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 총장, 융복합대학 강조하면서 송도캠퍼스 외면

▲ 인하대 용현동 캠퍼스 전경.

인문계 줄이고 이공계 늘리는 게 프라임 사업

인하대학교(총장 최순자)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학부 교육 선도대학(ACE)’과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 사업에 신청했다가 모두 탈락했다. 최순자 총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그만큼 ‘프라임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프라임 사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육성 사업을 일컫는 말이다. 정부는 프 라임 사업에 선정된 대학에 연간 약 50억~150억원을 3 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당초 이 사업은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산업 수요 중심의 정원 조정 선도대학’ 육성 사업에서 비롯 했다. 이공계 중심으로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2월 그 명칭만 ‘산업 연계 교 육 활성화 선도대학’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골자는 이공 계 정원을 늘리고 인문계의 정원을 줄이는 것이다.

최순자 총장이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대학 구조조정을 의욕적으로 추진하자, 문과대학 학생회와 교수회에 이어 인하대 교수회가 반발하기 시작했다. 인하대 교수회는 지난 1일 “대학의 근간을 흔드는 무 리한 구조조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 했다.

교수회는 “최순자 총장이 추진하는 단과대학 통폐합 은 단기적 취업에 급급한 실용인력만을 배출하는 삼류 전문대학 수준”이라며 “인하대를 격하시키고 있다”고 쓴 소리를 했다. 최 총장이 추진하는 단과대학 통폐합은 ‘입학 정원 의 10%를 계열 간 이동’하라는 교육부 가이드라인에 맞춘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인하대 교수회,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 촉구

황우여 교육부장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실천하 는 데 인하대가 앞장선 것이고, 교육부 발표 당시 제기 된 ‘대학에서 인문학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 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인하대 교수회는 “우리는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된다 면 각종 국책사업이나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협력하 려고 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 과정 을 보면 장기적 전망과 청사진과는 무관하다”고 한 뒤, “대학 주체들과의 충분한 소통과 합리적 절차에 기반 하지 않은 졸속적 의사결정이다. 학교를 혼란의 늪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수회는 또, 구조조정이 대학의 면모와 위상을 현저 히 훼손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우리 학교의 정체성 과 미래에 관한 문제를 총장이 졸속적인 의사결정으로 추진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쓴 소리를 했다.

교수회는 이른바 ‘리더십 추락’을 야기한 최 총장의 행보도 문제 삼았다. 교수회는 “총의로 선출된 학장들 이 총장으로부터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하는 일까지 벌 어졌다. 학내 게시판에서는 폭력적이고 모욕적인 글들 로 인해 학생과 교수 사이에 장벽이 생기고, 검열을 예 고하는 협박성 전자메일에 교수들의 자존심에 상처가 생겼다”며 “이게 과연 60년 역사를 지닌 인하대가 감수 해도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문과대학 교수회가 대학 구조조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학장이 빌미를 제공해 일어난 일’이 라며 총장이 문과대학 학장에게 언어폭력과 다름없는 메일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고, 타슈켄트 인하대 운영의 문제점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총장이 시간강사를 집 무실로 불러 추궁하면서 ‘총장 갑질’이라는 비판이 확 산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 교육부 프라임 사업 관련 인하대 융복합대학 신설학과(안)

문과대학만 구조조정 하는 게 아니다

최 총장은 사실상 취업률을 기준으로 대학을 구조조 정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쟁력 있는 학과의 정원 은 유지하되 그 이외 학과 정원은 산업 수요가 있는 분 야로 조정하는 것’이 골자다. 최 총장은 조정한 정원을 신설 융ㆍ복합대학으로 배 치할 계획이라고 했고, 현재 예상하는 신설 융ㆍ복합대 학의 학과는 4~6개 정도라고 밝혔다. 그리고 문과대학 이 정원 조정 대상으로 거론됐다.

그런데 구조조정은 문과대학에만 국한된 게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인하대가 검토 중인 ‘프라임 사업 관 련 신설 융합학과(안)’을 보면, 융ㆍ복합대학 신설에 따 른 정원 조정 대상에 의과대학ㆍ예술체육학부ㆍ문과대 학ㆍ공과대학ㆍIT공과대학ㆍ자연과학대학ㆍ법과대학ㆍ문 과대학ㆍ생활과학대학 등이 포함돼있다. 대학 전체가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을 전망이다.

지난 11월에 각 단과대학이 제출한 신설 융합학과는 바이오엔지니어링공학과ㆍ미디어융합학과ㆍ스마트자동 차학과ㆍ스마트도시학과 등, 모두 12개다. 이중 인하대 교무위원회가 평가해 우선순위에 둔 6 개 학과는 바이오엔지니어링공학ㆍ미디어융합학과ㆍ스 마트자동차학과/로봇융합학과ㆍ첨단지능수송시스템융 복합학과ㆍ스마트도시학과ㆍ첨단산업신소재융복합학 과 순이다. 바이오엔지니어링공학과의 총괄 교수는 이아무개 의 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고 있고, 정원조정 대상 학과는 기계공학ㆍ전자공학ㆍ전기공학ㆍ생명공학과와 의과대학 일부다.

미디어융합학과는 김아무개 정보통신공학과 교수가 총괄하고, 정원조정 대상 학과는 문과대학ㆍIT공과대 학ㆍ예술체육학부 일부다. 대학 구조조정과 관련해 최순자 총장은 지난달 23일 “대학본부 보직교수들과 단과대학 학장들로 구성된 추 진위원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 중이며,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칭 학과 이름과 총괄 교수까지 정 한 상태에서 융ㆍ복합대학 신설 학과를 검토하고 있었 고, 구조조정 대상이 문과대학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 체 대학에 걸쳐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인하대 관계자는 “각 단과대학에 (융ㆍ복합대학 신설 학과) 아이디어를 제출하라고 했더니 12개 학과가 나 왔다. 현재 일주일에 한 번씩 교무위원회를 열어 검토 중이다. 유망 산업, 인천에서 산ㆍ학ㆍ연이 가능한 분야, 취업이 잘 되는 분야, 기업과 취업 MOU 체결이 가능한 분야를 우선해 신설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인하대 최순자 총장

융ㆍ복합대학 강조하면서 송도캠퍼스는 외면

대학 구조조정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인하대는 더욱 내홍에 빠질 전망이다. 우선 문과대학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문과대학 학생들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구 조조정에 찬반을 묻는 학생 총투표를 실시했다. 842명 이 투표해 투표율 50.4%를 기록한 가운데, 구조조정 반 대가 94.2%(793명)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문과대학생 회 운영위원회는 이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최 총장에 게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할 계획이다.

인하대 총학생회도 최 총장이 학생들과 소통을 거부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교육부는 프라임 사업의 신청 요건에 대학본부와 학생, 교수 간 합의를 명시했 다. 하지만 사업신청서 제출을 두 달여 앞두고 있는 상 황에서 최 총장은 정해진 바 없다고 했는데 융ㆍ복합대 학 신설 학과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게 드러났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최 총장이 소통을 거부했던 전 총장과 다를 바가 없다고 했다. 총장이 여전히 ‘학생들 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 교수들과 논의해 결정하겠다’ 며 학생들과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승훈 총학생회장은 “수도권에서 2개 학교만 선정 될 만큼 가능성이 낮다. 그런데도 학교 전체가 구조조 정의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 총장은, 이번 구조조 정이 프라임 사업 선정 여부를 떠나 중ㆍ장기적으로 인 하대의 체질을 바꾸고 특성화하려는 계획이라고 했다. 두 달 만에 졸속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인하대의 미래 가 결정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라고 말 했다.

최 총장이 강조하는 융ㆍ복합대학 신설은 전임 총장 이 강조한 융ㆍ복합대학 캠퍼스와 같은 맥락이다. 전임 총장은 송도캠퍼스를 융ㆍ복합대학 캠퍼스로 육성하겠 다고 했다. 하지만 최 총장은 융ㆍ복합대학을 강조하면서도 인하 대 구성원들이 어렵게 부지를 마련한 송도캠퍼스 건립 에는 사실상 관심이 없다. 최 총장은 최근 일부 교수가 학교 발전을 위해 송도캠퍼스 사업을 강조하자, 자기 임 기 밖의 일이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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