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했다”vs“넘어졌다” 주장 엇갈려

시의회, “진상 파악 후 조치 취할 계획”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이하 건교위)가 지난 2일 오후 충북 제천으로 워크숍을 가던 중 휴게소에서 동료 의원 간 심한 다툼이 일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인다.

오흥철(새누리당, 남동5) 의원이 박달재휴게소에서 1m 깊이의 웅덩이에 빠져 얼굴과 옆구리에 찰과상을 입는 등,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 의원은 사고 직후 인천으로 후송돼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건교위 소속 의원들은 1박 2일 일정으로 제천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의원 7명 중 최석정(새누리당, 서구3) 위원장과 노경수(새누리당, 중구1) 의원은 승용차로 이동했고, 나머지 5명은 버스로 이동했다. 의원 5명은 버스에서 술을 마신 상태였고, 박달재휴게소에서 최석정 위원장 일행과 합류했다.

이들은 합류한 뒤 박달재휴게소에서 술을 더 마셨다. 그 뒤 버스에 오르기 위해 오흥철 의원과 유일용(새누리당, 동구2) 의원, 의회사무처 직원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 짧은 사이에 오 의원에게 사고가 발생했다.

노경수 의원은 ‘유일용 의원이 오흥철 의원을 폭행했다’고 주장했으며, 유일용 의원은 ‘오흥철 의원이 빗길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일보>가 5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노 의원은 ‘오 의원은 눈 근처가 찢어져 네 바늘을 꿰매고 눈뼈가 골절되는 등, 전치 6주의 진단을 받고 현재 입원 중이다. 의원 간 몸싸움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며 유 의원이 오 의원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위원장과 유 의원은 ‘오 의원이 술에 취해 미끄러져 다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인천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동료 의원들과 술을 나눠 마시긴 했지만 오 의원을 때린 적은 없다. 당시 비가 내려 휴게소 바닥이 미끄러웠고, 술에 취한 오 의원이 중심을 못 잡고 넘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 의원과 같이 자리에서 일어섰던 의회사무처 직원은 사고 직전 화장실에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사고 경위를 아는 사람은 유 의원과 오 의원 두 사람 뿐인데, 오 의원은 입장을 밝히지 앓고 있다.

<인천투데이>은 두 의원에게 해명을 요청했으나, 두 의원 모두 연락이 되질 않았다. 동행한 의원들 또한 ‘두 의원만 있을 때 일어난 일이라 모르는 일’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시의회(의장 제갈원영ㆍ연수3)는 5일 오후 1시 긴급 의장단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그 뒤 시의회는 “앞으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게 정확한 진상을 파악해 공정하고 명확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라며 “의장단, 상임위원장단 회의를 정례화해 소통의 기회를 넓히고, 의원들의 윤리의식을 강화를 위해 관련 교육을 정기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갈원영 의장은 “모범을 보여야하는 의원들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린 것에 대해 시의회를 대표해 시민 여러분께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의원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과 반성을 통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소통하고 신뢰받는 의회로 거듭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의장단 선출 때부터 내재된 갈등 폭발?

제갈 의장이 긴급 의장단회의를 소집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시의회의 진상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새누리당 소속 의원 간 주장이 엇갈린 것을 볼 때 이번 사고는 후반기 의장단 선출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게 시의회 안팎의 해석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6월 7대 의회 후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내부 경선을 실시해 제갈 의원을 후반기 의장 후보로 선출했다.

하지만 시의회 본회의 1차 투표에서 전반기 의장인 노경수 의원이 제갈 의원과 동수 표를 얻는 파란이 일어났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당내 경선 결과에 대한 반란이 발생한 것이다.

2차 투표에 앞서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는 동안 새누리당 의원들은 두 진영으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제갈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에 나섰고, 노 의장이 이를 제지하자, 양쪽 진영에서 서로 고성을 지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뒤 조전혁 새누리당 인천시당위원장 직무대행이 시의회를 방문해 당 소속 의원들에게 후보경선 결과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불복할 경우 출당을 포함한 강력한 징계를 하겠다’고 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당시 오흥철 의원은 노 전 의장을 지지했고, 유일용 의원은 제갈 현 의장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그 뒤에도 앙금은 가시지 않고 있었는데, 그 앙금이 이번 사고로 이어졌다는 게 시의회 안팎의 분석이다.

해당 상임위원장 별장 이용하고 숙박비 지급 ‘논란’

한편, 시의회 건교위가 워크숍 장소로 1박 2일 사용한 시설이 최 건교위원장의 별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건교위는 숙박비로 30만원을 지출했는데, 해당 별장은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사업자가 숙박 영수증을 발급하는 곳이 아닌, 말 그대로 최 위원장의 개인 별장이다. 건교위는 숙박비 30만원을 별장을 관리하는 A씨에게 지급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국민의 혈세를 시의원 개인의 호주머니로 지급한 것”이라며 “시의회는 혈세가 시의원 개인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정황도 즉각 조사해야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 건교위원장은 “다른 사람들도 워크숍 장소로 이용하는 곳이다. 부대비용 등은 안 받고 실비 정도만 받는 것으로 처리했다. 문제 될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