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분열 속 여당 내홍…새누리당, 10년 넘게 방치된 조직 복원 숙제

국민의당 출현과 남북 대결 국면 조성 등으로 20대 총선은 야권에 상당히 불리한 선거가 될 공산이 커졌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40% 안팎에서 철옹성처럼 유지되는 반면에 야권의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의당 출현으로 야권 지지층이 나뉘고 있다.

한 선거구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정의당 후보까지 출마할 경우 3~4자 구도가 형성돼 수도권에서 야권은 필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꽤 나온다. 인천의 상황도 현재까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인천에서 야권 강세지역인 부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야권 강세지역이지만 현재 야권 분열 양상

▲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국회의원과 예비후보자들. 위 왼쪽부터 새누리당 강창규·김연광·조성옥. 아래 왼쪽부터 국민의당 이현웅·유길종, 정의당 김응호.
부평은 한국지엠과 수출4공단이 있어, 한때 ‘노동자 도시’로 불렸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 대규모 택지 개발이 이뤄졌고,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서울로 출퇴근하는 30~40대층이 대거 이주했다.

부평<을> 선거구의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현 더민주당의 최용규 전 의원이 16대와 17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됐다. 18대 총선에선 현 새누리당의 구본철 후보가 당선됐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바로 상실했다. 2009년 실시된 4.29 재선거에서 더민주당의 홍영표 현 국회의원이 당선됐다.

당시 홍 의원의 당선은 야권에 희망을 줬다. 노무현 정부에서 열린우리당은 각종 선거에서 패배했다. 이때 한나라당을 이끈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이다. ‘선거의 여왕’이란 타이틀은 이때 만들어졌다. 각종 선거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야권이 수도권에서 간만에 승리한 것이다. 홍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홍 의원은 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시절 대우차노동조합을 만든 주역으로 부평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지역 현안도 꾸준히 대응해왔다. 부평미군기지를 비롯한 군부대 이전 문제, 서울지하철 7호선 추가 연장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하지만 20대 총선은 홍 의원에게 녹녹하지 않은 상황이다. 첫째 국민의당 출현으로 더민주당의 지지율이 낮아졌다. 홍 의원의 개인기로 집권여당의 고정 지지율을 이기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 아직까지 야권의 후보 난립도 예상된다. 국민의당에서 부평 출신의 이현웅 변호사가 출마할 예정이다. 그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천지부 사무처장 등을 지냈으며, 지역 시민사회 등과 관계를 가져왔다. ‘작은 최원식(계양을 국회의원)’이란 애칭이 붙을 정도로 지역에서 활동해왔고, 안철수 신당 창당발기인으로서도 역할을 했다.

정치 신인이지만 가족과 지인 등의 도움을 받으며 짧은 기간에 입지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정권교체와 야당교체의 마중물이 되겠다”며 “그동안 여당을 지지했던 지역 선배들이 최소한 이현웅은 지지하겠다는 분위기이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여기다 같은당 유길종 예비후보도 있다. 유 예비후보는 이력에서 홍 의원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민주노조운동을 했고, 5.18 유공자로서 민주화운동 경력도 겹친다. 그는 2014년 지방선거 때 김포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또한 유정복 인천시장이 김포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지방선거에 출마함으로써 치러진 김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도 출마했다. 안철수 의원의 외곽 조직 중 하나로 알려진 ‘내일포럼’과 관련해 김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예비후보는 “홍 의원이 한국지엠과 관련해 노력했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날을 세웠다.

정의당에선 김응호 부평구위원회 위원장이 출마할 예정이다. 그는 ‘부평미군기지 되찾기 및 시민공원 조성을 위한 인천시민회의’ 공동대표로 활동하는 등, 10년 넘게 부평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또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운동,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 입점 저지 투쟁 등, 진보정당의 활동으로 이름을 꾸준히 알려왔다. 시민사회와도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당은 내홍, 10년 넘게 방치된 조직 복원 숙제

야권 강세지역인 부평<을>에서 이처럼 야권 분열 양상이 나타나면서 새누리당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새누리당에선 ‘공천만 받으면, 야권 텃밭 부평에서 당선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선거가 다자 구도로 치러질 경우 40% 안팎의 고정 지지층을 확보한 새누리당 후보가 유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부평<을> 지역의 새누리당 상황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야권의 분열만큼, 여당의 내홍이 만만하지 않다. 내홍의 정점에 있는 사람은 강창규 새누리당 인천시당 부위원장과 김연광 전 새누리당 부평을 당원협의회 위원장이다. 두 예비후보 간 경쟁이 치열하다.

김 전 위원장은 전국 언론과 정치무대에서 제법 알려진 인물이다. 경북 상주 출생으로 부평에서 초ㆍ중ㆍ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1989년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2004년부터 2008년 5월까지 <월간조선> 편집장 등을 지냈다. 2009년 부평<을> 재선거 때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 특임장관실 실장, 청와대 정무1비서관을 역임했다. 19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홍영표 의원에게 패했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홍 의원 조부의 친일 행적을 집중 공격했음에도, 1만 6028표 차로 패했다. 활동력을 지역보다 중앙에 집중했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왔다. 총선 패배 후, 그는 차관급인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김 전 위원장이 지역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 지역에서 활동한 인물은 강창규 예비후보다. 그는 자수성가한 CEO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부평에서 두 번이나 인천시의회 의원에 선출됐고, 지역의 주요 행사와 사안에 얼굴을 비쳤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해 10월 실시된 시의원 부평5선거구 재선거에서도 표출됐다. 김 전 위원장은 최만용 현 시의원을 밀었고, 강창규 예비후보는 최종귀 전 시의원을 지지했다.

최만용 후보가 새누리당 공천을 받자, 최종귀 전 시의원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선보다 ‘최만용 후보 낙선을 위해 출마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최만용 시의원을 중심으로 한 쪽은 김 전 위원장을, 손철운 시의원을 중심으로 한 쪽은 강 예비후보를 각각 돕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 예비후보를 돕는 당원들은 “중앙에서 활동하다 낙하산처럼 부평으로 내려왔다가 선거에서 떨어지면 다시 중앙으로 가는 사람은 이젠 싫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을 향한 일부 당원의 이런 볼멘소리는 이유가 있다. 새누리당은 이상하리만치 부평<을> 지역을 사실상 방치해왔다.

17대 총선 이후 약 10년간 새누리당 부평<을> 당협 위원장은 여섯 번이나 교체됐다. 이른바 ‘사고 지구당’ 신세를 면치 못했다. 17대 총선 후 당시 한나라당 부평<을> 당협 위원장이 갑자기 미국으로 떠났다. 그래서 부평<갑> 당협 위원장이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부평<을> 지역 공천에 관여하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진영광 변호사를 부평<을> 당협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진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 탄생에 나름 공헌했지만, 18대 총선 공천 대상에서 탈락했다. 지역과 연고가 별로 없었던 ‘친박’계 구본철 후보가 공천장을 받았다.

구본철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2009년 4월에 실시된 재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지식경제부 차관 출신의 이재훈 후보를 공천했다. ‘낙하산’ 공천이라는 비판이 당내에서도 일었다. 재선거에서 패한 이 후보는 당협 위원장을 맡았지만 지역구를 방치하다시피 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의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로 추천됐지만, 이른바 ‘쪽방촌 투기’ 의혹 등으로 인해 낙마했다. 그는 2011년 3월 부평<을> 당협 위원장직을 그만뒀다.

한나라당은 2011년 8월에 부평<을> 당협위원장을 공모했지만, 바로 선출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실시된 19대 총선에서 김연광 위원장을 후보자로 공천했다. 그는 낙선 후 당협 위원장직을 맡았지만, ‘지역구 관리엔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3년 2월 국회의장 비서실장에 임명됐고, 당협 위원장직은 다시 공석이 됐다. 비서실장을 그만둔 그가 다시 당협 위원장을 맡았지만, 내부 불만은 여전히 남아있다.

20대 총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지금, 10년 동안 방치된 부평<을>조직을 어떻게 다시 세우느냐가 새누리당의 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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