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해경본부장 ‘치안정감 승격’ 물거품
시민단체, “인천시민들 기만, 해명해야”

정부는 지난해 해양경비안전본부(이하 해경본부)를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인천의 반발 여론을 달래기 위해 올해 3월 중부지방해경본부의 위상을 격상하는 방안으로 ‘치안감’인 중부해경본부장의 계급을 ‘치안정감’으로 승격하기로 했다.

그 뒤인 3월 22일 유정복 인천시장은 시청 기자실에서 “정부가 중부본부 기능 강화 차원에서 본부장을 치안감에서 치안정감으로 승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해경본부는 산하에 중부ㆍ동해ㆍ남해ㆍ서해ㆍ제주 등, 지방본부 5개를 두고 있고, 각 지방본부장의 계급은 경무관(2명)이나 치안감(3명)이다. 중부본부는 산하에 인천ㆍ평택ㆍ태안ㆍ보령 등, 해양경비안전서 4개를 두고 있다.

해경본부 내 치안정감은 부본부장에 해당하는 해양경비안전조정관(경찰청 차장급) 뿐이기에, 중부본부장이 치안정감이 되면 중부본부가 해경본부 안에서 가장 높은 위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없던 일이 돼, 빈축을 사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치안정감이던 최상환 전 해양경찰 차장이 2014년 10월 기소된 후 형 확정이 미뤄지면서 해경본부의 치안정감 자리는 공석이었다. 최 전 차장은 올해 10월 1심에서 ‘언딘 특혜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정부가 해경본부를 세종시로 이전하기로 결정하자, 인천지역 보수ㆍ진보진영의 국민운동단체ㆍ시민사회단체 37개가 구성한 ‘해경본부 인천 존치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여기에 여야 정당이 공조하는 등, 반발이 거셌다.

해경본부가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등, 해양주권 수호를 위한 작전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서해와 서해 5도를 버리고 내륙 세종시로 가는 것에 대해, 인천에선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인천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서해 현장의 해양경비 강화를 명분으로 인천과 서해 5도의 해양경비를 담당하는 중부본부 본부장의 계급을 치안감에서 치안정감으로 승격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해경본부는 지난 7월 이주성(55) 치안감을 3대 중부본부장 직무대리로 발령했다. 대신 해경본부 해양경비안전조정관직에 치안정감을 발령했다.

이를 두고 인천평화복지연대는 7일 성명을 내고 “해경본부가 최상환 전 해경 차장의 재판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때까지 중부본부를 방치할 가능성이 높다”며 “해경본부가 인천시민들을 우롱하고, 인천 몫의 치안정감 자리를 도둑질했다”고 비판했다.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인천시민들은 대책위를 구성해 ‘해경본부 인천 복귀와 해양경찰청 부활’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해경본부는 거기에 찬물을 끼얹고 뒤통수를 친 것이나 다름없다”며 “해경본부의 즉각적인 해명과 훔쳐간 인천 몫을 되돌려놓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안전처 홍보담당관실 관계자는 “해경본부 직제에 치안정감은 2명으로, 중부본부장은 치안정감이라고 반영돼있다. 다만, 현재 최 전 해경 차장의 재판이 1심만 끝난 상태라 대법원 판결이 끝나야 직제가 풀린다”고 했다. 중부본부장 몫인 치안정감을 해양경비안전조정관이 먼저 차지한 데 대해서는 답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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