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대책 없는 34만V 특고압선 추가 불가
주민대책위, “지방선거 이후 해결방안 모색”

인천 부평구 삼산2동 주민 1000여명(경찰 추산 500여명)이 11일 오후 8시부터 영선초등학교 사거리 주변 인도에서 34만5000볼트(V) 특고압선 매설에 반대하며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인천 부평구 삼산2동 주민들이 34만 5000볼트(V) 특고압선 매설에 반대하며 11일 오후 8시부터 촛불시위를 벌였다.

주민 1000여명(경찰 추산 500여명)은 영선초등학교와 삼산중학교 사거리부터 청천천을 가로지르는 여울교까지 인도 200여m를 가득 메웠다. 초?중학생부터 학부모, 할머니?할아버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주민들은 특고압선 매설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손팻말과 전기초를 손에 들고 “결사반대 특고압, 안전대책 마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가한 전상현(49, 삼산2단지)씨는 “우리 두 아이는 영선초를 나와 삼산중을 다니고 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다”라며 “아이들이 십수년 동안 하루 종일 전자파에 노출될 수 있다. 누가 납득하겠나”라고 성토했다.

그는 “무작정 공사를 막겠다는 게 아니다. 주민이 납득할 전자파 대책을 제시하면 언제든 공사가 가능하다”며 “그런데 한전은 주민 동의도 없이 특고압선을 매설하려 한다. 주민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방선거 사전투표도 특고압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한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했다. 그는 “평소 지지하는 정당은 아니지만 이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후보에게 투표했다”며 “주민들에겐 이념보다 행복하고 안전한 삶이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삼산동 특고압 설치 반대 주민대책위원회’가 11일 오전 차준택 부평구청장 후보 사무소 앞에서 특고압선 설치 문제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제공 주민대책위)

삼산2동 주민들은 최근 ‘삼산동 특고압 설치 반대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주민대책위는 이날 오전엔 부평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와 한전 인천본부 앞에서 특고압선 설치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전 경인건설본부는 인천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의 원활한 공급 등을 위해 2015년부터 ‘수도권 서부지역 전력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공사는 내년 6월 전체 구간 완공을 목표로 인천 서구에서 서울 구로구까지 34만 5000V의 특고압선을 매설하는 것으로, 인천 구간은 부평구 등이 해당한다.

한전은 특고압선 매설을 위해 인천 구간에 평균 지하 30m 깊이로 전력구 터널을 뚫는다. 그런데 삼산동 공사 구간은 택지개발이 진행되던 2000년대에 지하 8m 깊이로 전력구 터널을 조성했기 때문에 이 터널에 특고압선을 추가 매설할 계획이다. 이 터널에는 이미 15만 4000V짜리 고압선이 매설돼있다.

주민들은 전자파 피해가 우려돼 ‘8m’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새로 터널을 뚫거나 기술적으로 전자파를 차단하는 공법을 도입해야 특고압선 매설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8m’ 지역은 주거단지와 학교, 공원이 밀집한 곳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엔 3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와 시냇물공원, 학생 2000여명이 다니는 유치원ㆍ학교가 있다.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최근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공사를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선거 이후 당선자들을 상대로 구체적 대책을 요구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