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통공사, 국토부와 인천시에 허위보고…언론에도 거짓 브리핑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동영상 갈무리.
 

인천교통공사가 시민 안전과 직결된 인천도시철도 2호선(이하 인천2호선) ‘탈선사고’를 ‘훈련’으로 조작한 것도 모자라 국토교통부와 인천시에 허위 보고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정미(비례) 의원이 6일 공개한 폐쇄회로(CC)TV 동영상에는 지난 8월 7일 남동구 운연차량기지에서 발생한 인천2호선 탈선사고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동영상을 보면, 열차가 운영차량기지 안에서 검사고로 이동하던 중 바퀴 부분에서 갑자기 불꽃을 일으키며 탈선, 기둥에 부딪힌 뒤 멈춰 섰다. 종점인 운연역에서 승객을 모두 내리고 차량기지로 향하던 중이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 사고는 7월 30일 인천2호선 개통 후 1주일 만에 장애 9건 발생으로 전동차 운행이 수시로 중단되던 상황에서 발생했다.

인천교통공사는 6일 인천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통 초기 각종 장애로 사고가 잇따른 상황에서 탈선사고까지 알려지면 시민 불안이 증폭될 것 같아 훈련으로 가장했다”고 탈선 사고였음을 시인했다.

문제는 탈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천교통공사가 거짓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사장 직무대행이었던 이광호 경영본부장과 조신구 기술본부장은 사고 다음날(8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실제 상황 대비 역량을 키우기 위해 예고 없이 불시에 훈련을 한 것”이라고 거짓 해명했다.

이어서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훈련 대상 전동차를 일정 간격으로 틀어놓아 탈선한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현장 투입 인력에 미리 얘기하지 않아 실제 상황으로 오인할 수 있었다”고 변명했다.

인천교통공사는 ‘정확한 진상을 가리기 위해 CCTV 영상을 공개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에 대해서도 “사고가 아니라 극소수 간부만 아는 탈선 훈련 상황”이라고 했고, 훈련 동영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후 인천교통공사는 탈선사고가 아니라 모의훈련이었다는 내용으로 훈련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국토교통부와 인천시에도 보고했다.

국토교통부가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열차 탈선(훈련) 동영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인천교통공사 안에서도 열차 탈선 훈련에 대한 의견이 달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정미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인천교통공사 경영본부는 ‘해당 부서일이라 잘 모른다’고 했고, 기술본부는 ‘탈선 훈련 매뉴얼이 없고, 각 부서에서 알아서 한다. 운연차량사업소 비상대응 현장조치행동 매뉴얼에 따라 실시된다’고 했다.

훈련 총괄부서인 안전방재단은 ‘사업소 자체 훈련은 잘 모른다. 전체 훈련인 경우 유관기관에 공지한다’고 밝힌 반면, 운연차량사업소장은 ‘기술본부와 관제실이 시행하는 것으로 잘 모른다’는 입장을 보였다.

운영차량사업소 차량정비팀은 ‘업무추진계획에 따라 추진하는데 상황 발생 이후 훈련인줄 알았다. 비상대응 현장조치행동 매뉴얼이 아닌, 자체 계획서 탈선 복구 시나리오에 의해(실시됐다)’고 했고, 관제실은 ‘훈련은 잘 모른다. CCTV 영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훈련인 경우 직원들에게 사전에 알리고, 관련 복구 장비들을 사전에 구비해야한다. 그러나 당일은 사고가 난 이후에야 인천교통공사가 인천1호선 귤현기지에서 대차 바퀴를 거치하는 장비인 ‘리레일러’를 급하게 가져온 사실이 확인되는 등, 통상 훈련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천2호선이 개통 후 잦은 사고(2주 만에 29건)로 논란에 휩싸이자, 인천교통공사가 사고를 은폐하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인천교통공사의 해명 자체가 위험천만한 것이다”라고 한 뒤 “인천교통공사는 열차 탈선사고를 은폐했고, 국토교통부는 사고 은폐를 방조했으며, 노동부는 작업자의 대형 사고로 일어날 수 있는 산업안전관리를 인천교통공사의 말만 믿고 방치했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유정복 인천시장 체제의 공직자 기강과 도덕성 해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다”라고 한 뒤 “유 시장 체제의 무능함과 나태함으로 인해 인천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유 시장은 이번 사고를 명백하게 밝히고 사과와 함께 책임자의 안전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할 것이다. 인천교통공사와 유 시장은 사고를 축소 또는 은폐하기 위한 노력만 할 것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위해 빠른 상황판단과 정보공개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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