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여객터미널 조기완공ㆍ항공전문가 사장 조기선임ㆍ항공정비특화단지 조성’ 핵심과제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 10년 연속 1위를 지켜온 인천국제공항에서 지난 3일, 인천공항의 명성을 한 번에 무너뜨린 서비스 대란이 발생했다.

개항 이후 최대 규모인 여객 17만명이 몰리면서 공항 수하물처리시스템(BHS)에 오류가 생겨 항공기 159편이 늦게 출발했고, 출국 여객 8만 7360여명의 수하물 중 5200여개를 싣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인천공항공사(이하 공사)는 다음날 저녁이 돼서야 사고를 수습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서울지방항공청와 공사로 합동조사단을 구성했다. 합동조사단은 BHS 28개소의 CCTV와 오류 분석 기록이 담긴 로그파일을 조사해, 12일 ‘최초 사고 발생 시 원격 조치와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BHS의 최초 장애는 지난 3일 오전 7시 52분 탑승동에서 여객터미널로 향하는 수하물 운송라인의 한 지점에서 모터 제어장치에 오류가 발생해 30분간 운행이 정체된 것이다. 모터 고장이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합동조사단은 또, ‘BHS 운영센터 담당자가 최초 주의 메시지를 인지한 이후 원격으로 모터 제어장치 리셋 조치를 시도했다고 했으나, 로그파일을 분석한 결과 실제로는 리셋 조치가 시행되지 않았고, 현장근무자도 장애 지점에 투입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수하물이 탑승동 동쪽 순환벨트에서 정체됐고, 탑승동 메인 수하물 순환벨트의 수하물들이 지상 조업 수취 투하지점으로 접근하지 못했으며, 탑승동 동쪽에서 여객터미널 동쪽까지 수하물이 적재되지 않는 사고가 연쇄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합동조사단의 이러한 분석에도 불구하고 예견된 인재라는 비판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은 여객처리능력을 이미 500만명 이상 초과한 상태라, 사고가 재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천경영자총협회ㆍ바르게살기운동인천시협의회ㆍ인천시새마을회ㆍ인천YMCAㆍ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ㆍ인천의제21실천협의회ㆍ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인천지역 국민운동ㆍ시민사회단체 17개는 “정부가 제 때 시설 확장을 놓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제2여객터미널 조기완공을 촉구했다.

▲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2015년 9월 공사현장 모습, 제2여객터미널은 제1여객터미널 맞은편, 그러닌까 영종도 북측에 조성되고 있다. 당초 2015년 완공 될 예정이었으나, 이명박 정부 때 2017년으로 늦춰졌다. 2015년 12월 기준 공정률은 47.2%다.<사진출처 인천국제공항공사 누리집>

“적기 투자 놓쳐, 개항 후 최대 위기”

공사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오는 3월 1일까지를 동계 성수기 특별운영기간으로 정해놓고 여객 집중을 대비했다. 하지만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대로라면 수하물 운송라인에서 모터하나가 고장 나 대란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문제는 인천공항의 여객 규모가 이미 2년 전에 여객처리능력을 초과한 상태라는 점이다. 2단계 공사를 마친 인천공항의 현재 여객처리능력은 4400만명이지만, 실제 여객은 2014년에 4500만명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도 불구하고 4928만명을 기록했다.

인천지역 국민운동ㆍ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사고는 국토부가 인천공항의 여객처리능력을 6200만명으로 증대하는 3단계 공사 완공을 2015년 말에서 2017년 말로 늦추면서 발생한 예견 된 인재다”라며 “동아시아 주요 경쟁 공항들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인천공항은 오히려 적기 투자를 놓치며 개항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선 제2여객터미널 조기 완공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며, 완공이 2017년 말로 예정돼있는 3단계 공사를 2017년 상반기로 앞당겨 인천공항의 과부하를 해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여객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2016년에만 여객 5300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 되고, 2017년에는 57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했다.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단기적인 대책으로 수하물 분산을 위해 도심 공항터미널을 확대해 수하물을 공항으로 미리 보내는 걸 늘리고, 비규격 화물에 대한 엄격한 규정을 마련해 규제해야한다. 또, 오전에 집중돼있는 BHS 운영시간대를 조정하고, 수하물 처리와 검색, 출입국심사, 탑승동 간 이동 등에 시설과 인력을 보강해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동계올림픽이 예정된 2018년에는 인천공항 여객이 6200만명으로 또 다시 포화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여객처리능력을 8000만명으로 확장하는 4단계 공사 착공시기를 올해 매듭지어야한다”고 덧붙였다.

인천공항의 환승률은 2013년 18.7%에서 지난해 15.2%로 3.5%포인트 떨어졌다. 여객처리 규모에서도 세계 공항 20위권 밖에 있다. 2000년 김포공항보다 아래에 있던 중국ㆍ홍콩ㆍ말레이시아ㆍ싱가포르ㆍ태국 등, 동아시아의 경쟁 공항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며 인천공항을 앞질렀다.

공석인 공사 사장에 항공전문가 선임해야

인천지역 국민운동ㆍ시민사회단체들은 인천공항이 적기 투자를 놓친 데에 공사의 불안정한 리더십도 한몫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10월에 임기 3년을 다 채우겠다며 취임한 박완수 전 공사 사장은 20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사퇴했다. 그에 앞서 정창수 전 사장 또한 강원도지사 출마를 이유로 사퇴, 7개월간 사장 공석 상태에 있었다.

인천지역 국민운동ㆍ시민사회단체들은 “정차수 전 사장 또는 박완수 전 사장이 임기를 채우고 공사 경영에 전념했더라면, 이채욱 전 사장 시절에 발생한 인천공항 3단계 공사 2017년 완공을 2015년 완공으로 복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 뒤 “이번 사고 또한 리더십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공항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낙하산 인사를 중단하고, 인천공항을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키울 전문성과 결단력을 겸비한 적임자를 조속히 선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항공안전 담보할 정비단지 조성 서둘러야”

현재 인천공항에는 국내외 항공사 88개의 비행기가 하루에 1000편 이상 취항한다.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면 비행 편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만큼 항공안전이 요구된다.

인천공항의 국제선 출발 편 기준 ‘항공기 정비 불량으로 인한 결항률’은 2010년 8.3%에서 2014년 17.8%, 2015년 1분기에는 26.1%로 상승했다.

반면에 인천공항의 항공정비서비스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자사 항공기와 동맹 항공사 항공기에만 중정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 이를 제외한 나머지 외국 항공사와 저가항공사들은 중정비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항공정비 비용으로 2014년에만 약 7000억원을 해외에 지출할 정도로, 항공정비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인천공항과 경쟁하고 있는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은 공항 배후단지에 프랫앤휘트니ㆍ롤스로이스ㆍ지이(GE)에비에이션ㆍ보잉ㆍ루프트한자테크닉 등, 세계 유수의 엔진제조업체와 항공정비업체들이 입주해있다.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인천공항도 제2여객터미널 개장에 맞춰 항공정비단지를 조성해 정비업체와 부품업체 등을 유치, 운항정비ㆍ중정비ㆍ엔진정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며 “항공정비 산업 육성은 항공안전을 담보하는 일이자,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올바른 처방을 내놓길 기대한다. 만일 이번 사태를 빌미로 국제선 노선을 김포공항으로 분산하거나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거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근거로 악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항공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인천공항ㆍ제주공항ㆍ김해공항의 시설 부족 실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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