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지역에서 일구는 대안의 삶, 스스로 서서 미래를 만드는 대안공동체 ②

연│재│순│서

1. 대안 공동체 운동, 왜 필요한가?

2. 제도권 학교 안과 밖에서 대안의 교육을 키우다

3. 인간과 자연을 살리는 대안 식생활운동

4. 소유가 아닌 나눔 중심의 생활운동, 지역화폐

5.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생태마을공동체

6. 소통과 공감의 마을공동체를 위하여


▲ 자연과 함께 하는 남한산초등학교.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7월 5일. 경기도 광주 중부면의 남한산초등학교는 토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학부모들로 북적인다. 이날은 1학년 반인 ‘꽃마을’ 20명의 아이들이 아빠들과 함께하는 ‘반딧불이 캠프’가 열린 날. 

반딧불이 캠프는 아이들과 추억 만들기를 위해 1학년 아빠모임에서 준비했다. 주창호 담임교사가 준비한 ‘몸 풀기’놀이를 시작으로 아빠와 함께 저녁밥 짓기, 반딧불 산책, 모닥불 놀이 등 캠프는 1박2일로 진행됐다. 물론 캠프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남한산초등학교에서 이러한 아빠들의 학교 참여는 낯선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힘이 필요한 활동에 도움을 주는 일부터 시작했지만, 점차 학교에 아이들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아빠들도 교육에 함께 참여하고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을 나누면서 올해 전체 ‘아빠 모임’을 구성하고 총회를 진행했다”는 아빠들의 모임은 ‘학부모의 주체적인 학교교육 참여가 이루어지는 공동체학교’를 추구하는 남한산 초등학교의 교육방향을 실현한다.

즉, 좋은 교육이란 제도적 환경이나 조건보다 교육 주체들 사이의 건강한 소통과 열정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며, 그것이 서로 만나 서로를 더욱 발전시키며 학교교육을 바로 세운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 학교 안에서 학부모와 교사가 공동 논의하는 교육사랑방과 교육세미나 등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또 동화읽는 어른모임, 좋은 아버지 모임 등 학부모들의 자율적인 모임도 운영되고 있다.

특히 매월 열리는 ‘부모 아카데미’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외부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토론을 거치면서 올바른 교육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나누고 소통하며,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는 자리가 되고 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꿈꾸고 성장하는 교육공동체, 남한산초등학교

▲ 남한산초등학교 1학년(꽃마을) 아이들은 아빠들이 준비한 ‘반딧불이 캠프’에서 아빠와 함께하는 놀이가 마냥 즐겁다.
남한산성 옆에 터를 잡은 남한산초등학교는 전교생 136명의 작은 학교다. 시골학교로 폐교 위기에 놓였으나, 자연친화적인 학교환경에 주목해 학교를 다시 살리기 위해 뜻있는 사람들이 자녀를 보내면서 결국 2001년 103명의 학생들과 7명의 교사로 다시 출발했다.

남한산초등학교는 국가 교육정책을 반영하는 공립학교임에도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학교’ ‘학부모가 적극 참여하는 학교’ ‘교사의 자율적 교육활동을 존중하는 학교’를 지향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대안학교’로 인식되고 있다.

한 학년이 한 반으로 구성돼 ‘꽃마을’ ‘나무마을’ 등으로 불리는 각 반 수업의 시작은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숲속산책이다.

또한 아이들이 교사의 설명을 듣고 그룹별 토론과 발표를 충분히 하기 위해 80분 수업한다. 쉬는 시간은 아이들이 충분히 놀고 쉴 수 있도록 30분을 배정한다. 또 경쟁중심, 선발중심의 각종 대회와 시상대회를 폐지했으며, 애국조회나 주번제도 등 행사 관행도 과감히 없앴다. 대신 주1회 전교생과 교사 모두가 모여 학교 전체의 문제를 토론하고 결정하는 ‘다모임 시간’을 운영한다.

이러한 학교 교육철학과 운영으로 일방적인 교사의 지시는 찾아보기 힘들며 아이들은 학교 가는 것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그러다보니 매년 입학 시기를 앞두고 이곳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이사 올 곳을 찾는 사람들과 입학 문의로 동네와 학교가 분주하다.

학부모들의 자발성과 교육열정에 바탕을 둔 교육공동체, 하지만 남한산초등학교가 다른 학교와는 다른 학교 상과 교육내용을 가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물론 남한산초등학교는 공동체를 강조하기 때문에 보다 수월하게 부모의 학교 참여가 가능한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몇 가지의 조건만 있으면 어디서나 학부모의 학교 내 건강한 교육공동체가 가능하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공부를 잘하고, 경쟁에 뒤처지지 않길 원하는 욕구가 존재하지만, 동시에 아이가 자연친화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인성이 올바른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러한 마음을 모아 모임 등 공동체를 형성하고 무엇이든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특히 학년 중심의 학부모 모임을 마련하고 아이들을 중심에 둔 학교문화나 놀이 등을 논의하고 소통하는 것부터 한다면 초기에는 어렵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교사이자 1학년 학부모인 김우석씨의 답변이다.

학교 밖에서 교육 가치를 세우는 대안학교 공동체, 열음학교

남한산초등학교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틀 안에서 학생들 중심의 공동체교육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우리사회의 ‘학교’라는 기관은 높은 점수를 얻어 유명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자 절차로 여겨지고 있다.

입시위주, 경쟁중심, 학교와 교사중심의 교육, 지식과 가치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학생 등 제도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1990년 이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동안 이러한 교육문제를 관련법이나 제도, 교육내용이나 방법 등을 개선하는 것으로 해결해보려고 많은 시도를 해왔지만, 별다른 해결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공교육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 우리 아이들에게 지역과 국가, 세계, 생태에 대한 모든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자신이 학습한 지식을 어떤 방향으로 사용할 것인지, 가치관과 태도, 품성 등을 삶에서 풀어내도록 하는 교육에 대한 노력을 일각에서 펼쳐내기 시작했다. ‘대안교육운동’이 그것이다.

여기서 대안교육이란 말은 정형화된 교육의 어떤 형태나 내용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대안교육은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에 주목하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묻고 실천하는 교육적 노력을 말한다. 이는 홈스쿨링이나 대안학교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인천 남동구 인천대공원 부근에 위치한 ‘열음학교’는 바로 이러한 노력으로 세워진 대안학교다.

“제가 크면서 받았던 학교교육을 우리 아이한테는 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를 힘들게 했던 교육문제가 여전히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것을 보고 제 아이만은 행복하고 즐거운 학교생활, 어린 시절을 갖게 하고 싶었습니다” 하는 학부모들이 하나 둘씩 모여 2004년에 준비모임을 구성, ‘열린 소통’과 ‘자발적인 의지로 이뤄가는 열매 맺기’라는 교육철학을 기반으로 2005년 3월에 대안학교를 열었다.  

▲ 도시형 대안학교 ‘열음학교’ 아이들은 자연을 배우며 함께 성장한다.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학교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교사지만, 동시에 학부모의 역할도 보통 공교육보다는 훨씬 강조되는 곳이 바로 대안학교다. 열음학교 역시 학교를 세우는 초기에 교육방향과 그 중심 철학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긴 시간 토론과 토론을 거듭하며 학교를 만들었고, 지금 역시 학부모들 사이, 학교와 학부모 사이의 소통을 가장 중요시한다.

매월 전체 학부모와 교사들이 만나 학교운영과 교육과정 등을 논의하는 운영위원회를 비롯해 상·하반기 한 학기를 평가하고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전체총회, 아이들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상담이 진행되는 ‘학부모 길잡이’ 등이 중점적으로 진행된다. 

모든 부모들이 직장생활을 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고 참여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아이를 학교에 맡기고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생각보다는 함께 만들어가고 책임지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절대 ‘일거리’라고 여기지 않는다.

양기수 학부모 운영위원장은 “초기에는 선생님교육만 믿고 학교를 보내는 마음이 적지 않았으나 점차 함께 토론하고 공부하고 고민하면서 서로 배우는 것이 많아졌다”며 “특히 아이들과의 소통, 아이들 자체를 인정해주는 학교의 교육방침이 집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부모의 자세와 삶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곳에서 교과를 포함한 모든 학교생활은 아이들이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방법에 대한 배움’이다. 놀이공부와 생태교실, 자치활동, 다양한 주제수업 활동은 아이들이 자발성을 기르면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도록 도와준다.

더불어 이 공동체는 자신의 아이와 학교에서 더 나아가 지역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 동네 놀이터 만들기 운동이나 독거노인과 연계활동 등 지역과 연계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학교와 집이라는 울타리에서만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 우리 지역이라는 생활공간에서 ‘우리만의 만족스러운 삶’보다는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지역’을 가꾸고자 하는 생각 때문이다.

▲ 매달 학부모와 교사가 참여하는 열음학교 운영위원회.


마을골목에서 아이와 어른이 어울려 뛰어노는 곳, 무지개교육마을

이처럼 대안교육이 공교육과 구별되는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가르치고자 하는 가치와 교육내용을 일상의 삶 속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이 학교라는 울타리에서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부모, 아이들이 살아가는 지역에서 실현해나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상의 생활경험이나 자기 지역에서의 삶과 분리된 교육은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경기도 과천에 있는 ‘무지개교육마을’은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모인 학부모와 주민들이 교육마을공동체를 이룬 곳이다.

여기서 무지개교육마을은 공간적 마을 개념에 국한되지 않고 ‘취지와 뜻’을 함께 하는 지역 주민의 지역공동체다. 초등 대안학교인 무지개학교에 다니는 72명의 학생들의 학부모와 주변에서 교육공동체를 동의하는 주민들 180여명이 교육마을 회원이다.

무지개교육마을은 지난 2003년 대안학교 ‘무지개학교’ 개교와 동시에 설립됐다. 공교육 질서보다는 새로운 교육을 펼칠 교육기관을 원하는 학부모들과 대안교육의 후원자들이 모여 학교를 건립하자는 문제를 논의하면서 동시에 학교를 잘 세우는 것뿐 아니라 삶의 터전인 지역에 교육을 온전히 구현할 삶의 공동체를 만들어야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고 마을속의 학교를 실현하기 위해 설립됐다.

“아이만 보고 학교를 보내려던 학부모들은 삶과 교육의 문제를 고민하면서 자연히 아이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과 지역사회를 고민하게 됐다”는 교육마을은 대안교육운동의 관점에서 무지개학교나 다른 대안학교와 단체를 설립 지원하고 교육사업과 지역사회 현안에 대한 대안과 실천을 모색한다.

▲ 과천 ‘무지개교육마을’공간은 회원과 주민들이 십시일반 주머니를 털어 기금을 모아 마련됐다.
이에 따라 의왕시에 위치한 중·고등 대안학교인 ‘배움터 길’ 설립을 도왔으며,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마을학교와 교육화폐, 마을도서관 설립 준비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교육사랑방’이나 ‘마을학교’는 아이들이 자라듯 어른들도 자라야 한다는 의미에서 교육을 둘러싼 전반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고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만든다.   

윤경화 무지개교육마을 대표는 “무지개학교와 교육마을은 현재의 제도교육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교육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위한 것이다. 공공성과 지역성이 살아있는 학교가 되기 위해 지역 자원 모두가 관계 맺고, 아이와 어른이 마을과 지역에서 생활과 삶의 변화를 서로 도울 수 있는 교육생활공동체가 되고자 함이다”라고 강조한다.

대안교육운동이 공교육을 무조건으로 배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절대 다수가 여전히 공교육에 편입돼 있는 현실에서 홈스쿨링이나 대안학교만이 대안교육이라고 고집하지는 않는다. 다만 교육의 낡은 틀을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내기 위해 학교라는 틀에 사고와 행동을 얽어매지 말고 그 틀을 넘나들면서 새로운 교육 가치를 되도록 빨리 실현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 교사와의 인격적인 만남과 부모와 어른의 일상적인 삶의 자세와 태도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건강한 교육공동체가 필요하다.
이는 자신부터 ‘부모’로서 ‘교사’로서, ‘지역주민’으로서 함께 바로서기 위한 자각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와 일치한다.

*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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