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미 전 미추홀구의회 의원

문영미 전 미추홀구의회 의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앉아서 알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그래도 근본적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예천군의회 사태로 지방의회 해외연수(공무국외여행)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가 부활하고 27년이 지난 지금도 지방의회 해외연수가 관광성 논란을 넘어 폭행 시비까지 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지방의회 해외연수가 비판에 직면한 지금, 준비를 잘해서 다녀오고 견학한 것을 제도나 사업에 반영해 추진한 사례는 잘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 미추홀구의회 3선 의원으로 재직하며 ‘공부하고 발로 뛰는 해외연수’를 기획한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2011년 5월 독일 연수를 위해 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이하 전여네)는 한국여성정치연구소와 함께 공동으로 연수를 기획했다. 나는 독일 연수단 단장으로 전여네 공동대표와 연수를 준비했는데, 네 차례 준비모임으로 관심분야를 정했고 자료를 수집했다. 그리고 프로그램과 일정을 짰다.

현지를 방문해 의회ㆍ기관ㆍ단체 실무자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분야별 담당 의원이 준비한 질문을 통역자에게 미리 전달했고, 다른 의원들은 추가질문을 하는 것으로 통역 시간을 최대한 줄였다.

당시 지방의원 연수비는 일괄 책정돼있어 자비를 보태야만 했다. 유럽은 연수비용이 1인당 360만 원을 넘어야 가능했기 때문이다. 연수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했다. 식비와 숙박비, 교통비를 줄이려고 점심을 거르기도 했고, 저렴한 숙소를 구해 불편한 잠자리를 감수하기도 했다.

몸이 힘든 연수였지만 함께 기획하고 논의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힘들지만 매일 밤 소감을 나누고, 생일을 맞은 의원의 깜짝 생일파티를 여는 등 마음을 나누기도 했다. 그렇게 경험을 공유하며 연수가 끝날 때까지 연수 목적을 계속 되뇌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연수를 마치고 보고서를 묶어 ‘연수로 만난 독일, 독일에서 그린 미래’라는 책을 만들었다. 6개월 넘게 걸렸지만 책이 나오니 뿌듯했다. 연수에 참여한 의원이 있는 모든 지역에서 연수보고회를 할 수는 없었지만, 몇 개 지역에서 보고회를 열고 국회에서 출판기념회를 한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물론, 이보다 더 모범적 사례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일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일 자체를 없애는 것은 좋은 해결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여러 사건을 통해 알고 있다. 지방의회 해외연수도 의원들이 생각을 바꾸고 철저히 준비하고, 그것을 뒷받침해줄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새로운 연수 모델을 만들 수 있고, 해당 지역에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생각 두 가지를 보태고자한다.

첫 번째, 연수 목표와 주제를 명확히 하고 그 주제에 관심 있는 의원과 관련 기관ㆍ단체의 담당자들과 함께 준비하고 기획하는 모델을 만들면 좋겠다. 무엇보다 준비모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의미 있는 연수를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전국 시ㆍ도의회 의장단협의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의무적으로 분담금을 내고 의장들이 참석하고 있다. 하지만 협의회에서 추진하는 내용이나 안건이 의원들에게 보고되지 않거나 안건 상정을 위한 의원들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되는 지방의회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논의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협의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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