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검, 피해자 쪽 항고로 재수사 명령

▲ ‘동급생 강제추행 불기소 처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16일 오후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항의하고 있다.

인천지방검찰청이 강화군 소재 한 사립고교에서 벌어졌던 동급생 성추행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것이 알려지자, 여성단체와 청소년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피해자 쪽이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하자 서울고검은 ‘재기수사명령’을 내려, 인천지검은 다시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지역 여성ㆍ청소년단체 20여개가 구성한 ‘동급생 강제추행 불기소 처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16일 오후 인천지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성추행을 장난으로 보고 불기소한 인천지검은 사과하고 재검토로 잘못이 있음을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조사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이례적으로 피의자만 조사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피해자들은 조사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의 진술조차 고려하지 않은 채 피의자 쪽 주장만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13년 9월 A고교 3학년이던 B군이 학내에서 같은 학년 여학생 여러 명을 성추행한 사실이 노현경 전 인천시의회 의원의 폭로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았다. B군은 여학생 3명의 가슴이나 은밀한 부위 등을 수차례 만진 혐의를 받았다.

당시 A고교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어 B군에게 20여일의 출석정지 처분만을 내렸고, B군은 법적 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이에 피해 여학생들은 지난해 8월 B군을 인천삼산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조사 후 B군을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B군이 피해 여학생들의 신체를 만진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친구 간 장난’이라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한 것이다.

피해 여학생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승기 변호사는 “피해 여학생들 모두 당시 고교 3학년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해야하는 상황이라 학교의 처분이 미흡하다는 판단을 했지만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못했다”며 “그해에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며 대학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이후 재수와 삼수를 하며 대학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극심한 정신적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경찰에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음에도 검찰이 피의자 쪽 이야기만 듣고 피해 여학생과 호감을 갖거나 연인사이였다고 봤는데, 이는 사실이 전혀 아니다”라며 “친구들 사이의 장난으로 보는 것도 말도 안 된다. 그래서 서울고검에 항고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천지검 관계자는 “서울고검에서 ‘재기수사명령’을 해 다시 수사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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