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지속가능한 도시,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 2. 텃밭을 넘어 확장하는 도시농업의 새로운 영역

[기획취재] 지속가능한 도시, 도시농업 활성화 방안

1. 도시농부 160만명, 도시농업 현황과 과제
2. 텃밭을 넘어 확장하는 도시농업의 새로운 영역
3. 도시농업으로 다가가는 지속가능발전 도시
4. 도시의 새로운 패러다임, 공동체텃밭ㆍ도시농업공원
5. 도시농업으로 도시 혁신, 샌프란시스코 도시농업연합
6. 시애틀의 P-pacth 운동과 미국의 커뮤니티가든
7. 시애틀 P-pacth 프로그램을 통한 도시 발전전략
8. 시민참여와 공헌,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의 교훈
9.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인천의 도시농업
주말농장에서 도시텃밭으로 진화가 갖는 의미

도시농업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보다 텃밭이고, 텃밭하면 떠오는 게 주말농장이다. 주말농장이라는 개념은 농업협동조합이 시작한 것으로, 말 그대로 도시 사람들이 주말마다 텃밭을 가꿀 수 있게 소규모로 농지를 분양하면서 시작했다.

또한 정부가 ‘농지법’을 일부 개정해 소규모(약 1000㎡ 이하) 땅을 주말농장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농협 외에도 민간이 운영하는 주말농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도시농업이라는 개념은 주말농장보다 늦은 2004년 무렵 생겼다. 도시농업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부터 주말농장이라는 단어보다 ‘도시텃밭’이라는 개념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2007년 도시농업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단체가 발족해 ‘도시농부학교’를 운영하는 등, 도시농업운동이 본격화하면서 ‘도시농부’, ‘도시텃밭’이라는 개념이 도시 사람들의 일상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주말농장과 도시텃밭은 텃밭농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도시텃밭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전통적으로 주말농장은 농지 주인이 일정기간 텃밭을 임대분양하고 관리도 해주는 방식이다. 분양받은 사람은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고 통상 약 10개월(=3~11월)간 분양받은 텃밭에서 작물을 키운다.

도시텃밭도 여가시간을 이용해 직접 농사를 짓는다는 점에서 주말농장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도시텃밭은 주말농장보다 진화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진화한 운영방식은 다양한 가치를 제공한다.

우선 친환경농사를 지향한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담당 부서를 설치해 도시농업을 장려하고 지원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보면, 도시텃밭을 무화학농약, 무화학비료, 무비닐멀칭(=비닐로 땅을 덮어 농사짓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한다. 이는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건강한 먹을거리를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에도 부합한다.

두 번째는 교육공간이라는 것이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세대를 위한 체험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고, 도시농부를 희망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텃밭교육 실습장으로 활용되면서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고, 농업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세 번째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 형성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텃밭 개장식은 물론 월별 텃밭 공동체 모임, 추수행사 등으로 세대 간, 계층 간 소통과 화합에 기여하고 있다.

네 번째는 수확물 나눔으로 기부문화 확산이다. 수확한 농산물의 일부를 나누기도 하고, 일부 도시텃밭은 도시농부들이 뜻을 모아 아예 기부를 위한 텃밭을 따로 운영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도시텃밭은 복지, 일자리, 자원순환, 치유 등의 가치를 품고 있으며, 이 같은 가치를 토대로 시민들에게 계속 확산되고 있다.

생물, 문화, 사회적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농업

▲ 부평구 지속가능발전 주간행사로 5월 22일 열린 ‘도시농업 포럼’.<사진제공ㆍ부평구>
지난 5월 20일, 인천시와 장수천살리기네트워크는 인천대공원에서 모내기 행사를 열었다. 시는 환경보호와 반딧불이 서식지 제공을 위해 ‘반디 논’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해 시민들의 참여로 손 모내기, 벼 베기 체험 등을 진행한다. 올해 특별한 점은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토종 벼 모내기를 했다는 것이다.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지난해 얻은 토종 볍씨로 처음 벼농사를 지어 수확했고, 그 볍씨로 싹을 틔워 인천대공원에 토종 벼 네 가지 모내기를 했다. 토종 벼는 생산량 측면에서 불리하지만 다양성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지난해 토종 볍씨를 얻어온 곳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우보농장이다. 이근이 우보농장 대표는 토종 볍씨 70여종으로 직접 농사를 지으며 토종 벼농사를 퍼트리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근이 대표가 처음부터 전업 농부였던 게 아니라 도시농업으로 농업과 인연을 맺어 농부가 됐다는 점이다. 그는 도시농업으로 토종 종자에 관심을 갖게 됐고, 토종씨앗을 찾아다니던 중 토종 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지금은 토종 벼 확산에 힘쓰고 있다.

이근이 대표는 “종의 핵심은 다양성이다. 다양성이 확보돼야 삶이 풍요로워진다. 그래야 맛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문화의 다양성도 확보된다. 씨앗이 다양함으로써 문화가 다양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인천대공원의 모내기 행사에 참여한 이충무공군은 “힘들었지만, 나중에 벼이삭이 될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군은 지난해 청소년텃밭봉사단에 참여한 경험이 있고, 올해도 계속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청소년텃밭봉사단 운영으로 청소년들에게 자원봉사활동과 텃밭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텃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수확해 취약계층과 나누는 사회공헌사업인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참여 계층을 다양하게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시농업, 텃밭교육으로 사회적경제도 싹틔워

▲ 베를린 공유지 운동 사례를 발표하는 모습.

▲ 베를린 공유지 운동 사례를 경청하고 있는 국제컨퍼런스 참자가들.
국내 도시농업은 이처럼 작물 재배와 텃밭을 넘어 다양한 가치를 품고 확산되고 있으며, 민간단체의 활동 사례 역시 더욱 풍부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마르쉐친구들’도 그 중 하나다.

마르쉐친구들은 농산물 생산자와 소비자 간 상호신뢰 증진, 건강하고 풍요로운 지역의 먹는 문화 보급, 자급하려는 사람의 기술을 통한 자립, 지역공동체 활성화 등을 위해 도시농부와 귀농한 농부, 토종 농사꾼, 요리사, 수공예가 등이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형 시장 ‘마르쉐@’를 운영하고 있다.

마르쉐친구들의 이보은 기획자는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일 때 옥상텃밭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서울에서 시민들과 함께 문래 도시텃밭, 홍대 텃밭다리 등을 운영하면서 도시농부들이 참여하는 시장을 고민하다가 ‘마르쉐@’에 이르렀다.

마르쉐친구들은 정기적인 장터 개설로 귀농한 농부나 토종 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경제적인 도움도 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의 규모 측면에선 수익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나마 성공한 모델은 텃밭교육과 텃밭강사들의 활동을 꼽을 수 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를 비롯한 단체들은 초급 도시농부학교에서 시작해 도시농업 전문가과정으로 이어지는 도시농업교육으로 텃밭교육을 담당할 강사를 양성하고 있다. 이들이 배출한 텃밭강사들은 어린이는 물론 시민들에게 도시농업이 품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이 같은 도시농부학교와 도시농업 전문가과정에서 길러진 텃밭강사들의 지속적인 활동은 도시농업 분야에 사회적경제조직을 낳게 했다. 마르쉐친구들이 운영하는 도시형 시장 ‘마르쉐@’가 그렇고,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잉태한 생태텃밭협동조합이 대표적 사례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2007년부터 도시농업교육으로 텃밭강사를 양성했고, 이를 토대로 생태텃밭강사단을 구성해 사업단을 만들었다. 그 사업단이 2015년에 생태텃밭협동조합으로 발전했다.

생태텃밭협동조합은 현재 인천지역 어린이집, 유치원, 사회복지기관, 학교 등 공공기관 60여개와 협약을 맺고 1년간 정기적으로 강사, 자재, 시설 등을 지원하며 텃밭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부평구, 도시농업을 지속가능한 도시 패러다임으로

▲ 서울 도시 농업 박람회.
부평구는 올해 갈산근린공원 안에 도시텃밭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분양했다. 도시농업조례 제정 이후 올해 도시농업을 전담할 부서를 만들고,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부평구는 우선 올해(2회) 지속가능발전 주간(5.22~27.)행사 때 주제를 ‘도시농업과 안전한 먹거리’로 정했다. ‘도시농업으로 다가가는 지속가능도시 부평’을 주제로 포럼도 열었다. 지자체가 일주일간 지속가능발전 주간행사를 여는 것도 이채롭지만 ‘도시농업’을 주제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한 게 더욱 눈길을 끈다.

부평구는 현재 운영 중인 갈산공원 텃밭에 이어 장고개길 부지에 공동체텃밭을 조성하고, 환경오염 정화작업 후 개방한 부영공원에 상자텃밭을 조성할 예정이다. 학교 텃밭을 지원하는 계획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부영공원은 반환 예정인 부평미군기지와 인접해있어, 부평미군기지 공원 조성과 연계해 도시농업을 결합할 수 있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도시공원법 개정으로 도시공원의 여러 형태 중 하나로 도시농업공원도 가능한 만큼, 부영공원의 상자텃밭에서 시작해 미군기지 내 도시농업공원까지 확장하자는 취지다. 이는 원래 조상들의 농지였던 곳을 일부 복원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포럼에서 부평구 관계자는 “앞으로 늘어나는 도시텃밭 수요에 대비해 도시농업공원을 활용하겠다”고 발표해 그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창우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도시에 대한 권리, 도시권 측면에서 도시민들의 경작에 대한 경작권 운동이 필요하다”고 힘을 실어줬다.

부평구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 지속가능한 도시를 꿈꾸는 도시들은 지속가능 도시에 도시농업을 접목하고 있다. 또한 도시공간을 새롭게 재편하기 위한 도시경작권 확보 차원에서 도시텃밭과 도시농업공원을 장려하고 있다. 이는 다음호에 다룰 예정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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