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9월 18일 증기기관차 모갈(Mogul) 1호가 서울 노량진역에서 인천역을 향해 출발함으로써 우리나라 철도 역사 115여년의 첫 페이지를 썼다. 그 후 1939년 일본 육군 조병창이 부평에 세워지고 군수품을 만들던 히로나카상공과 부평역을 연결하기 위해 철도 인입선을 놓았는데, 이 철도가 지금 육군 3보급단에서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와 부개동, 일신동을 지나는 철길이다.

얼마 전 이 철길과 관련해 수송 실적이 저조해 군용 철길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니 폐지하자는 의견의 신문 기사를 보았다. 그와 함께 쓰레기 무단투기나 지역개발 저해도 그 이유로 삼았다. 하지만 쓰레기 무단투기는 주변 주민들이 노력하면 될 일이고, 철길을 없앤다고 지역개발에 커다란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 본다. 그리고 부평공원사거리 철길을 자주 다니는데, 이 철길로 인해 주민들이 그리 커다란 불편을 겪는 것 같지도 않다.

이 철길은 75년의 세월과 함께 군산복합단지였던 부평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철도사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전쟁으로 어려웠던 시절 캠프마켓으로 들어가는 이 철로 위로 보급품을 실은 수많은 기차가 오갔는데, 부대로 들어가는 기차에는 가끔 한국 사람들이 올라타 물건들을 빼내 팔아서 가족들의 고픈 배를 채우곤 했다하니, 부평 사람들의 애환이 묻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언젠가는 철길 철거와 관련해 공청회 등 공식적인 논의를 하겠지만 지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철길 주변을 잘 조성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부개동을 지나는 철길은 멋진 곡선으로 돼있어 4월에 벚꽃이 피거나 7~8월에 무궁화가 필 때면 참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이런 멋진 풍경을 도심 속에서 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철길 주변에 더 많은 벚꽃나무나 무궁화나무 등을 식재한다면 이곳에서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찍어도 충분하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 철길들을 경제 가치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여긴 그 이상의 인문학적 가치가 담겨 있다. 그리고 캠프마켓 이전 후 이 철길을 잘 활용한다면 다른 지역에 없는 부평만의 독특하고 훌륭한 관광자원으로도 개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녹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평에 훌륭한 녹지축이 될 것이다. 부평의 철길은 역사이며 문화이다. 더 이상 옛것을 없애는 일을 쉽게 해서는 안 된다. 부평 철길을 오래된 쇳덩이로만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유천 부평의제21실천협의회 문화복지분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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