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파르탄버그의 도시 재건, 공해도시 되살린 ‘협력 파트너십’

연재순서
① 국내 환경/개발 갈등과 치유 사례1
② 국내 환경/개발 갈등과 치유 사례2
③ 국외 환경/개발 갈등과 치유 사례1
④ 국외 환경/개발 갈등과 치유 사례2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환경갈등은 대부분 정부와 지자체의 일방적 사업 결정과 밀어붙이기로 인해 발생한다. 즉 갈등의 최초 유발자가 공공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임에도 불구, 정부가 갈등 해결의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해 ‘소송만능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분쟁이나 갈등의 해결이 사법기관의 재판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오랜 재판 기간과 과도한 소송비용 등으로 인해 사회적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에서는 제3자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로서 대안적 분쟁해결(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방식을 취하고 있다.

ADR은 법적 해결이 아닌 비공식적 해결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협력적 문제해결(Collaborative Problem-Solving, CPS)의 모델을 탄생시켰다.

전국의 폭증하는 환경갈등, 과연 해법은 없는가? 사회갈등연구소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4차 공동취재단은 미국을 주목하고 미국의 ADR과 CPS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경험을 들어봤다.

공동기획취재단은 미국환경보호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지역(Region)4에 속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 버그를 찾아 스파르탄 버그시의 도시 재건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CPS의 성공사례를 들을 수 있었다.

미국 CPS의 대표 성공사례, 아크라이트와 포레스트파크

▲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 리제네스로부터 도시 재건 과정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단>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버그 카운티의 아크라이트와 포레스트파크(Arkwright-Forest) 공동체에 도심재생 프로그램을 통해 주택단지가 새롭게 들어섰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 환경오염으로 버림받은 땅이었다.

1910년대 화학·염색공업 등의 산업이 성장하면서 IMC(International Minerals & Chemicals)사가 스파르탄버그 카운티에 비료공장을 지은 이후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게 됐다. 이 지역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모여 살았으며, 도금이나 중금속 관련 공장이 많이 들어섰다. 또한 약 12만 1407㎡의 쓰레기매립장이 아크라이트 지역 20마일 이내에 만들어지면서 주정부와 지방정부, 의료·자동차 산업 등에서 나온 쓰레기가 무작위로 매립된다.

또한 IMC사는 토지 정화 없이 약 18만 2113㎡의 땅을 방직공장에 매각했고, 방직공장은 1999년까지 사용해 오다 토지가 오염됐음을 알리고 공장을 폐쇄했다.

하지만 지역주민 해럴드 미첼(harold Mitchell)씨가 1998년 ‘리제네시스(Regenesis: 재생)’라는 주민단체를 조직하고 이 지역의 환경문제 등을 갖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정부와 연방환경정책국을 상대로 투쟁에 나섰다. 미첼은 이 지역 사람들의 질병·낙태·사산 사망 발생률이 상당히 높은 등의 건강문제가 비료공장, 쓰레기 매립장과 연관됐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주목했다.

미첼은 1997년 사실을 바탕으로 지역 EPA에 문제 해결을 요구했으며, 98년에는 자체적으로 리제네시스를 만들었다. 미첼의 요구를 무시했던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주민들의 1년여에 걸친 항의시위 등에 결국 환경조사를 실시하고 대책을 마련한다. EPA 조사에서 IMC 공장이 있던 자리에서 비료공장으로 인한 화학물질이 발견됐다. 다량의 다이옥신과 함께 수은·납·카드뮴 등 중금속 오염물질이 발견된 것이다.

비료공장 폐쇄 후 이곳의 집이 버려진 다음 마약·매춘의 장소로 변모했고, 비료 잔여물이 버려진 집 내부에도 남아있었다. 여기서 나오는 잔여물이 연못으로 흘러들어가서 오염됐다.  지금은 땅 주인이 연방정부로부터 슈퍼펀드를 받아서 땅과 지하수를 깨끗하게 정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비료공장 주변에는 환경문제보다는 범죄문제가 더 심각했다. 법무부의 지원을 받아서 범죄 신고체계를 마련, 범죄율의 90%를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환경문제와 더불어 범죄 등의 문제에 대한 조사 작업도 시작됐고, 철수했던 (비료)공장들도 환경 등에 대한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할 수 있도록 현재 회의하고 있다.

이곳의 아크라이트와 포레스트파크는 카운티 내 인구 5000명의 작은 공동체였으나, 각종 유해화학공장 등으로 인해 토양과 수질이 오염돼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주민단체 중심으로 파트너십 조직이 성공 열쇠

2000년 리제니시스를 중심으로 연방정부의 환경정책국·주정부·스파르탄버그 카운티·산업 회사·지역 대학 등 모든 분야의 관계자 100여명이 참여하는 파트너십이 만들어진다. 이 파트너십은 아크라이트와 포레스트파크를 재생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올해까지 2500억원 가량의 기금이 투입돼 토양오염 치유와 주택 재건축, 각종 교육 프로그램 진행 등 종합적인 도시재생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헤럴드 미첼은 초기에는 공중보건의 문제를 EPA, 주정부에 제기해 관심을 유도했고, 아크라이트와 포레스트의 주민들은 공동체의 개선이라는 비전과 전략적 목표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큰 의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역 주민과 EPA 등이 파트너십을 갖고 모든 것을 함께 했다는 것이다.

공동체 역량강화와 리더십 개발을 시작해 합의를 형성함으로써 분쟁을 조정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건설적 참여와 대안 모색, 계속 이어지는 대화와 토론 등을 통해 스파르탄버그는 죽음의 땅에서 상생의 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또한 파트너십을 통해 리제니시스는 지원금과 기술적 지원 등 필요한 여러 지원들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지역 공동체를 대표하는 산업·학교·시민조직·모든 차원의 정부 등을 지역의 비전을 이해하는 데 끌어올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은 도시 이미지를 개선시켰고, 미국의 대표적 기업인 BMW와 미쉐린 타이어 공장이 이전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성과를 낳기도 했으며, 프랑스 계열 기업도 투자계획을 가지고 있다. 미 연방정부는 리제네시스 사례를 기반으로 CPS 모델을 미국 전역에 확산시키고 있다.

스파르탄버그 사례에 대해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은 “미국 환경갈등 해결 시스템이 보여주는 것 중의 하나는 공공사업 등에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이해관계자나 시민들의 의견을 어떻게 취합하느냐를 고민하고 결정 후에도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함께 논의한다”는 것이라면서 국내 의사결정에서 주민참여 미흡을 지적했다.

이어, 박 소장은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국책이나 지자체의 사업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차단하고 일방적으로 일부 정보만을 공개하고 사업을 강행하려하면서 갈등이 발생한다”면서, “미국 사회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시사점은 기본계획 구상 과정에서부터 의견을 모으고 설계과정에서부터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것을 중시한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갈등 예상능력과 논의구조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PS: 지역의 환경 분쟁들은 환경·생활보건·경제·사회적 이슈 등의 요소들이 상호 연결된 복잡한 문제들이었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결합돼 있었다. 2004년 US EPA의 환경정의사무국(OEJ: The Office of Environmental Justice)은 환경적인 혹은 생활보건의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을 모색하던 중, 선별된 풀뿌리 지역 조직에 직접적인 재정 지원과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지원제도를 개발했다.

OEJ는 이를 ‘환경정의사무국의 협력적 문제 해결 모델’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지역 공동체에 지원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같이 일을 함으로써 모든 당사자들을 위한 상호 호혜적 목표가 반영될 수 있고 공동 비전을 만들어 내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대안적 분쟁해결(ADR): 미국에서는 분쟁해결 수단으로 법원의 재판 이외에 조정이나 중재가 이용됐으며, 본격적으로 1970년대 중반부터 이용되기 시작했다. 이런 이용은 현재 소비자운동·자동차하자보상·환경문제·아동학대·노인문제 등 전문 영역에까지 발전했다. ADR에는 조정(Mediation)·중재(Binding arbitration)·조정적 중재(Mediated-arbitration) 등의 방법이 활용된다.

▲ 헤럴드 미첼 '리제네시스' 대표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같이 협력해 네트워크를 구성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협력적 문제해결(CPS)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리고 환경오염으로 버려진 땅이던 스파르탄버그 카운티의 아크라이트와 포레스트파크 공동체를 희망의 도시로 만든 것은 주민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주민단체인 ‘리제네시스(Regenesis: 재생)’ 대표이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회 의원인 해럴드 미첼(43·사진)씨의 말이다.

미첼씨는 스파르탄버그가 고향이다. 그의 부친이 1995년 갑자기 림프관 질환으로 세상을 떠나고 여동생도 비슷한 병을 앓게 되면서 지역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첼은 가족 질병이 환경오염과 관련이 있다고 믿고 EPA에 환경조사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스스로 자료수집 등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1998년 100여명의 지역주민을 규합해 리제네시스라는 단체를 조직해 활동을 시작했다.

조직된 주민조직을 중심으로 계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미첼은 중앙정부·지자체·대학·기업 등과 함께 파트너십을 구성해 도시 재건을 시작했고, 이제는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찾아오는 도시를 만들었다.

아크라이트와 포레스트파크 공동체에서 만난 주민들은 자신들이 이룬 성과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미첼은 “인구가 다시 늘어나고 공장이 떠난 폐허는 집짓기 작업이 한창이며, 일자리는 늘어나 고용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이 모든 것은 주민들이 이룬 성과”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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