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훈 교사가 전하는 ‘부모가 알아야 할 학습의 원리’⑦

 
모든 부모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사실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여러 재능 중 하나에 속한다. 비록 소수이지만 발달적으로 공부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이 확실히 존재한다. 이른바 ‘공부 머리’를 타고나는 아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공부 머리’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무엇일까. 발달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발달적으로, 그리고 뇌에서 공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몇가지 요인을 알아보겠다.

지능이 정말 중요할까?

최근 ‘지능(IQ)과 학업 성취의 상관성이 높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것은 예전에는 지능이 학업 성취를 예견하는 절대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능과 학업의 상관관계는 16~20% 정도이다.

사실 지능이 높은 아이들의 다수는 전반적으로 공부를 잘한다. 하지만 예외도 많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지능 지수 20 정도의 차이는 학업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본다. IQ 100 이나 120이나 학업에서는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능 검사는 근본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당일 컨디션에 따라서 개인별로 약 ±7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편차가 크다. 그리고 지능 검사도구마다 차이를 보인다.

한 사람이 각각 다른 지능 검사도구로 검사하면 어떤 것은 높게, 어떤 것은 낮게 나온다. 결국 지능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지능이 높다는 것은 또래 아이들보다 ‘더 빨리’ 무엇인가를 알아차리고 학습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론적으로 지능이 높으면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잘하는 데 조금 유리한 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보다 언어 능력이 중요하다

언어 능력이라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흔히 생각하는 많은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는 어휘력과 둘째는 아이가 태생적으로 말소리를 아주 정교하고 빠르게 인식하는 음운인식능력으로 나눌 수 있다.

음운인식능력이 좋은 아이들은 문자를 빨리 깨닫는다. 부모가 한글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5~6세가 되면 어느 날 조금씩 읽다가 어느새 한글을 알아버린다. 이런 아이들은 동요나 노래 가사도 한번 듣고 잘 기억한다. 신기하게도 곧잘 따라한다. 음운인식능력이 발달된 아이들은 책을 잘 읽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에서 잘 읽는다는 것은 빠르고 정확하게, 좀 더 설명하면 물 흐르듯이 유려하게(flowing, smooth) 읽는다. 이것은 공부하는 데 엄청난 무기를 가지고 있는 셈이 된다. 책을 읽을 때 정신적 에너지를 적게 쓰고도 더 빠른 속도로 읽게 된다. 자동차로 따지면 힘도 좋고, 연비도 좋은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독서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어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게 된다. 초등학교 초기에는 듣고 기억하는 어휘가 많지만, 5~6학년이 넘어가면 스스로 읽기를 통해 기억하는 단어가 몇 배로 늘어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아이들은 뇌 속의 사전 즉, 심성 어휘집이 아주 또렷하고 명료해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인출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이런 아이들은 단기기억에 강점을 가질 가능성 또한 높다. 쉽게 말해 단순 암기를 잘하기 때문에 시험 때 ‘벼락치기’를 잘한다. 이러한 음운인식능력은 타고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환경적으로도 영향을 받는다. 즉, 가정에서 많이 대화하고 자주 책을 읽어주면 음운인식능력이 좋아진다.

주의력도 중요하다

▲ 해마체는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사진 왼쪽). 뇌에서 편도체는 공포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담당한다.<출처ㆍ구글 이미지>
우리는 공부를 잘하는 데 집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이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의 영향으로 각성 효과가 일어나 집중력이 올라간다. 일시적이지만 집중력이 올라가면 약간의 효율이 올라간다. 공부하는 데 중요한 주의력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자기조절능력이 좋다는 것은 주의력이 좋다는 의미도 있다. 주의력과 학업의 상관성을 잘 설명하는 사례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증후군(ADHD)이다. 상당수 ADHD 아이들은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물론 ADHD 아이들 중에는 드물지만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있다. 이 경우는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지능이 높고, 언어 능력도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경우 전문기관이나 의학적인 도움을 받는다면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의력을 뇌의 실행 기능,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의 부분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의지적으로 스스로 조절해서 주의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일부는 선천적 기능 저하로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다. 즉, 일부러 집중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 보아야한다. 그렇다면 주의력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4당 5락’ 즉, 4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수면 시간을 줄여서라도 공부시간 확보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으면 주의력이 잘 유지되지 않는다. 커피나 카페인 음료수로 집중을 잠깐 유지할 수는 있지만 이것은 아주 짧은 효과일 뿐이다. 장기적으로는 집중력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수면은 집중력을 긴 시간동안 유지해준다. 무엇보다 잠을 자는 기간에 우리의 뇌는 아주 중요한 작업을 한다. 깨어있는 동안 공부한 것을 처리한다. 즉, 장기기억으로 넘겨 보관하는 작업을 한다.

결론적으로 충분한 수면은 가시적으로는 집중력 유지와 기억력 향상에 이익이 된다. 적어도 6시간은 수면을 취해야한다. 사실 적절한 수면시간은 개인마다 좀 다르다. 가장 효율성이 높은 시간을 찾는 것도 수험생에게는 중요한 사안이다. 나의 경우 새벽 1시 30분이 넘어가면 공부를 해도 잘 기억이 되지 않았고, 그 다음날 주의력을 유지하는 데 하루 종일 어려움을 겪었다. 수험생이라면 수면과 주의력 사이의 효율성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서와 기억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심리적으로 심하게 불안하면 주의력에도 방해가 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뇌의 기능 중에 해마(위 사진 참고)는 기억과 학습에 상당히 중요한 기능을 하며, 일부 감정도 영향을 미친다. 매우 불리한 조건에서 성장한 아이들의 해마는 보통 또는 아주 좋은 조건에서 성장한 아이들보다 작았다. 심리적 안정 또한 공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일상생활에서도 큰 고민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공부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바로 편도체가 이 기능을 한다. 편도체가 작동하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스트레스는 주의력에도 치명적이다. 운전하다가 길을 잃어버리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내비게이션에서 “경로를 이탈하여”라고 말한다.

공부하라는 부모의 잔소리는 공부에 도움이 되기보다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바로 정서와 기억이 밀접하게 관련돼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많이 상하면 그 감정을 처리하기 위해 뇌는 모든 에너지를 그곳에 쓴다. 어렵더라도 아이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조언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모든 부모에게 이것이 참 어렵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 같은 맛있는 간식을 먹으면서 “인생에서 공부가 생각보다 중요하단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너무 어려울까? 결론적으로 감정적으로 야단치는 것보다 기분 상하지 않게 부드럽게 조언하는 것이 학습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부모는 그 방법을 찾아야한다.

※김중훈 시민기자는 인천운서초등학교 교사이며, ‘좋은교사운동’정책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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