015년 10월 7일 학생 1500여 명이 시청으로 찾아가 궐기대회를 하고 시청 주변을 행진한 뒤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두 달간 지속한 천막농성으로 인천대는 받아야할 운영비를 모두 받아내는 등, 외줄타기 식 대학 운영을 이어갔다.

2015년 총궐기대회를 열고 인천시청 주변을 행진하는 인천대 학생들.
2015년 인천시청 앞 천막농성.

돈도 없고 자율성도 없는 국립대학법인 인천대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대학 운영비와 국책사업비 등을 무기로 모든 대학의 총장 선출 과정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직선제 폐지와 정부의 입맛에 맞는 총장을 앉히는 것이 골자였다.

결국 2015년 8월, 부산대 국문과 교수가 학내 민주주의와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학교에서 투신 자살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인천대는 시립대 시절, 총장 선거에 학생까지 참여하는 국내 몇 안 되는 대학이었다. 그러나 국립대학법인 전환 이후 총장 선출방식은 간선제로 바뀌었다.

인천대는 일반 국립대와는 달리 법인이기 때문에 이사회가 있다. 이사의 과반이 친정부적 성향을 갖는데, 그 이사회가 총장후보를 선출하고 이를 교육부가 검토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라,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는 구조다.

인천대 구성원들은 법인화 과정에서부터 총장 직선제 등 민주적 구조를 요구했고 2016년에는 총장 선출을 앞두고 부총장실을 폐쇄하는 등, 이를 더욱 강하게 요구했다.

2018년 3월, 인천대 학생 2800여 명이 모여 일반 국립대 전환 등을 결의했다.

일반 국립대로 전환을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는 모든 국립대를 법인화하려고 했으나 각 대학의 반발에 부딪히자 재정 지원 축소를 골자로 한 국립대학 회계법을 만드는 등, 사실상 법인화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이로 인해 인천대 구성원들이 반대한 법인화와 가고자한 일반 국립대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인천대는 ‘일반 국립대 전환’이 아닌 대학 생존권과 민주적 구조를 지켜내는 투쟁을 벌여왔다.

그런데 국민들의 촛불로 박근혜 정권이 밀려나고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탄생하자 인천대 상황도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는 교육 공공성 강화 의지를 밝히며 국립대학에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천대는 법인 국립대라, 예산 800억 원을 편성해 모든 국립대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정부의 국립대 특별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인천대 구성원들은 일반 국립대 전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시작은 학생들이었다. 2018년 3월 학생 2800여 명이 모여 일반 국립대 전환을 결의했다.

학생들의 움직임에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도 반응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당시 인천시장 후보였던 김응호 정의당 인천시당 위원장은 2018년 4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대 일반 국립대 전환 추진 의사를 밝혔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인천대는?

현재 인천대는 정부로부터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학운영비를 지원받고 있다. 법인 출범 초기에 불안정했던 재정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문제는 많다. 특히 시의 재정 지원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시는 2018년부터 2027년까지 지원하기로 한 대학발전기금 2000억 원 중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으며, 산학 협력 지원금 3067억 원은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시가 약속한 지원금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면 인천대는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 지원도 늘려나가야 하고 민주적인 대학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대학 구조는 법인국립대를 벗어나 일반 국립대로 전환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인천대는 비리사학을 몰아내고 시립대를 거쳐 국립대학 법인으로 전환하며 혁신적 변화를 이어오고 있다. 아직 문제가 산적해있는 만큼 그 변화는 끝나지 않았다. 인천대가 더욱 발전해 인천과 국가의 고등교육을 책임지는 진정한 국립대로 성장하기를 인천대 구성들과 인천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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