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신의 행복배움학교 이야기 ②

학급 생일파티

▲ 학급 학생의 생일파티를 여는 선학중 2학년 학생들.
학급 학생의 생일을 맞아 축하해주는 시간을 월별로 갖기로 했다. 학급 약속이 정해지기 전인 3월에 생일이었던 혜연이와 4월 생일을 맞이한 민석이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자기가 먹고 싶은 과자 1개와 음료수 1개를 가져오게 했다.

종례시간에 생일 맞은 친구를 앞으로 나오게 하고 다함께 노래를 불러주고 초코파이 위에 꽂은 촛불을 끄게 하고 함께 박수를 치며 축하해줬다. 친구들의 축하에 짧은 인사로 고마움을 표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어서 교탁 위에 큰 종이를 펴고 각자 가져온 과자를 모두 가져 오게 해 함께 나눠먹으려고 하는데, 이곳저곳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와 △△는 안 가져 왔어요” “□□도 안 가져 왔어요” 사실 교탁 위에 모아진 과자의 양을 보니 우리 반 학생 24명이 모두 과자를 가지고 온 것 같지는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몇 몇 친구가 과자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주변에서 맴돌고 있었다.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을 했다. 학급의 공동체의식을 키워주기 위해 만든 자리인데 몇 몇이 소외되고 있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깜박 잊고 온 학생도 있었지만 전 날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다가 하루 연기가 되면서 미리 먹어 버린 친구가 다수였다.

직원회의 때문에 학생들과의 약속을 하루 연기한 내 잘못이 있었기에 더욱 미안했다. 학생들과의 약속을 정할 때에는 학교 일정을 잘 고려해야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 순간이었다. 생일파티 후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과자 값이 예전과 달라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과자가 거의 없었다. 학생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는 가격이었다. 다음 달부터는 친구에게 마음을 전하는 편지쓰기도 함께하고 개인 준비물은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시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학급 단합대회

▲ 학급 단합대회에서 짐볼로 피구를 하는 학생들.
학급 단합대회를 했다. 우리 반은 남학생 12명과 여학생 12명으로 구성돼있다. 단합대회를 하자는 학생들의 요청에, 무엇을 할 것인지 논의해 피구를 하기로 했다. 단합대회 날 방과 후 강당에 모여 배구공으로 피구를 하는데, 남학생이 세게 던진 공에 맞은 여학생이 우는 일이 벌어졌다.

애초 축구를 하자고 아우성치는 남학생들과 체육대회 준비를 위해 댄스 연습을 하자는 여학생들을 의견이 엇갈렸으나, 함께할 수 있는 것을 찾은 것인데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중학교 2학년, 이미 덩치가 커다란 녀석들이 승부욕에 사정없이 던진 공이 여학생에 맞은 것이다.

싸늘해진 분위기를 겨우 수습하고 배구공 대신 짐볼로 바꿔 피구를 진행했다. 공이 워낙 크고 말랑 말랑해서 맞아도 아프지 않았기에 여학생들을 달래 참여하게 했다. 출석 번호 홀수 팀과 짝수 팀으로 나눠 3세트 경기를 했다. 학생들 모두 함박웃음을 지면서 즐겁게 참여했다.

수업시간에는 너무 얌전해 말도 하지 않고 지내던 학생이 세게 날아오는 공도 잘 잡아내고 주전 공격수로 맹활약하는 모습에 친구들이 놀라워하기도 했고, 남학생보다 더 공을 잘 잡는 여학생은 친구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팽팽한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1:1’이 돼 결승전을 앞두고 잠시 쉬는 시간이었다. 학생들이 하나 둘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바쁘게 전화하기 시작했다.

빨리 진행해야 다음 프로그램을 하는데, 코트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순간 화가 치밀었다. “야, 빨리 안 오고 뭐하는 거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핸드폰을 놓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다가오는 아이들에게 “누구랑 그렇게 통화를 길게 하는 거야?”라고 묻자, “학원 선생님이 빨리 오래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많은 아이가 지금 학원에 있을 시간이었던 것이다. 오늘 학급 단합대회가 있어서 학원에 못 간다고 이야기하자, 학원 선생님이 늦게라도 와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 같다. 어쩔 줄 몰라 하는 학생들에게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순간 막막했다. 한 아이는 “가끔 거짓말을 하고 학원에 가지 않은 경우가 있었기에 학원 선생님이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솔직히 이야기했다.

“사전에 단합대회가 있다고 이야기 해야지? 지금 이야기하니까 선생님이 안 믿어 주지”라고 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했다. 올 들어 처음으로 하는 단합대회인데 그냥 보내야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는 일단 부모님께 연락해 학원 선생님께 조금 늦는다고 말씀드리라고 이야기하고 남은 경기를 진행했다.

피구 경기를 마치고 다 같이 모여 앉아 자장면을 먹었다. 운동 후 배가 고파졌을 때 먹은 자장면이라서 더 맛있게 느껴졌는지 아이들의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다. 식사 후 한자리에 원으로 빙 둘러 앉아 ‘신뢰서클’도 진행했다.

우리 반에서 하지 말아야할 것 세 가지(3무)와 지켜야할 약속 세 가지(3행)를 정하기도 했다. 또, 평생학습실에 있는 노래방 기기를 이용해 노래도 불렀다. 학원을 가야한다는 친구들을 고려해 아쉽지만 첫 번째 단합대회는 이렇게 마무리했다.

단합대회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가방을 들고 학원으로 달려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고교 자율화 정책으로 특수목적고가 늘어나면서 입시는 이제 중학교에서도 엄청난 부담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옥죄고 있다. 학생들이 사교육에 힘들어하지 않고 학교에서 즐겁게 생활하며 공부해도 원하는 학교를 갈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공교육 교사로서 많은 생각을 한 하루였다.

동아리 활동

▲ 텃밭에 모종을 심고 있는 학생들.
학교 동아리로 ‘학교 농장반’을 운영하고 있다. 3월 중순 연수구 경제지원과에서 분양하는 ‘사랑 도시 텃밭’에 신청해 농사지을 땅을 구했다. 학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해있고, 수도와 농기구 대여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언제든 쉽게 찾아가 자신이 심은 작물을 돌볼 수 있다.

학생들에게 땅 두 평(6.6㎡)씩을 나눠주고 학교에서 상추와 치커리 모종 20개씩과 상추 씨앗 한 봉투씩을 지급했다. 다른 작물을 심고 싶은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작물을 심게 했다. 학교 동아리 활동시간만으로는 작물을 돌볼 시간이 부족하기에, 주말에 가족과 함께해도 좋다고 했다.

학생 대부분이 처음 농사를 지어보는 것이라서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함께 일했다. 땅을 파고 유기농 퇴비를 넣을 때는 “선생님, 똥 냄새나요” “이런 것 왜 넣어야해요” 하면서 주춤 거리고 망설이던 학생들이 1주일 후 모종을 심고 파종할 때는 신이 났다. 모종 하나하나를 정성들여 심었고, 씨앗 뿌리는 방법을 자세히 묻고 자기 나름대로 이랑과 고랑을 만들어 씨앗을 뿌리고 흙을 덮고 물을 줬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정성을 들여 심고 돌본 만큼의 수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농사를 짓는 농부의 노고도 조금은 알 것이고, 노력한 만큼 대가를 돌려주는 땅의 정직함도 배울 것이다. 상추가 자라 수확하면 다함께 모여 학교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려한다. 학생들이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나면 땅을 갈고 거름을 주며 힘들었던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었는지도 알 것이다.

텃밭에 거름을 넣고 정성들여 작물을 재배하는 것처럼 우리 행복배움학교도 교사들과 학생들이 다함께 힘을 모아 잘 가꾸어가고 싶다. 교사ㆍ학생ㆍ학부모 모두 노력한 만큼 대가를 돌려주는 땅의 정직함을 행복배움학교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상추가 얼른 잘 자랐으면 좋겠다.

※성기신 교사는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로 지정된 선학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행복배움학교’ 이야기를 월 1회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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