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계량기 조작 여부나 고의성 밝히기 위해 수사의뢰”

난방비 ‘0원’ 부과로 논란이 일었던 인천 서구 청라 한 아파트 단지(관련기사 2018.2.28.)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난방비 ‘0원’ 세대에 포함됐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입주민들에게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 서구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아 총2100여 세대가 입주한 청라 A아파트에 2015년부터 3년 간 수백세대에 난방비 ‘0원’이 부과된 것과 관련, 고의성과 계량기 조작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청라 A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조사 결과 2015년 365세대, 2016년 345세대, 2017년 498세대에 난방비가 ‘0원’이 부과된 것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집에 지난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난방비 0원이 부과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들은 곧바로 국민신문고와 서구, 청와대 등에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서구는 관리사무소를 통해 ‘적산 열량계 작동 불량, 배터리 불량, ESP 통신 모듈 이상 등 계량기 고장과 오류에 따른 원인으로 판단된다’는 답을 받았으나, 고의성이나 계량기 조작 여부 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관련업계는 입주 한지 얼마 되지 않는 신규아파트에서 기기 고장에 의해 수백여세대의 난방비가 '0원'으로 부과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로 보고 있다.

서구 건축과 관계자는 “관리사무소가 '0원' 부과 원인을 대부분 계량기 고장이나 오류로 보고했지만,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구청에서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서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난방비 0원과 관련한 계량기 조작 여부,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업무상 배임혐의 여부 등은 경찰조사를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하지만 입주민들의 고의성 여부를 밝히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난방비 0원 문제는 지난 2014년 영화배우 김부선씨의 고발로 알려졌고, 당시 경찰도 수사를 벌였지만 입주민들의 조작 여부는 밝힐 수 없었다. 다만 아파트 관리소장 등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관리 소홀 책임으로 입건됐다.

한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지난 8일자에 A아파트 공식 카페에 ‘나름대로 투명하게 일을하고자 최선을 다했으나, 초기 대응 미숙으로 주민들에게 신뢰를 잃었던 것 같다. 도의적 책임을 지고 모든 직무에서 자진사퇴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관리사무소는 이와 관련해 서구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았으며 현재 납부하지 않은 난방비 정산, 0원 세대가 납부한 난방비의 세대별 반환 절차, 고장난 계량기 교체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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