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징계 위해 인사위원회 소집…최순자 총장은 빠져

인하대학교(총장 최순자)의 ‘한진해운 부실채권 매입 130억원 손실 사태’에 대한 교육부 감사와 인천지방검찰청 수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인하대가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일부 교수와 직원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할 최순자 총장은 빠져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부실채권 투자’가 지난 2월 드러나자, 최 총장은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을 준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곧 ‘거짓 해명’으로 드러났고, 평가손실이 급격히 커질 때조차 기금운용위를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하대는 한진해운의 부실이 현저하게 드러나던 2015년 6월과 7월에 한진해운의 사채(社債) 30억원과 5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둘 다 2016년 6월이 만기였다. 나머지 50억원어치는 전임 총장 시절인 2012년 4월에 매입한 2017년 6월 만기 사채였다.

규정상 기금운용위는 학기마다 1회 개최하게 돼있는데, 2015년엔 11월에만, 한 번 열렸다. 즉, 2015년 6~7월에 한진해운 사채를 매입할 때 기금운용위를 열지 않았고, 사후 보고했다.

사후 보고도 문제지만, 투자 상품 결정에서도 규정을 위반했다. 기금운용위 규정을 보면, 투자 상품 선정은 기금운용위에서 하게 돼있다. 그러나 2015년 한진해운 사채 매입은 사무처장이 주도하고 총장이 결정했다. 기금운용위는 형식에 불과했고, 실질적 기금운용은 총장과 사무처장이 주도한 것이다.

최 총장은 ‘거짓 해명’으로 파문이 커지자 ‘대외부총장을 중심으로 외부 인사와 교수ㆍ직원 등이 참여하는 재정건전위원회(=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진상을 밝히고, 교수회와 학생회, 대학노동조합 등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본인은 책임에서 빠지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가장 큰 책임은 총장에게 있는데, 총장은 빠지고 애먼 교수와 직원만 남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총장은 진상조사위원장으로 대외부총장을 임명했고, 진상조사위는 사태를 조사했다.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교학부총장은 기금운용위와 관련된 전 부총장(2명)과 직원을 징계하기 위한 인사위를 열었다.

▲ 인하대학교 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회와 교수회, 대학노조가 인하대 개교 이후 처음으로 지난 5월 1일 공동 집회를 열고 최순자 총장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총장이 임명한 사람이 조사하고, 총장은 조사 대상이 아니고

하지만 5월 16일과 26일 열린 두 차례의 인사위는 일부 위원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누가 보더라도 사태의 책임을 전 부총장과 직원에게 떠넘기기 위한 포석이었기에, 인사위 참석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일부 교수는 총장을 조사하지 않고, 인사위에 회부하지도 않은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교학부총장은 ‘총장은 교수가 아니라서 조사 대상과 인사위 회부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 진상조사가 사실상 최 총장 면피를 위한 포석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방증했다.

한 교수는 “박근혜 국정농단도 검찰을 못 믿겠으니 특검을 했다. 그런데 총장이 임명한 부총장한테 진상조사를 맡기면, 핵심이 총장인데 그게 조사가 되나? 박근혜 정부보다 더한 대학이다”라며 “대부분의 교수도 이번 인사위 파동을 당시 부총장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인사위 참석을 거부한 것이다”라고 쓴 소리를 했다.

다른 교수는 “학교가 진상조사위를 구성할 때 학생회ㆍ교수회ㆍ노조의 동의가 전혀 없었다. 그냥 최 총장이 지시해 만든 위원회일 뿐이다. 그게 무슨 신뢰성이 있고, 설득력이 있는가? 자신이 벌인 일이면 자신이 책임지는 게 도리다”라고 비판했다.

인하대, “징계대상자에게 소명기회 주려고”

인사위에 회부된 전 부총장은 2명이다. 한 명은 박춘배 총장 시절인 2012년부터 2014년 8월까지 부총장을 지낸 A 교수이고, 다른 한 명은 최순자 총장 취임 초기인 2015년 3월부터 6월 중순까지 부총장을 지낸 B 교수다.

‘부실채권 투자’ 130억원 중 50억원은 2012년 때 매입한 채권이고, 80억원은 2015년 6~7월에 매입한 것이다. 즉, 50억원은 A 교수에게 책임이 있고, 80억원 B 교수한테 책임이 있다는 게 학교당국의 논리다.

당시 채권시장에서 한진해운 사채의 평가손실률은 2014년 3월 -10.78%를 기록했고, 2015년 12월 -5.32%, 2016년 3월 -6.08%, 2016년 4월 -10.17%, 2016년 5월 -13.71%, 2016년 7월 -35.34%를 각각 기록했다.

인하대 투자관리지침서를 보면, 투자 상품의 시장평가액이 일정 비율(채권은 5%) 이상 하락할 경우 기금운용위의 심의를 거쳐 매도하게 돼있다.

투자관리지침 대로 하면 2015년 3월 취임한 최 총장은 이 같은 채권시장 변화를 확인하고 기금운용위를 소집해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해야했다. 그러나 최 총장은 기금운용위를 열기는커녕 2015년 6~7월에 80억원어치를 추가로 매입했다.

아울러 B 교수는 2015년 6~7월 80억원어치를 매입할 때 이미 부총장직을 그만둔 상태였고, 그가 부총장직에 있을 때 기금운용위는 열리지 않았다. B 교수는 당시 기존 채권의 만기를 연장해 매입하는 데 부정적 의견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인하대 관계자는 “총장은 인사위 회부 대상이 아니다”라며 “진상조사 이후 징계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점을 두고 교수회 등, 학교구성원들이 문제제기해 징계 절차로 인사위를 진행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징계 대상인지 아닌지 검토하고, 또 대상자들에게 소명할 기회도 줘야한다”며 “어떤 점이 잘못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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