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ㆍ학생ㆍ직원, 총장 퇴진 촉구 집회 개최
“130억원은 2800명의 등록금, 이걸 날렸다”

▲ 인하대학교 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회와 교수회, 대학노조는 지난 1일 인하대 개교 이후 처음으로 공동 집회를 열고 최순자 총장 사퇴를 촉구했다.
“민ㆍ형사상 책임 차치하더라도 사퇴하는 게 도리”

인하대학교(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가 ‘한진해운 부실채권 130억원 손실’과 ‘대학 구조조정’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인하대 학생회와 교수회, 노동조합이 최순자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검찰은 한진해운 투자 손실의 배임 의혹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교수회 93.5%, 대학노조 99% 등, 인하대 구성원들의 총장 퇴진 찬성 여론은 압도적으로 높다. 단과대학학생회와 학부학생회 등이 구성한 학생 대표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 또한 한 목소리로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회와 교수회, 대학노조는 지난 1일 인하대 개교 이후 처음으로 공동 집회를 열고 최순자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총장이 자진 사퇴를 거부하는 만큼, 정석인하학원에 총장 해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우상 교수회 의장은 “130억원을 날리고도 ‘원칙을 준수했지만 손실을 입었고,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할 뿐이다. 민ㆍ형사상 책임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막중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게 도리다”라고 말했다.

“130억원은 2800명의 등록금, 이걸 날렸다”

박우상 의장은 “학교 투자관리지침서에 기금운용 기준과 위험관리 기준이 있다. 안전성을 바탕으로 투자하게 돼있다. 그런데 연속 4년간 적자 2조 5000억원을 기록하고, 해운업을 기피할 때 투자했다. 게다가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지도 않고 사무처장과 총장이 (2015년에 한진해운 사채를) 매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2015년 말 채권 가격이 사정없이 하락했다. 5% 이상 하락하면 (투자관리지침서에) 매도하게 돼있는데 끝까지 쥐고 있다가 날렸다. 학교법인 이사장과 총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에 밝혀지리라 믿는다. 총장은 그전에 사퇴하길 바란다”고 한 뒤, 학생들과 직원들을 향해 “생각보다 심각한 패악을 뿌리 뽑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지속적으로, 공동으로 투쟁할 것을 결의하고,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홍미연 총학생회비상대책위 위원장은 “130억원을 날린 데 대한 (학교당국의) 설명회 때 문제 해결방안을 기대했다. 그러나 총장은 ‘이미 벌어진 일에 책임을 물어도 소용없다’, ‘돈을 메울 수 있게 다 같이 힘을 모으자’는 말만 하고 퇴장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최 총장이 2015년 취임한 이후 학내 갈등 끊이지 않고 있다. ‘4월 졸업식’ 만해도 그렇다. 1년에 졸업식이 한 번밖에 없어 2월 졸업생은 4월에 학교를 와야 하고, 8월 졸업생은 졸업을 안 했는데도 ‘4월 졸업식’에 참석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울러 무분별한 학과 통폐합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며 “학교 결정에 학생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총장은 학생들을 논의 대상으로 한 번도 여긴 적이 없다. 최 총장의 독단적인 학교 운영에, 학생들은 사퇴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송경호 대학노조 위원장은 “인하대에 취직해 17년 만에 시위현장에서 이렇게 발언할 줄 몰랐다. 이 모든 사태는 본관 2층에 계신 분(=총장)이 자초한 일이다”라며 “130억원은 학생 2800명의 등록금에 해당하는 돈이다. 이 돈을 한순간에 휴지조각 만들어놓고 ‘심려를 끼쳐 사과한다’면 이해하겠느냐”며 퇴진을 요구했다.

▲ 인하대학교 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회와 교수회, 대학노조는 지난 1일 인하대 개교 이후 처음으로 공동 집회를 열고 최순자 총장 사퇴를 촉구했다.
검찰, ‘한진해운 부실채권 130억원 손실’ 조사 본격화

지난 4월 18일 시민단체가 인하대의 ‘한진해운 채권 130억원 손실’과 인하공전의 ‘교비 부정지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있다며 인천지방검찰청에 고발했고, 인천지검은 바로 다음날 담당검사를 배정했다. 그리고 담당검사는 지난 2일 참고인 조사를 실시하며 조사를 본격화했다.

조양호 이사장과 최순장 총장, 전ㆍ현직 인하대 사무처장 등 피고발인 4명을 조사하기에 앞서, 이들을 고발한 인천평화복지연대 관계자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이다.

검찰은 고발인 조사에서 혐의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일부 확보한 뒤, 고발인에게 추가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대선 후 고발인 추가 조사를 실시하고 추가 증거자료를 확보한 뒤, 6월에 피고발인 4명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하대가 매입한 한진해운 채권은, 전임 총장이 2012년 7월에 매입한 50억원어치(2017년 6월 만기)와 최순자 총장이 취임 직후인 2015년 6월과 7월에 사들인 80억원어치(2016년 6월 만기)다.

최순자 총장은 2015년에 한진해운 사채 80억원어치를 매입할 때 기금운용위를 열지 않았다. 채권 가격이 투자관리지침서상 위험관리 기준 이상으로 하락했는데도 기금운용위를 열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학교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인하대 투자관리지침서를 보면, 투자상품의 위험관리를 위해 상품별로 매입원가 대비 시장평가액이 일정 비율(채권은 5%) 이상 하락할 경우 기금운용위의 심의를 거쳐 매도하게 돼있다.

올해 2월 파산 선고를 받은 한진해운 사채의 평가손실률을 보면, 2014년 3월 -10.78%, 2015년 12월 -5.32%, 2016년 3월 -6.08%, 2016년 4월 -10.17%, 2016년 5월 -13.71%, 2016년 7월 -35.34%를 기록했다.

130억원 손실이 드러나자, 최순자 총장은 ‘기금운용위의 결정을 준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곧 ‘거짓 해명’으로 드러났고, 평가손실이 급등할 때조차 기금운용위를 열지 않았다. 투자관리지침서에 따르면, 매도해야했지만 이 또한 지키지 않아 그대로 손실을 입었다.

‘이 모든 것이 최 총장 책임 아래 진행한 일로 한진과는 무관하다’는 게 학교당국과 한진의 주장이다. 하지만 학생회와 교수회, 노조 등, 학교 구성원은 ‘총장이 독자적으로 진행한 일로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밝혀주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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