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인천 항공산업 활성화 방안 1. 인천공항 서비스평가 1위에 가려진 그늘

인천공항 ‘국내선 제약’ 불구, 연간 5000만명 돌파

[기획취재] 인천 항공산업 활성화 방안

1. 인천공항 서비스평가 1위에 가려진 그늘
2. 인천공항 여객 증대와 인프라 적기 투자
3. 인천공항 화물 증대와 공항배후단지
4. 항공산업 이끌 산학융합지구
5. 중국 경제특구 톈진의 항공산업 산학연
6. 인천공항 안전과 직결된 항공정비단지
7. 아시아 허브 창이공항,
항공정비단지 ‘탄탄’
8. 인천공항 안정 운영과 고용안정
인천국제공항이 지난달 31일 개항 15년 만에 ‘누적 이용객 5억명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2014년 8월에 누적 이용객 4억명을 넘어선 데 이어 2년 만에 5억명을 돌파한 것으로, 인천공항이 1년에 5000만명 이상 이용하는 대형 공항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 누적 이용객 1억명을 달성하는 데 4년 6개월이 소요됐는데, 2년으로 앞당겨졌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메르스’ 여파에도 불구하고 4928만명을 돌파했는 데, 올해 5000만명 돌파가 무난할 전망이고, 2018년엔 60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하계 항공성수기를 맞아 지난달 31일 하루 이용객 20만 1079명을 기록하며 개항 이후 처음으로 ‘하루 이용객 20만명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고, 지난달 24일에는 ‘하루 항공기 1000회 운항’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인천공항은 또한 올해 초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 11년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2014년 기준 공항서비스 1위, 국제항공여객 8위, 국제항공화물 2위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공항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허브공항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누적 이용객 5억명 달성, 연간 5000만명 돌파, 서비스평가 1위 이면에 가려진 현실은 인천공항의 미래가 결코 낙관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인천공항의 국제여객은 세계 8위지만, 국내외 여객을 통틀어서는 세계 23위(4566만명)다. 2014년 항공여객 기준 세계 1위는 아틀란타공항(9617만명)이고, 2위 베이징공항(8613만명), 3위 런던히드로공항(7340만명), 4위 하네다공항(7282만명), 5위 LA공항(7066만명), 6위 두바이공항(7047만명), 7위 시카고오헤어공항(7001만명), 8위 텍사스달라스공항(6352만명), 9위 홍콩첵랍콕공항(6314만명), 10위 프랑크푸르트공항(5956만명) 순이다.

인천공항보다 상위에 있는 공항 중 미국ㆍ영국ㆍ독일ㆍ일본의 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공항은 모두 2000년에 김포공항보다 아래에 있었다. 김포공항은 2000년에 세계 14위였으며, 그것을 이전받은 인천공항은 지난 10여년간 세계 30위권 밖을 떠돌다가 이제야 겨우 세계 23위로 부상했다.

2000년에 김포공항보다 후발주자였던 홍콩 첵랍콕공항은 2014년 기준 6314만명으로 10위, 광저우공항은 5478만명으로 15위,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5409만명으로 16위, 쿠알라룸푸르공항은 4893만명으로 20위에 랭크됐다.

인천공항은 2016년 5월 기준 항공사 90개가 54개국 도시 193개에 취항하는 허브공항이다. 드나드는 비행기가 하루에 약 1000편에 달한다. 이중 중국 노선이 48개, 일본 노선이 28개를 차지한다.

그러나 국내선은 제주(제주공항)와 부산(김해공항), 대구(대구공항)뿐이다. 반면, 일본 하네다공항의 일본 국내선은 50여개에 달해, 하네다공항에서 쉽게 환승할 수 있다.

인천공항이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우선 공항 운영의 토대가 되는 여객을 늘려야한다. 하지만 이처럼 국내 노선 개설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는 여객처리 규모 세계 30위권 내 공항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규제로 꼽힌다.

‘정비 결항’ 지속적으로 증가, 안전 위협

인천공항과 경쟁하고 있는 세계 30위권 내 공항들은 허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항인프라 확충과 함께 항공정비 산업을 동시에 육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공항이다. 인천공항은 이 부분에서 가장 낙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올해 초 발생한 수하물 대란보다 더 인천공항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는 ‘항공기 정비 불량으로 인한 결항률 상승’이다.

국제선 출발 편 기준, 항공기 정비 불량으로 인한 결항률은 2010년 3.9%(11편)에서 2014년 17.8%(23편)과 2015년 15.2%(28편)로 두 자릿수로 늘었고, 2016년 상반기에는 23.5%(16편)를 기록했다. 결항률도 문제지만 결항편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공항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2012년 이후 도착 편보다 출발 편 결항이 많아진 게 심각한 문제다. 2010년 출발 편 정비 결항률은 3.9%지만, 도착 편 정비 결항률은 8.3%다. 2012년에도 출발 편 정비 결항률 5.9%, 도착 편 정비 결항률 8.7% 였다. 즉, 2012년까지는 인천공항에서 정비서비스가 안정적으로 공급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출발 편 결항률이 도착 편 결항률보다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출발 편 정비 결항률 23.5%, 도착 편 정비 결항률 18.2%로 격차가 5.3%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아울러 결항 편수도 많아졌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국적 항공사(=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만 엔진정비와 부품정비 이상의 중정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항공안전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게다가 인천공항은 2018년 제2여객터미널을 개장하는 만큼, 항공정비단지를 서둘러 조성해야한다.

또한 동아시아에서 허브공항 선점 경쟁이 치열하고, 항공사들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형 점보기를 도입하는 상황에서, 인천공항이 허브공항의 지위를 선점하려면 항공정비단지를 조성해 해외 정비업체와 엔진제조업체, 부품업체 등을 유치해 현재 국적 항공사에만 머물고 있는 중정비서비스 제공을 외국 항공사까지 확대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세계 공항 서비스평가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항공안전을 확보해야한다. 인천공항은 이미 항공정비단지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 제4활주로 왼쪽에 있는 부지 114만㎡가 정비단지로 지정돼있지만, 국토교통부가 반대해 답보상태에 있다.

인천공항 배후단지 ‘자유무역지대’ 포화상태

▲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전경. <사진출처·국토교통부>
인천은 인천공항이라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인천의 항공 산업은 운수산업과 공항상업(=면세점ㆍ복합리조트 등)에만 국한돼있다.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는 항공 산업을 육성하려면 운수산업과 공항산업을 넘어 항공배후단지의 첨단제조업과 물류산업, 항공정비 산업, 항공기 부품산업 등으로 항공 산업의 구조를 고도화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특히, 인천공항의 교역 규모를 보면 배후단지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 교역액은 434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5% 감소했다. 인천(공항과 인천항)의 수출입 교역액 또한 감소했는데, 735억 7800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2.1% 줄었다.

하지만 인천공항을 통한 수출입 교역액은 늘었다. 상반기에 인천공항을 통한 수출입 통관 교역규모는 390억 1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3.7% 늘었다. 이는 항공편으로 고가품인 반도체ㆍIT기기 등의 수출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인천공항 배후단지에 글로벌 물류기업과 첨단제조업체를 추가로 유치한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항공화물까지 창출해 세계 1위의 항공화물 공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ㆍ중 FTA에 개성공단이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돼 메이드인코리아로 인정됨으로써, 향후 인천공항은 항공화물 분야에서 세계 1위의 공항으로서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지리ㆍ경제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만큼, 배후산업단지 확보가 절실하다.

하지만 인천공항 배후단지 상황을 보면, 지난 2005년 자유무역지대로 지정된 인천공항 1단계 물류단지(99만 2000㎡)는 개발이 끝났고, 지난해 말 기준 입주율은 약 93.4%다. 2단계는 2013년부터 시작해 전체 부지 93만㎡ 중 56만㎡를 개발했고, 지난해 말 기준 입주율 77.3%를 기록했다. 포화상태에 다다른 것이다.

항공화물처리 1위에서 4위로 밀려나

인천공항 배후물류단지가 포화상태에 이른 것은 반도체업체인 스태츠칩팩코리아(STATS)가 입주하면서부터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2013년 1단계 부지에 입주해 현재 제1공장을 운영 중이고, 지난해 8월 ‘2단계 부지에 2공장 증설’을 발표했다.

스태츠칩팩코리아가 1ㆍ2단계 배후물류단지의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천공항공사는 2단계 미개발지 중 유보 면적 27만 7000㎡를 제외한 9만 3000㎡(3만평)을 개발해 2년 후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그러는 사이 인천공항은 국내외 항공화물처리 1위를 달리다가 1위를 두바이에 내줬고, 그 뒤 중국에까지 밀려 4위까지 추락했다.

인천공항은 배후단지에 공항자유무역지대를 구축하며 항공화물 허브공항의 지위를 유지했다. 배후단지가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추가 배후단지 조성과 함께 공항자유무역지대 지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제2여객터미널도 2019년 포화상태 ‘과부하 전망’

국토부는 올해 초 발생한 인천공항의 수하물 대란 사태의 결정적 원인이 제어장치의 오류와 사고 초기 현장대응 미흡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여객처리능력을 초과한 과부하 탓이 크다.

인천공항의 여객처리능력은 4400만명인데, 지난해 528만명을 초과한 4928만명을 돌파했다. 인천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은 제2여객터미널 준공이 2015년에서 2017년으로 지연됐기 때문이다. 2017년 준공 후 2018년 개장하면 여객처리능력은 62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여객증가 추세를 보면, 2019년에 다시 포화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인천공항의 여객은 2005년 2605만명에서 지난해 4928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5년 평균 증가율은 8.1%이고, 10년 평균 증가율은 6.8%다.

즉, 지난해 4928만명을 기준으로 10년 평균 증가율을 적용하면, 올해 여객인구는 5200만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그 뒤 2017년 5620만명을 돌파하고, 2018년에 6000만명에 이른 뒤, 2019년께 6400만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10년 평균 증가율을 적용해 보수적으로 추산했을 때도 3년 후 다시 포화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인천공항에 가장 많은 노선을 차지하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즉, 중국 요인을 고려하면 포화상태를 예측하는 게 어렵지 않다.

중국의 항공여객은 2005년 2억 8435만명에서 지난해 9억 1477만명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5년 평균 여객증가율은 10.1%이고, 10년 평균 증가율은 12.5%다. 중국 내 공항도 같은 기간 136개에서 208개로 70개 이상 늘었다.

이와 관련해 최정철 인하대 교수는 “지금까지 추세라면 보수적으로 추산하더라도 2018년 6000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중국 요인이 더해지면 더 빨라질 수도 있다”며 “공항 건설에 약 8~10년이 걸린다. 그렇다면 지금 4단계 공사를 결정해야한다. 그래야 포화상태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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