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도 0원” 청와대 등에 진상조사 민원
“계량기 고장 등 관리가 제대로 안돼 발생한 문제, 고의성 없어 오해”

인천 서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 단지 수백여 가구에서 난방비가 ‘0원’으로 부과돼 말썽이 되고 있다. 특히 입주자대표회의 임원 중 일부가 ‘0원’ 세대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져 입주민들이 청와대와 국민신문고 등에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인천 서구와 A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총 2100여 입주 세대 중 지난 2015년 365세대, 2016년 345세대, 2017년 498세대에 난방비가 0원이 부과됐다.

통상 난방을 사용하는 시기가 11월~3월까지라 1~2월에는 30~50세대, 12월 60세대 정도, 11월에는 130~150여세대였다. 그런데 2017년 12월 0원 세대가 112세대로 예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 <표> 인천 서구 A아파트의 2015~2017년 난방비 0원 세대 수 현황.

이런 과정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지난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난방비 0원 세대에 포함된 사실이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와 지역 카페 등을 통해 확산됐다. 입주자대표회의 한 임원은 2017년 2개월 간 0원이었던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자, 이를 알게된 입주민들은 국민신문고와 서구청에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청와대에 “아파트 주민을 위해 일해야 할 사람들이 몇 년 동안 난방비 0원의 비리행위를 저질렀고, 이들의 난방비를 죄없는 순수한 주민들이 나눠냈다는 게 억울하다. 비리를 밝혀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27일 현재 1371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지역난방의 경우 난방비와 온수비를 따로 내며, 난방비의 경우 기본열요금에 세대별 계량기에 표시되는 사용량을 더해 세대별 난방비를 낸다. 문제는 난방을 사용했는데도 계량기가 고장이 나거나 관리사무소에 설치된 관련 기기 부품 고장, 계량기의 배터리가 없는 경우에는 기본열요금을 제외하고 난방비가 0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0원 세대가 내지 않는 사용료는 나머지 세대들이 나눠서 부담해 문제가 된다.

난방비 문제는 지난 2014년 영화배우 김부선씨가 자신이 거주하는 중앙난방 방식의 아파트에 난방비를 0원을 내는 세대가 많아 이로 인해 다툼이 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알려졌다. 이때 경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0원 세대 입주민들의 조작 여부를 밝힐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됐고 아파트 관리소장 등 직원들만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입건됐다.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국토교통부의 전국 471개 아파트 30여만세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1%에 해당하는 2만 7349세대가 0원세대로 집계되기도 했다.

난방비 비리라는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실제 난방을 사용하는 동절기 7개월 분의 요금이 0원으로 나온 것이고 관리비와 함께 자동이체로 부과하다 보니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계량기 부품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고, 2015년부터 관리사무소가 0원 세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이런 일이 생긴 것이지 고의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 제기를 하는 주민들의 요구대로 진상 조사를 준비중인데, 입주자대표회의 임원 전원 사퇴와 외부 기관에 맡기라는 주장만 계속해 어려움이 있다”며 “회장으로서 관리소가 이런 부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게 한 부분에 책임이 있음을 통감하고 진상 조사를 마치고 결과가 나오면 사퇴할 뜻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관련 민원을 접수한 서구 건축과는 아파트내 진상 조사 결과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관련 법률에 따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