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30m 깊이로 매설, 삼산동만 8m 깊이
한전, “법적 문제없어, 주민과 대화하겠다”

34만 5000볼트의 특고압선이 지나가게 될 부평구 삼산2동 영선초등학교 일대. 이 학교엔 학생과 교직원 1100여명이 다니고 있다.

부평구 삼산2동 일대에 30만 볼트(V)가 넘는 특고압선이 매설된다.

다른 지역에선 평균 지하 30m 깊이로 매설되는 데 반해 이곳은 8m 깊이로 설치된 기존 전력구 터널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된 주민들은 전자파 피해를 걱정하며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경인건설본부는 인천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의 원활한 공급 등을 위해 2015년부터 ‘수도권 서부지역 전력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이 공사는 2019년 6월 전체 구간 완공을 목표로 인천 서구에서 서울 구로구까지 34만5000V의 특고압선을 매설하는 것이다. 인천 구간은 화력발전소와 청라국제도시 등이 있는 서구, 삼산택지가 있는 부평구가 해당한다.

한전은 특고압선 매설을 위해 인천 구간에 평균 지하 30m 깊이의 전력구 터널을 뚫는다. 지하철보다 깊다. 문제는 터널 공사가 진행되지 않는 구간이다.

부평구 삼산동은 택지개발이 진행된 2000년대에 지하 8m 깊이에 15만 4000V의 고압선이 매설된 전력구 터널이 조성됐다. 이 터널에 34만 5000V의 특고압선을 추가로 매설한다는 게 한전의 계획이다.

이미 조성된 터널이다 보니 따로 부평구의 허가를 받을 일도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게 된 이유다.

한전 관계자는 “(8m 깊이 전력구 터널) 설계 당시부터 나중에 특고압선이 매설될 것을 고려해 공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자파 피해가 우려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삼산동 주민들의 입장이다.

기존 8m 깊이의 터널이 활용되는 지역은 주거단지와 학교, 공원이 밀집한 곳이다. 3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와 시냇물공원, 학생 2000여명이 다니는 유치원ㆍ초교ㆍ고교가 있다.

이곳 주민 김신월(40ㆍ여)씨는 “특고압선이 동의 절차 없이 우리의 발밑으로 지나가는 건 입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과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문제다”라며 “아파트 주민들과 학교 학부모회를 중심으로 뭉쳐 한전에 맞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소헌(정의당) 부평구의원과 삼산동 주민들이 10일 부평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서부지역 전력구 공사’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지역 구의원도 문제 제기에 동참했다.

정의당 이소헌 부평구의원은 10일 부평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은 주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한다”며 “주민들과 대책기구를 구성해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전은 전압 세기에 따른 고압선의 매설 깊이 기준을 세워두지 않았다”며 “지금부터라도 논의해서 세부 기준을 세워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도로법상 지하 매설물은 1.2m 깊이 이하로만 묻으면 된다. 고압선도 마찬가지다”라며 “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언제든 대화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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