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군수 사령관 현지답사 예정

부평미군기지(이하 캠프마켓) 반환이 앞으로 2년 안에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캠프마켓 부지를 가로지르는 군용철로 폐선여부가 부각하고 있다.

캠프마켓 부지는 100여년 가까이 외세가 점유했다. 일제는 이곳에 조병창이라는 조선 최대 군수기지를 만들었고, 이어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차지했다. 시간이 흘러 주한미군의 단계적 축소에 따라, 부평지역의 주한미군은 용산기지 등으로 분산 배치됐으며, 이에 따라 일부기지는 한국군 부대에 이양됐다. 1080~90년 이후 한국군 군부대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현재의 캠프마켓 부지만 남았다.

1996년 무렵, 시민사회단체 주도로 캠프마켓 반환운동이 시작됐고, 시민들도 동참했다. 결국 2002년 3월, 캠프마켓의 평택 미군기지 이전이 확정됐다.

캠프마켓은 2017년 상반기까지 평택으로 갈 예정이다. 이전 시점이 다가오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ㆍ시민사회는 캠프마켓 부지 활용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기본적인 활용방안은 이미 나와 있어, 세부적 활용방안을 놓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는 대규모 도시공원을 조성해 시민여가공간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장소의 역사적 정체성을 찾고, 인천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새로운 개념의 공원을 접목하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캠프마켓 부지 반환과 활용엔 총7265억원이 소용될 것으로 추산된다. 공원 등의 설계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토지 매입(=보상)비만 6193억원(공여구역 4549억원, 공여구역 외 1644억원)에 달한다. 공사비는 1072억원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인천시의 재정난이다.

이런 상황에서, 캠프마켓 부지를 활용에 군용철로가 골칫거리이다. 지자체와 지역ㆍ시민사회뿐 아니라 지역 정치권도 군용철로 폐선을 주장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부평 을) 국회의원은 지난해 말 국방부에 산곡동 소재 3보급단이 사용하고 있는 군용철로(경인철도 부평역~캠프마켓~3보급단)의 폐선을 건의했다.

홍 의원은 “3보급단은 ‘2007년 원주로 이전’이 예상됐다. 이전이 어렵다면, 군용철로 하역 시설이 경유했던 캠프마켓이 반환됨에 따라 군용철로를 폐쇄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전시에 필요한 시설’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1억원을 투입해 3보급단 전용선을 보수ㆍ유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부평역~산곡동 군부대를 잇는 군용 철로는 이미 작년부터 이용이 거의 되지 않고 있다. 작년엔 십여차례에 불과했고, 올해 1월에만 두 차례 운행 됐다. 풀이 우거진 철길.<인천투데이 자료사진>

군, 철도 경제성 없어 운행하지 않는 듯

이런 가운데, <인천투데이>은 약 3주 전(590호) ‘부평지역 군용철로 이용 사실상 멈춰’를 보도했다.

<인천투데이>이 입수한 ‘2014~2015년 상반기 철로 이용 현황’ 자료를 보면, 부평지역 군용철로는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1월에만 두 부대(=일신동 3군수지원사령부와 3보급단)가 각각 두 차례씩만 군용철로를 이용해 군수품을 날랐다.

수송 실적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국방부는 “한국철도공사 수도권서부본부에서 부평역의 경제성을 고려해 올해 1월부터 부평역 화물 취급을 중지해 2월 이후 화물 수송 실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 뒤 “국방부 자체적으로 군 병력을 투입해 부평역 화물 수송을 직접 수행하기 위해 기관사와 안전요원을 교육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철도공사와 협의 완료 시 기관사와 안전요원을 투입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천투데이>이 추가로 취재한 결과, 철도공사 관계자는 “경제성을 고려해 부평역 화물 취급을 중지하지는 않았다”며 “국군 전용선이라 운행과 폐선 여부 등은 전적으로 국방부에서 한다. 운행은 지금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 전용선을 거의 운행하지 않는 이유를 국방부는 철도공사 때문이라 했지만, 철도공사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 것이다. 6월 30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부평역은 하루에도 십여 차례 민간 화물열차가 운행되고 있었다.

군 스스로 현재 철도운영시스템이 경제성이 없다고 보고 운행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추측할 수 있다. 군은 철도를 이용해 화물을 운송할 경우 비용문제로 인해 열차 한 량이 모두 채워질 때까지 운행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군은 최근 택배 방식으로 일선 부대에 군수물자를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3보급단 관계자는 “군수품 수송과 관련해 작년부터 군용철로를 사실상 이용하지 않고 있다. 철로보다 차량으로 수송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며 “내부평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3보급단은 철도로 군수품을 보급하지 않고, 외부 용역업체에 맡겨 군수품을 수송하고 있는 셈이다.

홍영표 의원은 “군 스스로 경제성이 없다고 보고 운행하지 않는 군용철로 때문에 부평지역 주민 수십만명이 수십년도 모자라 향후에도 피해를 봐야한다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더욱이 캠프마켓 활용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군용철로가 애물단지가 돼, 폐선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폐선 여론 높아지자, 군수 사령관 현지답사 예정

홍 의원이 지적하는 군용철로 구간은, 캠프마켓 부지를 향후 공원으로 조성할 때 군용철로가 있는 부평1동 동아아파트 앞길이 확장되는데, 캠프마켓 부지 안쪽으로 이전해 재정비해야하는 철로(2010m)이다. 인천시가 예측한 이설 비용이 57억원에 달한다. 또한 단순히 비용문제가 아니라, 공원의 절반 구간을 군용철로가 에워싸는 게 문제다. 대규모 도시공원이 조성돼도 이 군용철로가 시민 불편과 안전문제 등을 야기할 수 있다.

폐선 여론이 높아지자, 국방부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국방부 군수 사령관이 7월에 현지를 답사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를 방문해 3보급단으로 연결되는 전용선에 대한 지역 여론을 살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홍 의원 등과의 만남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제대로 된 민원 청취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준) 사무처장은 “국방부는 수십년 동안 도심 한가운데 있는 미군기지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민원을 우습게 여겨서는 안 된다”며 “군 전용선 폐선은 장고개길 개통 문제와도 연관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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