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취재] 섬 생태ㆍ문화관광의 현재와 미래 1. ‘섬 관광 1번지’ 통영의 고민

<편집자 주> 인천의 섬은 168개로 섬마다 고유한 자연과 역사,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인천 섬은 수도권과 가까운데도, 인천 앞 바다에 그 아름다운 섬들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많다. 이에 인천시는 섬 활성화를 위해 각 섬의 특성을 살린 관광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인천 관광의 핵심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아울러 관광객의 섬 접근성을 개선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섬에 주목하자,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섬 생태ㆍ문화 관광’을 주제로 한 공동기획취재를 기획했고, <인천투데이> 또한 같이 참여해 섬 관광이 활성화돼있는 국내ㆍ외 지역을 취재했다. 이 공동기획취재 보도가 ‘인천 섬 활성화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삼도수군통제영 300년 역사와 문화가 깃든 ‘통영’

▲ 소매물도에서 바라본 등대바위.
경남 통영시는 남해 고성반도 끝에 위치한, 섬으로 이뤄진 도시다. 통영은 임진왜란 때 삼도수군통제영이 있었던 곳으로, 거기서 지명이 유래해 약 300년에 이른다. 한산대첩과 노량해전의 격전지가 바로 통영 앞 바다와 섬이다.

통영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곳으로, 바다에는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크고 작은 섬이 약 570개 떠있다. 또, 통영은 기후 조건과 섬을 품고 있는 지리적 조건이 좋아 한국의 연안 양식어업을 선도하는 수산업과 해양레포츠가 동시에 발달해 있다.

이와 함께 통제영 300년 문화는 통제영 12공방에서 군수용으로 공급하던 옷ㆍ활ㆍ갓ㆍ신발 등이 민수용으로 전환돼 나전칠기ㆍ두석ㆍ갓ㆍ소목ㆍ소반ㆍ누비 같은 공예품으로 이어지고 무형문화재로 탄생하게 했다. 공예품 이외에도 통영오광대ㆍ승전무(임진왜란 승전 축하)ㆍ남해안별신굿 등의 무형문화재도 전승되고 있다.

근대 이후 해운업과 수산업 발달에 힘입은 통영의 높은 경제력과 교육 수준은 고 윤이상 작곡가와 고 박경리 작가 등, 걸출한 문화예술인들을 배출했다.

통영은 이렇듯 섬과 바다가 품어준 역사유적과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자원까지 풍부하게 갖추고 있는 도시다. 게다가 동피랑 벽화마을과 통영 국제음악제, 윤이상 국제콩쿠르로도 유명하다. 다만 최근에는 해운업 침체로 통영 경제를 뒷받침한 조선업이 동반 침체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미 본 케이블카 ‘정체’…포스트 케이블카 ‘과제’

▲ 미륵산 케이블카.
통영시의 관광산업 육성은 케이블카 건설로 본격화됐다. 통영시는 미륵산 케이블카 건설공사를 2002년 12월 착공, 2008년 4월 개통했다. 건설 당시 미륵산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 환경단체ㆍ종교계와 갈등이 심했다.

반대가 심하자, 통영시는 2002년에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율 33.1%에 찬성 82.9%로 건설이 결정됐다. 현재 연간 이용객이 약 130만명이고, 매출액은 135억원이며, 지난해 통영관광개발공사가 34억원을 통영시에 기여했다고 시 관계자는 들려줬다.

통영 케이블카가 유명해진 것은 역설적으로 사고에 기인했다. 주민투표까지 가는 진통 끝에 케이블카 설치를 결정했지만, 개통하기 전까지도 ‘환경 파괴’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그리고 개통하는 날 약 15분간 멈춤으로써 비판에 정점을 찍었다.

케이블카가 완공되기까지 공무원 1명과 인부 3명이 사망했고, 급기야 개통 날 운행 중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주요 일간지를 비롯해 공중파 9시 뉴스를 장식했다. 그런데 그게 노이즈마케팅으로 작용해 통영에 케이블카가 설치됐다는 게 전국적으로 알려진 계기가 됐다.

김상영 통영시 해양관광국장은 “케이블카 사업은 세 박자가 맞아야한다. 우선 밑에서 전망과 케이블카를 타고 위에서 본 전망이 달라야한다. 위에서 보는 한려수도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한 번 탄 사람이 또 탔다”며 “다음으로 먹을거리가 다양해야하고, 또 케이블카 이외에도 볼거리가 다양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통영은 케이블카만으로 활성화된 게 아니다. 케이블카 외에 다른 관광자원을 발굴해, 케이블카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야한다. 그런데 통영에 벤치마킹 오는 지자체는 단순히 케이블카만 벤치마킹하고 간다”고 덧붙였다.

통영시가 자랑하는 케이블카도 누적 이용객 1000만명을 넘어선 뒤 정점을 찍고 성장세가 꺾였다. 게다가 여수와 부산도 케이블카를 설치했고 사천도 계획 중이라, 통영시는 케이블카가 더 이상 우위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대안을 찾고 있다.

우선 통영시는 포스트 케이블카 사업으로 동계스포츠를 대표하는 루지(LUGE)를 땅 위에서 즐길 수 있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림이 상당히 파헤쳐진 상태다. 다만, 케이블카 공사 후 우려했던 것과 달리 생태가 살아나면서 케이블카를 설치할 때처럼 반대는 없었다고 했다.

김상영 국장은 “뉴질랜드의 스카이라인사가 투자해 짓는다. 땅만 30년간 빌려주고 통영시는 매출액의 4%를 받기로 했다”며 “루지는 한 번만 타는 사람이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케이블카 이용객이 ‘저거 뭐지?’ 궁금하게 케이블카 동선에 트랙을 조성하고 있다. 트랙 총6개 중 한 개를 내년에 우선 개장하고, 케이블카와 연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음악가 한 사람이 한 도시를 먹여 살린다”

▲ 통영국제음악당.
세계 경기 침체는 해운업계 불황으로 이어졌고, 해운업 불황은 조선업 불황으로 이어졌다. 조선업이 침체되자 5만톤 안팎의 벌크선을 수주해 공사하던 통영항 도크는 모두 비었다. 덩달아 통영 지역경제도 위기를 맞았다. 통영시는 관광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

우선 통영이 바다와 섬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관광자원은 음악이다. 김상영 국장은 “음악은 전 세계에 통하는 공통 언어로, 전 세계와 대화할 수 있다. 음악은 그 자체가 국제화다”라고 강조했다.

통영시가 자신감을 표출하는 배경에는 통영 출신 세계적인 음악가 고 윤이상 선생이 있기 때문이다. 통영시는 2002년부터 음악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매해 3월 ‘통영 국제음악제’를 개최하고 있다. 그리고 11월에는 ‘윤이상 국제콩쿠르’를 연다.

김상영 국장은 “동백림 사건으로 인해 민선1기 때 국정원한테 혼났다. 선생님 이름을 전면에 걸지 못했다. 또 주변에서도 현대음악이 국민정서상 안 맞고, 지방 소도시에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통영에 음악제와 콩쿠르가 열리면 전 세계에서 찾아와 1300석 클래식 전용 음악당(=통영국제음악당)이 꽉 찬다. 수용할 호텔이 없어 신축하고 있다”고 한 뒤 “2015년 유네스코가 통영을 음악창의도시로 지정했다. 음악가 한 사람이 한 도시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자랑했다.

통영도 ‘지속가능한 섬 관광’ 정책이 과제

▲ 연대도 출렁다리.

▲ 한산도에 수학여행을 온 초등학생들.
통영시가 펼치는 관광산업 정책 중 핵심은 섬 관광이다. 통영에는 섬 570개가 있고, 이중 유인도가 44개, 무인도가 526개에 달한다. 섬마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모든 섬이 통영여객터미널에서 1시간 20분내 거리라 접근성도 좋다.

통영시는 최근 등산과 트레킹을 즐기는 생태관광객 증가에 맞춰, 인접한 섬끼리 연결하는 연도교(보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통영시는 연대도와 만지도의 출렁다리, 사량도 상ㆍ하도 연도교 등, 연도교 4개를 설치했으며, 향후 연도교 1개를 더 설치할 계획이다. 연도교를 설치하고 트레킹 코스를 개발해 관광객 증가와 체류시간 연장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이 몰린다고 해서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용하던 섬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자연생태 훼손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고, 섬 자원이 유한하다보니 섬 주민 구성원 간 갈등이 소송으로 번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실제로 소매물도에 16가구가 거주하고 있는데 주민들 간 얽혀 있는 소송이 현재 170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인은 원주민과 펜션사업 하러 들어온 외지인 간 갈등에서 비롯했다.

섬에 식수 등의 자원이 부족해서 나눠 써야하는데, 관광객 증가로 펜션에서 사용하는 게 많아질수록 원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게 줄어들면서 생활하는 데 불편이 생겼다.

원주민만 있을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재력 있는 외지인들이 섬의 지표수를 모아서 사용해 버리니 원주민들은 물이 부족했다. 게다가 쓰레기까지 쌓였다. 이 같은 갈등이 쌓여 소송으로 번진 것이다.

강제윤 (사)섬연구소 소장은 “하루 4000여명이 찾다보니 물만 부족한 게 아니라 섬에 쓰레기만 늘고 있다. 또 관광객이 증가해서 주민들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한 뒤 “일정 인원 이하로 입도를 제한하고, 일정하게 체류세를 받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게 섬 관광 정책을 개발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통영시 또한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김상영 국장은 “섬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행정선을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섬 관광은 활성화만큼이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게 핵심과제다. 그래서 일정하게 규제해야한다”며 “입도를 제한하는 것을 포함해 다방면으로 지속가능한 섬 관광정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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