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지역 한 초등학교가 예산 확보를 위해 과장된 보고를 하고, 이를 지역교육청이 묵인했으며, 교육위원회가 현장 확인도 없이 예산안을 심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9월 신설된 이 학교는 39개 교실 마루를 전면 교체하기 위한 예산 1억 4476만원을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학교는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서 교실바닥이 뒤틀림과 변형이 생기고 마감 부분의 탈락 등으로 수업에 지장을 주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수공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 측이 밝힌 이러한 내용은 사실과 상당부분 달랐다. 마루가 뒤틀리거나 변형이 생기고 마감 부분이 탈락한 증상은 없었으며, 다만 상당수 교실의 마루 재료가 벗겨진 부분이 많았다. 학교장은 뒤늦게 공사업체에 하자보수를 계속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고 학생들의 건강상 마루를 교체해야 하는데, 학교 자체 예산이 없으니 예산안을 올리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북부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방문 시 마루 전체를 다시 교체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았는데, 학교 측의 요구가 강력해서 예산안이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추경예산(안)을 심사한 한 교육위원은 개교한지 얼마 안 된 학교의 교실 마루 전체를 교체한다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아이들 수업에 지장이 있다고 하니 통과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다른 교육위원은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은 기억나질 않는다며, 재료를 잘못 써 이런 문제가 나타난 것이고 예산이 낭비된 거라면 공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한 북부교육청에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과장된 보고를 한 학교 측과 이를 알고서도 묵인한 지역교육청, 현장 확인 없이 예산안을 통과시킨 교육위가 ‘삼위일체’가 돼 벌어진 일임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신설된 지 4년밖에 안 된 교실 마룻바닥이 벗겨지는 사태에 대한 원인과 책임 규명은 없었다. 국민이 낸 세금이 교육행정 현장에서 함부로 쓰이고, 이를 감시하고 견제할 교육위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하다.

이번에 교육위가 본예산보다 추가로 심사한 규모는 1290여억원에 달한다. ‘예산안 심사 시 내용이 많고 기간은 짧다보니 일일이 학교를 방문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한 교육위원의 말은 교육위가 예산안 심사에서 충실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 학교에서는 컴퓨터가 낡아 학생들이 수업하는 데 지장이 많다는 이야기가 지난해부터 나왔다고 한다. 잘못된 예산 편성과 집행은 예산낭비 뿐 아니라, 한정된 예산에서 정말 필요하고 급한 곳에 불편과 피해를 준다. 학생들을 위한 행정에서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임을 학교, 교육청, 교육위는 각인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