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골프장 건설 20년 넘도록 해법 못 찾아
시화호 갈등, 일방추진 없이 대화로 대안 도출

▲ 개발 성장주의가 낳은 환경파괴로 인해 세계 최대 규모인 시화 조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연재순서
① 국내 환경/개발 갈등과 치유 사례1
② 국내 환경/개발 갈등과 치유 사례2
③ 국외 환경/개발 갈등과 치유 사례1
④ 국외 환경/개발 갈등과 치유 사례2
지금 인천은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유치와 경제자유구역 조성 등으로 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인천시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를 인천시민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이 개발 위주로 진행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요한 가치인 환경보전과 배치, 갈등을 빚고 있다. 경인운하와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지역개발과 환경보전 사이의 갈등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계속되고 있다.

방수로 기능에서 운하 기능을 더한 경인운하 개통을 통해 물류비를 절감하고 관광레저 개발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 인천시를 비롯한 개발주의자들과 환경훼손과 경제적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대립은 끝이 없어 보인다.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환경 갈등’은 골프장 건설을 통해 세수를 확장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구하는 계양구와 개발이익을 노리는 롯데, 개발을 통한 부수적 이익을 기대하는 일부 주민들을 한편으로 하고, 보전 가치가 높은 계양산의 환경훼손과 인천시민의 휴식 공간을 골프장 건설로 사유화하는 것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다수의 시민들을 다른 한편으로 하고 있다.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환경 갈등’을 분석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개발업자에 우호적인 행정을 펼치면서 갈등을 조정하기 보다는 시민과 기업(롯데), 주민과 주민 사이의 갈등을 방치하거나 심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은 “인천시가 갈등 상황에서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방관해 주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갈등 관리 능력 부재가 방관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인천지역에서 어떠한 세력도 이런 ‘환경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 대안을 내놓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 대화조차도 가져보지 못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다수 언론은 단편적 사건 전개에 대한 개괄적 보도에 그치고 지역 주민들의 계속된 갈등을 외면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 역시 중재하거나 대안을 내놓으려 하지 않고 있다.

골프장 건설 VS 시민공원 조성 ... 20년 갈등 인천시와 정치권 방관

▲ 계양산 골프장 저지 및 시민자연공원 추진 인천시민위원회 윤인중 대표.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롯데건설이 계양산 북사면 개발제한구역 내의 사유지에 27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지역주민은 이를 반대했으며, 롯데건설은 골프장 건설을 4차례나 추진해 갈등은 2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1989년 대양건설(주)이 18홀 골프장과 위락단지 건설을 추진해 환경 갈등이 시작된 이래, 20년이 지났지만 개발을 추진하는 기업과 이를 방관 또는 비호하는 지자체 대 시민사회의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롯데건설은 1998년, 2000년, 2003년 골프장 건설을 추진해 시민단체와 마찰을 빚었으며, 2006년부터 다시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주요 갈등 당사자는 개발을 통해 이익을 보려는 롯데건설과 시민공원화해야 한다는 시민사회다. 부차적으로 개발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려는 계양구와 시민사회의 갈등도 있다. 이 과정에서 인천시는 방관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천시는 법적인 하자가 없는 한 계양산 골프장 건설에 찬성 입장이다. 또한 계양구도 골프장 건설이 지방재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찬성 입장이다. 롯데는 법이 정한 절차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시와 계양구의 태도는 20년째 이어오고 있는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지역사회를 분열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모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롯데 역시 대기업으로서 인천의 진산인 계양산 파괴의 주범이란 비난을 비켜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시민사회는 골프장이 아닌 시민공원으로 조성해 친환경 생태공원을 다수의 시민이 이용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공익과 환경이라는 중요한 미래 가치를 지켜야하는 시민사회의 정체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 사유재산권 행사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문제는 공공성을 우선해야 할 인천시와 지역 정치권이 갈등 해결을 외면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인천시는 개발 효과에 따라 지역사회가 분열돼 있음에도 불구, 갈등 상황을 오랫동안 방치하고 있다. 갈등의 상처가 더 이상 치유되지 않을 정도에 이르렀다.

인천지역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골프장 건설에 비교적 찬성하는 입장이고, 민주당 신학용 의원과 홍미영 전 의원을 제외한 민주당 의원들은 입장 밝히기를 꺼려하고 있다. 민주노동당만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시민사회에 함께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개발·성장주의가 낳은 사생아...갈등 해법은 좋은 사례로

개발과 성장 지상주의가 낳은 사생아 같은 시화호는 악취와 매연 공해의 대명사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화호는 농촌진흥공사가 시화지구 간척종합개발사업으로 지난 1987년부터 1994년까지 6년 반에 걸친 공사 끝에 시화방조제를 완공하면서 조성된 인공 호수다.

담수호로 만들어 인근 간척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 이전한 공해 배출 업소들이 모여 정착한 시화공단에서 배출되는 악취와 매연 등이 시화호의 물고기를 떼죽음으로 몰아갔고, 한때 죽음의 호수로 명명되기도 했다.

이런 시화호에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가 건설되고 담수와 해수가 순환하며 생명의 기운이 다시 싹트고 있다. 시화호의 환생은 정부와 개발사업자, 환경단체, 지역 주민 등이 함께 민관협의체인 ‘시화지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위원장 서정철·시화지속협의회)’를 구성하면서부터다.

시화호의 환생은 무엇보다 공공기관의 독선적 밀어 붙이기 관행의 극복과 시민사회의 대립 주의적 행동과 태도의 극복에서 찾을 수 있었다. 특히 문제를 해결하는 중앙정부의 갈등해결 의지도 주요했다고, 서정철 위원장은 평가했다.

시흥, 화성, 안산 지역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잘못된 시화호 개발 계획에 맞서 1999년부터 본격적인 반대운동과 함께 생태공원 조성을 위안 범시민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정부는 2003년 한국수자원공사를 통해 간척지를 관광·레저·연구·주거 기능으로 개발하는 ‘시화호 장기종합계획’을 발표했고, 이에 시민단체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참여정부는 2004년 수자원공사, 경기도, 안산시, 시흥시, 화성시 등 지자체와 시민단체,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시화지속협의회가 구성됐고, 시화지속협의회의 활동은 ‘시화 MTV 개발계획’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2007년 1월까지 3년간 이어졌다.

▲ 20년째 계속되고 있는 계양산 골프장 건설 찬반 논란, 이로 인한 인천지역 내 사회적 갈등은 인천시, 계양구, 롯데건설, 주민 사이에 불신과 반목만을 낳고 있다.
민관협의체의 가능성 제시
독선 행정 극복이 실마리

시화호 환경 갈등 사례는 각종 국책 사업과 지자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환경 갈등을 해결하는 데 하나의 모범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청성산 고속철도 건설, 새만금 갯벌 매립공사 등을 비롯한 국책 사업과 경기도 부천시 화장장 건립 사업 등 지자체서 추진하는 각종 사업의 환경 갈등은 대부분 법정 소송에 의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소송을 통해 갈등이 해결되고 치유된 적은 전혀 없다.

전북 부안군이 방패장 유치로 극심한 몸살을 앓고 난 후 10년이 지났음에도 방패장 유치 찬반으로 나뉜 민심이 봉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화지속협의회는 객관적 조사와 함께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의혹을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공개했다. 또한 협의회에 참여한 각 주체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해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 방식을 택하지 않고 ‘끝장 토론’ 등 최대한 합의를 통해 문제의 해결 방안을 채택했다. 만약 정부와 지자체 등이 형식적 토론을 거쳐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면 현재의 시화호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시화지속협의회의 합의 도출에 따라 정부 등은 7000억원에 이르는 사업비가 투입되는 ‘대기환경개선 로드맵’과 92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수질개선 로드맵’을 마련해 본격적인 환경개선사업에 나섰다. 이를 통해 시화호 4간선수로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1970ppm에서 2005년 20ppm이하로 개선됐으며, COD 17ppm도 4∼5ppm 수순으로 떨어졌다.

현재 정부는 시화호 수질 개선을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수자원공사 측에 따르면, 조력발전소가 완공될 경우 해수의 소통이 활발해져 방조제 축조 이전의 수질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객관적 정보 공유할 때, 갈등 해소· 대안 창조

시화지속협의회의 경험은 경부운하 건설 같이 정부와 지자체 등이 일방적인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하다간 불신과 갈등만을 증폭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업을 추진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객관적인 정보를 공유하면서 진지한 대안을 창조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것이다.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은 “우리나라 환경갈등의 특징은 사전환경성 검토과정, 환경영향평가 상의 주민의견 수렴과정이 유일해 불신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며, “시화의 사례는 사회적 합의 형성의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제시함과 동시에 우리사회가 상생과 협력으로 가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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