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 자구책대로면 부평공장도 대부분 문 닫아”

“수천명 희망퇴직에 가슴 미어져”

한국지엠 희망퇴직 신청자 수가 당초 예상을 뛰어 넘었다. 지난 2일 접수를 마감했는데, 약 2500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별로 부평공장 700명, 군산공장 940명, 창원공장 110명, 보령공장 10명, 정비센터 220명 등 생산직 노동자가 1980명 정도 신청했고, 사무직 노동자가 약 500명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희망퇴직자들에게 퇴직금과 통상임금 2~3년 치에 해당하는 위로금, 자녀학자금 등을 지급할 예정이다.

노동계에서 2000명 정도를 예상했는데, 이를 훌쩍 넘었다. 사무직 노동자의 경우 일부는 필수인력이라며 신청서를 반려하고 있지만, 생산직 노동자의 경우 3월 2일자 소인이 찍힌 등기우편 신청도 인정하기로 해, 희망퇴직자 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지엠은 희망퇴직을 수차례 실시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신청했던 적은 없다. 회사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입사한 지 30년이 넘은 한 노동자는 “한국지엠의 앞날에 더 이상 희망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일 한국지엠의 모기업인 지엠(GM)이 한국 정부에 5000명을 감축하는 계획이 담긴 자구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정부와 지엠은 이를 부인했지만, 회사 여건이 호전되지 않고 있어 희망퇴직 이후 추가 희망퇴직을 포함한 인력 감축이 예상되기도 한다.

우리 정부와 정부 지원방안을 협상 중인 지엠은 우선 우리 정부와 산업은행 등이 요구한 한국지엠 경영 실태조사가 끝날 때까지 4월 초가 만기인 채권 7000여억원 어치 회수를 보류하고 만기 연장 조건으로 주장한 부평공장 담보를 철회하기로 했다.

지엠이 제시한 자구책은 정부 지원을 전제로 차입금 27억 달러를 한국지엠 출자금으로 전환하고 신차 2종을 부평과 창원공장에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차입금 출자전환 만큼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지분(17%) 유지를 위해 증자(약 5000억원)하고, 추가로 연구개발을 위해 5000억원을 투자하라는 게 골자다.

지엠의 신차 배치는 부평공장 SUV와 창원공장 CUV다. 사실상 부평1공장(트랙스 생산, 연간생산 25만대)과 창원공장(스파크 생산, 연간생산 20만대)만 남겨두고 정리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경영 실사에 노조 참여가 중요한 이유

부평공장은 조립1공장과 조립2공장, 엔진공장으로 구성돼있다. 현재 엔진공장은 엔진 4종을 생산하고 있지만 1종을 제외한 나머지 3종(1종은 올 4월에 단종 예정)은 2019년 말에 단종 된다. 그런데 지엠의 계획에 엔진 계획은 없다.

또,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는 캡티바가 올 7월에 단종될 예정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이하 노조)는 그동안 매해 임금ㆍ단체협약 협상 때 대체 차종을 요구했지만, 지엠은 외면했다. 북미 지엠에서 에퀴녹스를 가져온다는 언론 보도만 있었을 뿐, 수입일지나 국내 생산일지 와 같은 정해진 계획은 없다.

7월 이후 부평2공장은 말리부만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엠이 부평공장에 SUV 한 종만 배정한다는 것은, 엔진공장(노동자 약 800명)과 조립2공장(말리부ㆍ캡티바 연간 10만대 생산, 약 1400명)은 염두에 두지 않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노조 관계자는 “지엠 신차 계획대로면 부평공장도 대부분 문 닫는 것이다”라며 “정부가 단기적으로 지원만 하고 장기적 발전 전망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엠은 2020년에 또 부평의 엔진공장과 조립2공장을 사실상 폐쇄하면서 이번 군산공장 폐쇄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을 반복하고, 또 정부를 상대로 지원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스웨덴 사브, 유럽 오펠, 캐나다 지엠의 공장 폐쇄 사례에서 보듯이 지엠은 자신들의 사업 전략에서 제외된 사업장을 정부 지원과 노조 양보만큼만 운영하고, 지원이 끊기면 가차 없이 문을 닫았다. 지엠의 글로벌 전략에 한국지엠의 역할이 잘 보이지 않는 만큼, 우리 정부의 자금 지원은 단기적 처방에 그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의 ‘지엠이 한국에서 5000여명을 감축할 계획’이라는 보도는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라며 “정부와 산업은행이 지엠의 허튼 수작과 협박에 대충 넘어가면 안 된다. 그래서 경영 실태조사에 노조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조는 6일 오전 10시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산공장 폐쇄 철회와 경영실사에 노조 참여 보장, 국세청의 한국지엠 특별 세무조사를 촉구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후엔 산업은행, 국세청, 국회를 방문해 노조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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