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화장장·고리1호기 연장 가동·토공과 주공 통합 이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갈등 예상능력·논의구조’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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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국내 환경/개발 갈등과 치유 사례1
② 국내 환경/개발 갈등과 치유 사례2
③ 국외 환경/개발 갈등과 치유 사례1
④ 국외 환경/개발 갈등과 치유 사례2
경부운하, 천성산 터널, 새만금 간척 등은 정부의 일방적 사업 추진으로 인해 환경 갈등이 유발된 경우다. 부천 화장장 건립, 제주 영리병원 설립 추진 등으로 인한 갈등은 지방자치단체가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환경갈등 사례다.

최초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유발자는 다르지만 대부분 갈등이 전개 되는 양상은 비슷하다. 특히 수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갈등이 치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가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공무원들과 정치인 등이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천적으로 배우지 못하고 명령하달식의 체계에 익숙함으로 인해 조정 능력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지자체에 의한 환경갈등 유발…주민 간 갈등 심화

▲ 부천 화장장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이 지도를 가리키며 화장장 건립이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는 2005년 2월 원미구 춘의동 468번지 일원 개발제한구역 내 부지면적 5만 811㎡에 화장로 6기와 납골당 3만 위의 시립추모공원 건립 추진을 발표했고, 인근 주민들과 시민단체, 서울시 구로·양천구 주민들이 반대하며 3년째 갈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천시는 장묘문화개선을 위한 시민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2003년 7월 민관합동 시립추모의집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부천시는 장묘시설이 전무해 타 지역 시설 이용 시 상대적으로 비싼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차별대우를 받고 있고 심한 경우 삼일장을 못 치르고 4~5일장을 치르기도 하며, 급격한 화장률의 증가로 화장 대란이 예상된다며 추모공원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혐오 시설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수목원 등을 조성해 녹지를 보존하고, 편의 복지시설로 무연·무취로 무해하다고 반대 주민을 설득하고 있다. 특히 법이나 지자체장의 권한과 책무를 위반하지 않는 것이라며, 강행 의사를 밝히고 있다.

반면, 부천시 일부 주민들은 혐오·기피시설로 주거지와 공공생활 시설과 가까워 환경·교통·재산피해가 우려되고, 녹지나 습지 훼손이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지침을 위반하면서 강행하는 것은 지자체장의 월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민관합동 건립추진위를 구성해 놓고 추진위를 배제한 채 반환경적으로 입지를 선정·발표했으며, 이로 인해 인천과 서울을 잇는 원미산 녹지축의 훼손이 우려된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부천시와 인근 지역 주민의 갈등은 시민단체가 결합되고, 화장장 바로 인근의 구로·양천구 주민들이 집단행동을 보이며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인근의 구로·양천구 주민들은 두개 이상의 시·도에 걸친 개발제한구역에 설치하기 위해 도시 관리계획을 입안할 경우 ‘지역 간 협력 및 균형발전을 통한 공동번영의 추구’를 위해 관계 시·도지사가 공동으로 입안해야 함에도 인접 자치구와의 협의를 생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천시 화장장 갈등의 배경과 원인

▲ 부천 화장장 건립 반대 주민들은 인근의 화장장 이용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부천시가 장묘시설 확보를 위해 추진위를 구성해 시설 확보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으나, 추진위를 배제한 채 시의 일방적인 발표로 갈등이 표면화됐다. 특히 반대 측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용료의 차별, 후순위 화장을 명분 삼아 시의 입장만을 홍보하며 추진을 강행하자 반대 측의 투쟁 수위도 높아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천 화장장 갈등에 대해 갈등 조정 전문가들은 “부천시가 갈등의 원인자로 문제 해결 능력과 의지가 부족하고,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 결여, 절차적 정당성 미확보 등의 총체적 문제로 인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며, 부평 화장장(가족공원 화장시설)과 부천 하수종말처리장의 빅딜 추진이 적자 운영 중인 혐오시설 중복투자에 따른 예산낭비를 예방하고, 민과 관, 지역 간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해소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사업 추진 기간을 단축해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인한 행정력과 예산 낭비 등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리 원전 환경갈등, 지자체·주민 ↔ 중앙정부 


1978년 처음으로 상업 가동에 들어간 고리1호기 원자력발전소가 2007년 30년 수명을 다하게 됐다. 발전소의 수명 연장 여부를 놓고 한국수력원자력(주), 기장군, 정부 부처, 주민 등 이해관계자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다.

원전이 30년 수명을 다하자 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전성을 확보해 추가 연장을 추진했고, 원전 1호기 주변에서 고통을 받아온 기장군 월내·길천·일광의 일부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하면서 갈등이 커져갔다. 고리1호기 계속 운전에 대해 월내·길천면 수명연장반대대책위원회, 기장군 반대대책위, 울주군 반대대책위가 구성돼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밖에도 각 지역 청년회와 주민단체들도 원전의 계속 운전에 반대 입장을 보였고, 이에 기장군도 최초에는 원전의 계속 운전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은 지역주민과 연계한 지자체와 중앙정부 사이에 극해졌다.

하지만, 장안읍, 일광면, 울주군 서생면 인근에 위치한 고리1호기 계속 운전을 놓고 주민들의 입장에 차이가 발생했다. 특히 월내·길천·일광 일부 주민들은 1971년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해 2001년 해제 시까지 개발행위 제한의 직접적인 대상이 돼 재산상 불이익을 당해왔다.

이들은 지난 30년간 피해 보상과 지역 활성화 대책을 요구한 반면, 기장읍민과 기장군수 등은 원전의 계속 운행에 대체로 동의하면서 보상을 강하게 요구해 지역 주민 간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특히 원전의 계속적 운행에 함께 반대해온 환경단체가 갈등이 보상 등의 문제로 좁혀지면서 오히려 주민들에게 배제되는 현상도 나타나기도 했다.

기장읍, 장안읍, 일광면, 철마면, 정관면 등으로 구성된 기장군은 인구가 2006년 말 기준 8만 명 남짓 됐고, 이중 기장읍은 5만명으로 기장군의 62%를 차지했으며, 장안읍에는 9500명이  거주했다.

다행히 고리1호기 환경갈등은 체계적인 갈등 관리로 2007년 주요 이해관계자 사이의 합의가 이뤄지는 성과를 냈다.

토공·주공 통합과 이전 놓고 지역 간  갈등...정부의 갈등 예상능력·논의구조 부재가 초래


노무현 정부 당시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된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지방이전이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일환으로 통합이 추진되자 당초 이전 예정지 전북 전주시와 경남 진주시는 정부의 통합 방안에 반대하는 한편, 통합 본사를 자신의 지역에 유치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 간 갈등이 발생했고, 심화되고 있다.

정권 교체로 인해 정부가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한국토지주택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률안에 따르면 토공과 주공의 통합 법인을 내년 10월까지 출범시킨다. 이로 인해 공사 이전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었던 전주시와 진주시가 촉각을 곤두세우며 각의 지역으로 통합법인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차원에서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전주시와 진주시는 통합에 반대하면서도 각자의 지역으로 통합본사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두 지자체 모두 혁신도시 이전 결정 번복 불가와 지역적 낙후 고려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주공은 통합에 찬성하고 있는 반면, 토공은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공사 유치가 무산될 경우 각 지자체에서 추진해온 지방혁신도시 건설 자체가 무산될 수 있어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은 사활을 건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두 지역 모두 혁신도시의 토지 보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기 때문에 두 지역 모두 통합공사 유치에 실패하면 엄청난 혼란과 함께 지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정부의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 밀어주기가 예상되면서 전북지역은 정치권과 경제계, 주민들이 혼연일체가 돼 통합본사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가 통합공사 이전 문제에 대해 명확한 해법과 로드맵을 내놓지 못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지역의 불신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규제 완화로 인해 ‘지방 죽이기’와 전남·전북지역 ‘홀대론’이 지역사회에 고개를 들고 있어 지역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기다 토공과 주공 양측 노동조합도 이해당사자로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공노조는 “공기업 지방 이전은 균형발전 차원과 공기업 개혁과정에서 고려할 사안이지만, 주공과 토공의 통합 자체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찬성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토공노조는 “통합공사 유치를 둘러싸고 국론 분열과 지역갈등이 우려되는 만큼 통합 추진 작업을 중단하고 대안을 세우자”는 입장이다.

주공·토공 통합관련 지자체 갈등의 특징은 공기업 선진화 정책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충돌이며, 이명박 현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정책적 차이로 인해 발생한 갈등이라는 것이다.

또한 중앙정부가 갈등을 유발하고 해법은 지방정부에 위임된 꼴로,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갈등 발생과 심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갈등 예상 능력과 논의구조 부재가 갈등의 잠재적 원인이라는 것과, 정책 결정 이전에 중앙과 지방정부간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우선시돼야한다는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책의 불확실성이 제거된 상태에서 정책 공표가 바람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아직도 우리사회가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사회적 불신과 에너지의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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